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백신이 고가의 아기들에게 접종하는 결핵 예방 백신을 많이 팔기 위해 국가 무료 필수 백신의 수입을 중단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백신의 불법 행태를 적발, 약 10억원의 과징금을 물리고, 검찰에 고발했다.

 

17일 공정위에 따르면, BCG 백신을 수입·판매하는 한국백신이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국가 무료 필수 백신인 피내용 BCG 백신 수입을 중단해 부당하게 독점적 이득을 편취한 행위가 적발됐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9억9천만원을 부과했으며, 한국백신과 임원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BCG는 영·유아와 소아의 중증 결핵을 예방하는 백신이다. BCG 백신은 접종방법에 따라 주사로 접종하는 피내용 백신과 도장형인 경피용 백신으로 분류된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피내용 BCG 백신을 국가필수 예방접종 백신으로 지정해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BCG 백신 시장은 엑세스파마는 피내용 BCG 백신을, 한국백신은 주로 경피용 BCG 백신을 수입해 판매하는 전형적인 복점시장이다.

 

그런데 2015년 피내용 백신을 생산하던 덴마크 회사가 민영화를 통해 매각되면서 피내용 백신 생산이 크게 줄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2016년 3월 일본의 백신 회사인 JBL사의 피내용 BCG 백신의 국내 공급권을 한국백신에 부여했다.

 

한국백신은 질병관리본부의 요청으로 2016년 8월 2017년도 피내용 BCG 백신 2만세트 수입 계약을 JBL과 맺었다.

 

그러나 2016년 9월 주력제품인 경피용 BCG 백신의 판매량이 급감하자 한국백신은 피내용 BCG 백신 수입 주문을 일방적으로 줄였다.

 

당시 경피용 BCG 백신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월별 판매량이 8월 2만3천394세트에서 11월 1만2천242세트로 급감한 것이다.

 

한국백신은 2016년 10월 JBL사에 피내용 BCG 백신 주문량을 1만 세트로 축소하고, 그해 12월에는 수정된 주문량 1만 세트도 더 축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나아가 2017년에는 피내용 BCG 백신을 전혀 수입하지 않았다.

 

한국백신은 주문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질병관리본부와 전혀 협의하지 않았고, 취소한 이후에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

 

결국 피내용 BCG 백신 공급이 중단됐고, 질병관리본부는 신생아 결핵 예방에 차질이 없도록 2017년 10월부터 작년 1월까지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에 대한 임시 무료 예방 접종을 시행했다.

 

이후에도 피내용 BCG 백신 공급이 계속 중단돼 임시 무료예방접종을 작년 6월까지 5개월 연장하기도 했다.

 

이 기간 경피용 BCG 백신 사용량과 BCG 백신 전체 매출액이 급증하면서 한국백신은 독점적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피내용 BCG 백신을 선호하는 신생아 보호자들은 경피용 BCG 백신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국가가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을 무료로 지원해주면서 140억여원의 예산이 추가로 투입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부당한 출고 조절행위에 대한 제재 조치는 1998년 신동방의 대두유 출고 조절 사건 이후 약 20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라며 “신생아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백신을 대상으로 한 독점 사업자의 출고조절행위를 최초로 제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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