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50년만에 주세 개편에 나서면서 맥주 가격이 내려갈 거란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맥주업계는 환영하는 입장이다. 반면 주세 개편의 혜택을 얻지 못하는 소주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오는 5일 당정협의를 통해 ‘주류 과세 체계 개편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개편은 1969년에 도입된 현행 종가세(가격 기준) 방식의 과세 체계를 종량세(무게·농도 기준)로 바꾸는 게 골자다. 기재부는 이르면 이달 중으로 주세 개정안을 발표한 뒤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 포함할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맥주나 막걸리 주세를 가격 인상 없는 선에서 올해 종량세로 개편하기로 했다”며 “소주 등 나머지 주세는 가격 인상 우려를 고려해 추후에 개편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의뢰한 종량세 연구용역에 따르면 맥주는 현행 주세 부담 수준(840.62원/ℓ)을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이 결과 국내 맥주의 주세 납부세액이 1.8%, 소규모 수제맥주의 납부세액이 13.88% 감소될 전망이다.

 

홍범교 조세연 연구기획실장은 “이번 종량세 개편으로 국산맥주 업계에 불리한 현행 조세의 중립성 회복, 국내 주류산업 경쟁력 강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현재의 ‘4캔에 만원’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며 “종량세로 전환할 경우 물가연동제 도입, 전면적인 개편 시 세율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올해 주세 개편에 따른 소주·맥주 등 주류 가격 인상이 없을 것”이라며 “종량세 전환에 따른 생맥주 가격 인상 요인이 없도록 생맥주 세율을 한시적으로 경감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다. 해외처럼 물가연동제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맥주업계에서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 회장은 “맥주와 막걸리 먼저 주세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용역 결과에 환영한다”면서 “연내 주세법 개정이 돼야 한다. 업계는 이번 정부의 결단에 사활이 달렸다”고 말했다.

 

가격 변화가 없거나 다소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막걸리업계도 환영하고 있다. 경기호 한국막걸리협회 수석부회장은 “종량세 전환에 대해선 찬성”한다면서도 “체제 개선에 앞서 전체적으로 규제개혁을 해 국내 주류가 세계적인 경쟁력 갖출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세 개편에서 제외된 데다 종량세 개편 시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우려되는 소주 업계는 종량세 개편에 난색을 표했다.

 

이종수 (주)무학 사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소주 시장에 대한 파급력은 연구가 전혀 없고 급작스럽게 50년 지속돼 오던 구조를 전환하는 것에 곤혹스러움을 느끼고 있다”며 “소주에 종량세를 도입하면 소비자의 피해는 무엇일까 고민해야 한다. 과세체계 전환을 소주까지 확대하는 것은 다시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태 한국주류산업협회 회장은 “종량세 전환의 문제는 술값이 올라갈 것인가 하는 부분”이라며 “부작용을 잘 감안해 조정 방안을 마련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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