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군 특집/ 한국양봉협회 청송지부 이태연 지부장

- 매일 새벽 3시반 기상, 벌과 함께 해 온 27년
- 11월 중순까지 로얄젤리 생산 가능한 유일한 농가일 것
- 청송 사과꿀, 로얄젤리 브랜드화, 체험공간까지 발전시켜나갈 것

 

새벽 3시 반. 이태연 지부장의 일과가 시작된다. 벌통 곁에서 당일 해야 할 리스트를 작성하고, 완료될 때까지는 쉬지 않고 일한다. 27년 간 그는 벌로 시작해 벌로 끝나는 하루하루를 살아오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는 2년간 벌들 곁에서 텐트를 치고 거주하기도 했다. 벌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벌의 소리를 듣고 기록했다. “이제는 벌통 안의 소리만 들어도 건강상태 확인이 가능하다. 집집마다 사연이 다르듯이 벌통도 마찬가지다. 각통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나는 그 모양과 소리를 보며 적합한 조취를 취해 준다” 전국의 수많은 양봉 농가를 찾아 인터뷰 해 왔지만 이토록 벌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벌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살아온 그의 인생은 너무나도 파란만장했다. 이야기를 듣다가 1시간이 훌쩍 지나갔을 정도. 

처음 양봉을 시작하게 된 것은 27년 전. 양봉을 하시던 아버지가 병환으로 쓰러지시고, 건강을 되찾는 동안 잠깐 도와주려던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그저 벌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따는 그다. 조그만 벌들이 어떻게 모여 꿀을 만들어 내는지 그 과정이 궁금해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기술을 배웠다. 우수 양봉 농가를 찾아가 1년 동안 전국을 따라 다니며 배웠다. 1년간 직장생활 하며 모았던 돈도 모두 쏟아 부었다. 90년대 초반, 그가 갓 20대 때의 일이었다. 

 

벌에 미쳤던 인생, 새로움에 도전하고 도전하다
도시에 사는 그의 친구들은 도시로 오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27년 동안 양봉을 하며 힘든 순간도 많았다. 그러나 그는 “대한민국 양봉인들이 결코 하지 않았던 것들을 시도하고 도전해 왔다. 이런 고생들이 하나하나 완성이 되어가면서 지금 이 자리에 오지 않았나 싶다”라고 회상한다. 
 
이태연 지부장은 주로 로얄젤리를 생산한다. 클레오파트라와 교황 등이 즐겨 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효능이 탁월해 슈퍼푸드로 알려진 로열젤리지만 여왕 애벌레가 만든 벌집에서 극소량만 수확할 수 있고, 그 과정이 워낙 까다로워 실제 행하는 농가는 손에 꼽는다. “로얄젤리 생산은 전문적으로 하려면 기술, 기법, 인내, 체력, 자기와의 약속이 필요하다. 벌을 키우고, 꿀 뜨고, 화분 받고, 벌을 분양하는 내용들은 너무 쉬워 누구나 1년이면 할 수 있다. 그러나 로얄젤리는 1년 배워서는 윤곽도 잡을 수 없다. 3년을 집중해서 배워도 할 수 없다” 그 로얄젤리 생산을 위해 그는 10년 넘게 준비했다. 선배 양봉인이 해 왔던 모든 기술과 기법에 의존하지 않고, 답습하지 않았다. 늘 새로운 것을, 자신만의 것을 시도하고 또 시도했다. 혼자 기술을 개발하고, 습득하는 외로운 삶이 이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2008년 정도에 기법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 누구도 감히 할 수 없었던 복합산물생산을 최대 다수로 올렸다. “11월 중순까지 로얄젤리 생산 가능한 농가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할 것이라고 자부한다. 수익은 3년 만에 다 보상을 받아냈다. 지금까지 흘러온 과정이 이 결과를 위한 것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핀란드 산 ‘파라다이스허니사’의 벌통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벌통이다. 가격이 일반 나무 벌통의 3배 수준으로 비싼 편이지만 그 만큼 높은 수익을 준다. “일반 벌통은 겨울 추위를 이기기 위해 포장이 필요하다. 이 벌통은 보온이 잘되고 시원해 꿀 생산기간이 1달 반 정도 늘어나며 연중 무포장으로 활용할 수 있어 노동력 절감 효과가 크다. 또한 안정된 온도에서 자라다 보니 생산 속도 빨라진다” 실제 핀란드 업체에서도 이태연 지부장에게 답사를 와서 보고 그의 세계 최고 품질이라고 평가 했다. 세계양봉대회 때 자재 출품을 나갈 때 홍보 브로셔에 이태연 지부장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청송 지역 양봉농가 수익 증대 위한 체계화 앞장서
도전은 결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또다시 그다음 숙제를 향해 다음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벌이 많고 적음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얼마나 작은 벌로 많이 생산, 벌 통해 얻어내서 소득화 시킬 것인가. 그 고민을 세부적으로 나눠서 관련해 전문가들을 계속 만나고, 의논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청송 지역 양봉농가 수익을 위해서도 앞장서고 있다. 청송사과를 활용한 사과꿀을 브랜드로 만들고 각종 산물들을 고가에 판매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있다. 자체적으로 교육비 만들어 양봉 교육 지원도 하나하나 완성 시켜 나가고 있다. 또 청송군에 로얄젤리를 특화시킬 목적으로 군수님과 논의도 해 나가고 있다. 사과꿀, 그를 활용한 식초, 로얄젤리 1차 가공해서 3차 가공할 수 있는 시스템 만들고, 체험 가능한 6차 산업까지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이상기후로 양봉 농가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올해도 많은 꿀벌이 정상적인 성장에 실패한 상황. 대부분 농가들이 포기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 의논하고 고민했다. 그런 그에게 든 생각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라는 것이었다. 과감하게 지금까지 했던 것을 다 버리고 다른 방향으로 새로 시작했다. 그 결과 원래보다도 더 빠른 생산속도로 성공할 수 있게 됐다. 그는 포기한 농가들을 시간 나는 대로 찾아가서, 후배들과 가서 다 같이 작업을 도왔다. “나 혼자 벌을 잘 키우면 양봉은 힘이 없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기법으로 대한민국 양봉 전체를 키울 수 있다고 믿는다. 내 노력의 산물을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으면 된다. 나도 절실함을 가지고 시작했던 것이라, 내 것이 아니라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나누고 있다” 그는 이런 마음으로 후학도 가르치고, 오랜 노력의 결과로 얻은 기술도 무료로 전수해 주고 있다. 

그는 벌을 키우며 단순히 꿀을 얻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벌과 대화해 보면 ‘너무 욕심 내면 안된다’, 그리고 매번 다른 결과로 ‘니가 아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벌을 키울수록 알게 되는 것이 많아 벌에게 항상 고맙다”고 말하는 그 덕분에 청송의 양봉과 전국의 양봉은 앞으로 진일보 해 나가지 않을까. 확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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