-음악적 몰입의 경지를 열어준 서울시향의 오케스트레이션에 주목

청중에게 음악적 몰입의 경지를 가져다주는 서울시향의 연주에 서울시향을 다시 보게 됐다.

지난 6월21일 2019 서울시향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으로 후반부에 연주된 라흐마니노프의 죽음의 섬, A단조, Op. 29와 스크랴빈의 교향곡 제4번 ‘법열의 시’는 근래 보기 드문 높은 연주의 밀도로 관객에게 음악적 몰입의 카타르시스와 서울시향 연주의 잠재력을 일깨운 드문 연주회의 하나였다고 보여진다.

6월 하순에 서울시향이 잡은 연주회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슈만교향곡 1번은 평범하다 못해 익숙한 레퍼토리로 비쳐질 수도 있는 곡들이다. 클래식 관객이라도 연주회장에 가서야 처음 접했을 법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죽음의 섬(The Isle of the Dead)부터 음악적 몰입의 체험을 가져다주는 것이 예전 국내 오케스트라들의 연주 수준을 뛰어넘어 국내 최고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몇 년전의 서울시향의 사운드를 회고케 했다.

음악적 몰입의 경지를 가능케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측면에서 서울시향이 정명훈 사임이후 예전 같지 않다는 들쭉날쭉의 사운드도 지적 받아왔지만 여전히 국내 정상의 사운드임을 확인케하는 라흐마니노프의 죽음에 관한 상념의 결정체를 들려준 느낌이다.

이어진 스크랴빈의 교향곡 제4번 ‘법열의 시’ 역시 음악적 몰입의 엑스타시를 체험토록 한 점에서 서울시향 연주력의 새로운 바로미터를 봤다. 종교적 깨달음과 희열의 경지를 열연한 오케스트레이션에 비해 오히려 관객의 적은 함성과 박수가 옥의 티로 느껴질 만큼 음악적 몰입을 체험하기에는 손색없는 낭만 신비 황홀의 러시아 연주였다.

연주회 곡의 배합상 익숙함과 낯섬의 변증법이 낳은 이런 음악적 몰입의 감동에도 불구, 전반부에 연주한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베조드 압두라이모프의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은 워낙 많이 관객이 들어보고 익숙한 곡이어서 서울시향이 후반부에 표출시킨 음악적 몰입의 연주에 빛이 발한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이 아니었지 하는 생각이 든다.

서울시향은 내년부터 오케스트라 빌더로 불리는 오스모 벤스케가 2대 음악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청중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서울시향의 잠재력을 극대화시켜 보여줘야 할 시점에 있다. 지난달초 차이나필의 롯데콘서트홀 공연을 관람했는데 관객흡인력에 상관없는 베를리오즈 로마의 사육제 서곡과 베토벤 교향곡 5번의 이국단체의 연주를 듣는다는 맛은 있었지만 음악적 몰입까지는 아니어서 이번 서울시향의 음악적 몰입 체험이 일본의 NKH심포니등과 아시아 최정상의 오케스트라를 다투는 시발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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