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학교별 수학여행이 체험 위주의 교육여행으로 바뀌면서 농촌체험마을이 인기다. 아이들은 농촌체험마을을 방문해 천연 염색 티셔츠와 향초, 꽃차 만들기와 향토 음식 체험, 농장 일손 돕기 등 농촌 문화를 경험하고, 자작나무 숲 등 지역의 관광명소 탐방과 모험레저·스포츠 체험도 즐긴다. 옛날 기성세대의 어린 시절의 농촌풍속도와는 사뭇 다르다. 
  초등학교 시절, 마을에서 학교까지 가려면 이 십리 길을 걷고 뛰어야만했다. 굽이굽이 산등성이를 돌아 꾸불꾸불한 논둑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학교지붕이 희미하게 보였던 기억이 난다.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에 중간치기 하기에 적당한 감나무 골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곳은 자연이 선물한 놀이터였다. 지금이야 2차선 아스팔트길이 정든 시골길을 대신하고 있지만, 70년대 등하교 길의 풍경은 그야말로 어머님 숨결처럼 따사롭기만 했다. 
  잠시 사무실 창밖에서 불어온 바람이 살짝 뺨을 스치더니, 이어 달리기를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시골학교 운동회 속으로 푹 빠지게 만들었다. 아마 어릴적 운동회가 맞을 것이다. 염색한 청백 띠를 이마에 두르고 줄지어 이동하며 차례를 기다리는 모든 행동에서 단 한 아이도 옆으로 삐져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분명 운동회 연습을 많이 한 모양이다. 전체가 지켜야 하는 어떤 규율에 따르려고 모두들 부지런했다. 이 같은 약속 지키기가 저절로 이루어졌을까? 그렇지는 않다. 그것은 철저히 연습한 결과였다. 그리하여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틀을 만들어 낸 것이다. 
  운동연습이 어떤 일에 능숙해지기 위한 단순한 되풀이라면, 학교교육은 운동연습으로 얻은 능숙한 움직임을 창조해 낸 것이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정해진 순서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반면 도시아이들은 다르다. 올봄 조카 녀석들의 운동회를 보면서, 시골 초등학생들의 운동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운동회 연습은 시골아이들 못지않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줄에서 옆으로 벗어난 아이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사실 도시 아이들은 컴퓨터와 지내는 시간이 많고 방과 후에도 각종 학원 수강으로 공부에만 매달리다 보니 서로 어울려 마음껏 뛰어 놀만한 시간이 많지는 않다. 
  이처럼 한창 나이에 제대로 놀지 못하고 공부에만 쫓기다 보니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메말라가고 심지어 학교폭력 등 여러 가지 청소년 문제도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도시 아이들의 놀이문화와 정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농촌체험 학습이다. 비록 도시에 살지만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자연과 가까이 만나게 해주고 싶은 부모들이 늘어가고 있다. 아이들은 처음엔 진흙탕에 들어가려 하지 않지만, 나중엔 아예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말랑말랑한 진흙의 촉감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이러한 농촌체험 학습의 교육적 가치를 높이 평가해 초등학교의 70% 가량이 농사체험 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오래전부터 농촌체험 학습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종합학습시간’이라는 과목을 신설, 정규 교육의 하나로 편성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학교 교육차원에서 그리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1교1촌 운동’이 초·중·고교로 확대되어야 한다. 특히 ‘도시 청소년과 어린이’ 대상에 맞는 농촌문화체험 농촌자원봉사 등 프로그램도 적극 개발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이 선물한 농촌놀이터가 복원되어야 한다. 옥수수 따고, 개구리도 잡고, 콩도 구워먹고, 냇가에서 물장구 치고, 처음 보는 아이들도 금세 친해지는 아름다운 곳, 편안하고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곳, 연인이랑 친구랑 함께 있으면 사랑과 우정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곳, 부모 같은 사람들과 즐겁게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곳, 할아버지랑 할머니께 손자나 손녀가 되어드리는 곳, 낮선 사람끼리도 대화의 끈을 연결해 주는 곳, 농촌이 그리운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라도 가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되는 곳, 
누구나 그런 농촌을 좋아하게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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