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의 총수(동일인) 지정이 늦어지면서 삼남매 간 경영권 다툼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총수가 될 것으로 보였으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반발하고 있다는 설이 제기되고 있다.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가 경영권을 노리고 있어 만약 조 사장으로의 경영권 이전이 순탄치 않을 경우 한진그룹은 심각한 혼돈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초 오는 10일로 예정됐던 2019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발표를 오는 15일로 닷새 연기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한진이 차기 총수 변경 신청서를 8일 현재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발표 연기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총수는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인물을 가리키는 것으로, 지난해 기준 삼성그룹 총수는 이재용 부회장, 롯데그룹 총수는 신동빈 회장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진 측이 총수를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총수 변경 신청을 못 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상 내부적으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 발표 직후 한진그룹 관계자들은 “공정위에 제출할 서류 준비가 늦어져 못 내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재계 관계자는 “가족 내부의 내밀한 경영권 다툼인 만큼, 회사 안에서도 최측근 극소수만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초 한진그룹은 조 전 회장 별세 8일 만에 장남인 조원태 사장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경영권 승계가 순탄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비쳐졌다.

 

그러나 이날 공정위 발표로 삼남매의 경영권 분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대한항공과 진에어, 정석기업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현재 한진칼은 고 조 전 회장이 지분 17.84%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 외 조원태 사장(2.34%)과 조현아 전 부사장(2.31%), 조현민 전 전무(2.30%) 등은 각각 지분이 3% 미만에 불과하다.

 

조원태 사장이 한진칼의 회장직을 맡더라도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미미한 데다 조 전 회장 지분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두 자매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조원태 사장의 경영권 확보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2000억원대로 추산되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한진칼 지분 일부를 처분해야 할 수도 있어 자칫 조 사장뿐 아니라 한진가가 그룹 경영권을 놓칠 위험도 존재한다.

 

한진칼 2대 주주인 사모펀드 KCGI가 지분을 14.84%까지 늘리며 경영권 견제에 나서고 있는 것도 한진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한진그룹은 공정위 발표 직후 "기한 내에 총수를 지정하겠다"는 문서를 부랴부랴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15일까지 한진그룹 총수가 지정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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