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수익의 핵심인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비용을 뺀 것)이 하락하면서 정유사들의 수익성도 크게 악화됐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의 주가가 대폭 떨어져 시가총액도 한 달 새 10% 가량 줄어들었다. 다만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날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은 15조 2568억원에 그쳐 지난달 30일 16조8750억원보다 1조6182억원 줄었다.

 

에쓰오일(9조2656원)과 GS칼텍스의 실적이 연결로 반영되는 GS(4조6922억원)의 시가총액도 같은 기간 각각 1조1145억원 및 1394억원씩 축소됐다. 한 달 새 정유 3사의 시가총액이 3조6524억원(11.1%) 감소한 것이다.

 

주 원인은 정제마진 하락으로 거론된다. 정유·증권업계에 따르면 5월 넷째주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지난주와 같은 배럴당 2.8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이 배럴당 2달러대를 기록한 건 2월 셋째주 이후 세달 만이다. 4.9달러를 기록한 3월 넷째주와 비교하면 반토막이다. 업계에선 정제마진이 배럴당 최소 4달러 이상은 돼야 수익이 난다고 본다.

 

이 때문에 1분기 흑자로 돌아선 정유사 실적이 2분기에 다시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분기에는 원유 도입 시점보다 제품 출하 시기의 가격이 높아 재고평가 이익이 발생해 흑자로 전환했는데, 지금은 국제유가도 떨어지는 상황이라 2분기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 석유제품의 공급은 증가하는데 미국·중국 무역 분쟁으로 석유제품 수요는 감소하고 있어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동안 정유 실적이 안 좋으면 석유화학 분야에서 실적을 내 상쇄했는데 지금은 그것도 기대하기 어려워 2분기 실적 개선은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 하반기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내년부터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세계 모든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 기준을 현재의 3.5%에서 0.5%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선박회사들은 저렴하지만 황 함량이 높은 벙커C유를 저유황 연료로 대체해야 해야 한다. 정유업계는 해운사들이 기존 선박 교체 등 자본을 투자하는 대신, 저유황 선박유 구매를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경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정제마진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27일 조경목 SK에너지 사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석유화학 사업의 업황을 묻는 질문에 "IMO 환경 규제에 따라 디젤 및 경질유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정제마진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도 저유황유 비중을 늘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1조원을 들여 울산에 친환경 저유황유 생산설비인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구축하고 있다. 하루 4만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대규모 탈황설비와 고도화 설비로 저유황유 생산을 크게 늘리는 추세다. 에쓰오일은 잔사유 고도화설비(RUC)와 올레핀다운스트림복합단지(ODC)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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