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회 칼럼] ‘같이 성장하는 가치 활동’, 멘토링
[허정회 칼럼] ‘같이 성장하는 가치 활동’, 멘토링
  • 허정회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1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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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회 칼럼니스트
허정회 칼럼니스트

 지난 달 모교가 주최한 〈후배사랑 선배특강〉에 강사로 참여했다. 20여 명의 선배가 한 반 약 20명 후배에게 각각 자기 전공분야를 소개하거나 관심분야를 지도하는 행사다. 벌써 아홉 번째로 필자도 수년 째 함께 하고 있다. 이번에는 ‘나도 글짱이 될 수 있다’는 제목으로 서로 다른 학생에게 한 시간씩 두 번 강의 했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 글쓰기에 대한 편견, 글쓰기에 자신감 갖기, 글 잘 쓰는 방법, 좋은 글의 특징, 글쓰기 10원칙, 퇴고 시 주안점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필자가 이 주제를 택한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직장 업무로 남이 쓴 글을 검토하다 보면 글쓰기 기본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맞춤법 틀린 것은 물론 비문(非文)도 비일비재 하다. 그렇다고 글 잘 못 쓰는 그들을 탓할 일이 아니다. 우리 국어교육의 문제다. 우리 국어교육 과정은 글쓰기보다는 글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데 치중되어 있다. 우리 삶이 글쓰기를 요구하고, 글을 써야 생각을 체계적, 합리적, 논리적으로 펼칠 수 있기 때문인데도 그렇다. 후배들에게 글쓰기가 어려운 게 아니라 하나의 좋은 습관이라는 것과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다.

  자기들보다 50년 이상 선배를 교실에서 마주하고 있다는 게 신기한 듯 했다. 각자 관심 있는 강좌를 선택했기에 선배로부터 무언가 배우려는 동기부여가 제대로 돼 있었다. 모두들 글 잘 쓰고 싶다는 의욕에 충만해 있었다. 저녁 식사 후 피곤한 시간이었지만 선배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했다. 선배 질문에 답변도 잘했다. 간혹 졸린 후배는 자발적으로 교실 뒤로 나가 서서 경청했다. 요즘 학생들이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학교에서는 엎드려 자기만 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늘 대하는 학교 선생님이 가르치는 정규 교과목이 아닌 1년에 한 번 있는 선배특강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표정이 역력했다. 어느 학생은 강의 시작하기도 전에 50년 전 선배 때는 한 학급이 몇 명이었느냐는 질문도 했다. 학급 당 60명이었던 우리 때와는 달리 지금은 똑같은 교실에서 불과 30여 명이 공부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교육환경이 크게 개선되었다.

  50분 강의는 너무 빨리 지나갔다. 아직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데 수업종료 벨이 울렸다. 학생 중 수업태도가 좋았던 몇몇 후배에게 졸저「길에서 배운다」를 선물했다. 그들의 꿈과 희망을 물어보고 거기에 적합한 문구를 필자 사인과 함께 책에 적어줬다. 철도 기관사, 남자 간호사, 중국전문가 등 장래 하고 싶은 일도 다양했다. 필자 강의를 듣고 글쓰기가 별 거 아니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나아가 훌륭한 작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후배가 있으면 더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다.

  〈후배사랑 선배특강〉은 동문 선후배 간 멘토링 활동이다. 멘토링은 친밀하고 신뢰받을 만한 인격적 관계 형성을 통해 멘토가 멘티에게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조언을 하고 역할 모델(role model)을 제시하며, 자원을 제공하고, 멘토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상담과 지도․조언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멘토링은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에 처음 나타난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을 떠나며 자신의 아들인 텔레마코스를 친구인 멘토르(mentor)에게 맡기며 잘 보살펴 줄 것을 당부한데서 유래했다. 그 후 멘토르는 10년 동안 텔레마코스에게 친절한 성인, 대리인 부모, 위임 받은 조언자, 교육자, 안내자와 같은 다양한 역할을 했다. 

  멘토링은 해 본 사람만이 그 가치를 깊게 느낀다. 많은 자원봉사 중에서도 특별한 행복감과 만족감을 경험할 수 있는 ‘같이 성장하는 가치 활동’이 멘토링이다. 모교가 하고 있는〈후배사랑 선배특강〉을 본 따 다른 학교에서도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후배 진로선택과 인생항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허정회 칼럼니스트  bodo@nd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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