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예권의 피아니즘에 대한 헌정을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무대

클라라 슈만 탄생 200주년 기념공연의 일환으로 지난 6월1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은 나의 클라라-선우예권 피아노 리사이틀은 선우예권의 흡사 녹슬지 않은 기량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점에서 클래식 팬들에겐 의미있는 피아노 리사이틀이었다고 여겨진다.

사실 이날 공연은 선우예권의 지난 5월 16일부터 시작된 국내 전국 투어 일정, 울산 제주 수원 강릉 천안 광주 대구 경주 부산에 이어진 마지막 공연으로 잡힌 리사이틀이어서 투어 피로도로 누적된 공연이 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많이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첫곡 클라라 슈만 ‘음악 야회’중 제2곡 ‘노투르노’, 작품 6-2를 들으면서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선우예권은 첫곡 연주를 통해 더욱 성숙해있는 타건으로 본 공연이 우아하게 진행될 것임을 예고케하는 선율을 들려줬다.

선우예권 리사이틀을 최근 실황 연주로 본 것은 2017년 연말 두 번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기념 피아노 독주회를 예술의 전당 IBK홀에서 열었을 때다. 첫날 12월 15일 공연의 리사이틀이 한 곡 한 곡에 담긴 그의 진심과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선우예권의 비루투오소(virtuoso)적 연주자 면모를 보여줬다면 12월20일 IBK홀에서의 연주는 콩쿠르에 다시 출전하는 신인 같은 열정이 느껴졌다.

선우예권의 피아니즘을 다시 느껴보기 위해 그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CD앨범을 다시 꺼내 들었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세련되게 다듬어진 디테일의 승리가 곳곳에서 발견되는 음반이어서 선우예권이 지난 6월1일 꾸민 리사이틀의 선곡들, 클라라 슈만의 음악야회와 로베르트 슈만의 환상곡, 작품 17, 요하네스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제3번도 이런 연장선상의 공연으로 다가왔다.

조성진과 선우예권의 보이지 않는 관객몰이 레이스가 본격 시작됐다고 당시 공연을 보고 기사를 썼던 기억이 나는데 조성진하면 아이돌 같은 스타성으로 점철되는 인상이 짙다면 선우예권은 천천히 살아내는 연주자 같은 이미지로 내게는 남아있다. 이는 선우예권이 이미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와 방돔 프라이즈(베르비에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1위 수상,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윌리엄 카펠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를 비롯해 청중상과 체임버상, 인터라켄 클래식 국제음악콩쿠르 1위, 피아노 캠퍼스 국제콩쿠르 1위와 청중상, 플로리다 국제피아노 콩쿠르 1위등 무려 8회에 달하는 그의 국제콩쿠르 1위 입상이 한국인 피아니스트 최다 국제콩쿠르 우승기록임에도 역설적 이미지다.

로베르트 슈만의 환상곡, 작품 17도 이런 선우예권의 점진적 천천히 살아내는 연주자의 피아니즘으로 들었다. 선우예권의 피아니즘의 또 하나의 특징으로 꼽으라면 균형감각이 지적되곤 한다. 후반부에 연주된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제3번, 작품 5는 열정이 넘치는 열정적 연주와 청량감있게 들리는 피아니즘등으로 앙코르에서도 연주된 슈만의 헌정(Widmung) 때문에 선우예권의 피아니즘에 대한 헌정을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무대를 감상했다고 해야겠다.

저작권자 © 엔디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