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공격 때문에 경영권 방어에 난항을 겪던 한진칼에 ‘백기사가’가 등장했다.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덕분에 KCGI의 맹공에 시달리던 조 회장과 한진칼은 한숨 돌릴 수 있을 전망이다.

 

델타항공은 20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 관계를 더 강화하기 위해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더불어 2000년 출범한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창립 멤버의 일원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도 했다.

 

항공사 간 조인트벤처는 하나의 항공사처럼 출·도착 시간, 운항편을 유기적으로 조정해 항공편 스케줄을 최적화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협력이다.

 

이번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을 두고 델타항공이 한진칼의 백기사로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 이후 조원태 회장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어서다.

 

현재 KCGI의 한진칼 지분은 15.98%이며,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28.93%다. 델타항공이 지분 4.3%를 매입하면서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33.23%로 껑충 뛰었다.

 

델타항공은 지분 매입을 발표하면서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 지분을 최대 10%대까지 추가 매입할 수 있다는 계획도 밝힌 상태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율을 10%까지 높일 경우 한진 오너가 우호지분율은 38.93%에 달해 경영권 분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한편 조 회장이 상속세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진칼 지분을 매각할 경우 KCGI에 그룹 경영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특히 KCGI는 지난 5월 말 한진칼 지분 15.98%를 확보한 이후 한진그룹 대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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