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무의식적으로 자기에게 편리하게 이유를 대는 것을 합리화(Rationalization)라 한다. 일반적으로 변명이라고 말하며 “나는 학벌이 좋지 않아서 성격이 소극적이다”, “시험문제를 이상하게 내서 성적이 좋지 않다” 등으로 자신의 행동이나 태도를 탓하지 않는다. 남 탓 혹은 주변 환경 탓으로 돌려버리는 일종의 방어기제이다.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는 인간이 불안을 느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의식적인 방법이다.

 

본질적인 것은 무시하고 자기 방어의 목적으로 변명거리를 만든다

자기 합리화와 자주 혼용되어서 쓰는 말이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이다. 인지부조화는 1957년 미국 심리학자인 레온 패스팅거(Leon Festinger)가 주장한 이론이다. 패스팅거는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 하는 존재라 믿고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조화로운 상태를 원한다. 불균형이나 불일치 상황은 인간을 심리적으로 긴장상태로 이끈다. 불쾌감과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안정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행동하는 것이 부조화다. 둘은 차이가 있다. 인지부조화는 자신의 행동과 하고자 했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에 불쾌함을 느낀다. 그래서 자신의 태도를 바꾸며 왜곡시킨다. 그 후에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자기합리화 방식이다. 자기합리화는 인지부조화와 상관없이도 나타날 수 있기에 둘이 완전히 같은 의미라고 볼 수 없다. 다시 말해 불쾌감을 경험하는 동안 부조화를 줄이거나 제거하는 방법으로 합리화를 쓴다. 행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태도나 인지를 바꾼다는 것이다. 자기에게 편리한 방법으로 말이다.

아기의 분유 값이 없어 물건을 훔치다가 잡혔다. 절도를 인정하기 보다는 ‘돈도 없고 아기가 굶는데 어쩔 수 없었어...’ 라며 자신에게 유리한쪽으로 태도를 왜곡시킨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절도는 절도다. 이렇게 부조화 뒤에 따르는 정당화 행동이 절도를 저지른 행위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더 포커스를 맞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문제며 환경 탓으로 돌려 합리화시키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쉴 새 없이 먹는 행동을 반복한다고 하자. 먹는 것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건 칼로리가 낮아서 괜찮아’ 라고 말하며 음식을 계속 섭취한다. 패스팅거는 “인간은 자신의 마음속에 양립 불가능한 생각들이 심리적 대립을 일으킬 때, 적절한 조건에서 자신의 믿음에 맞추어 행동을 바꾸기 보다는 행동에 따라 믿음을 조정한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칼로리가 낮다고 말하면서 음식을 섭취해야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정당화 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합리화는 때에 따라서는 필요하며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합리화를 사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자기중심적이라 할 수 없다.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합리화는 상대방을 설득할 필요가 없다. 삶에 있어서 합리화는 꼭 필요하다. 반복적이고 저항할 수 없는 상처 앞에서 무조건 자책하고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좋지 않다. 모두 내 탓으로 돌려 항상 문제를 너무 직면하려고만 한다. 적당한 합리화는 좌절하고 비난하는 것으로 자신을 탓하기 보다는 내 삶을 변호하려고 노력한다. 삶을 열심히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합리화는 두 가지 전략으로 분류된다.

첫 번째로 신포도 형이다. ‘여우와 신포도’ 라는 이솝우화에서 유래되었다. 어느 날 배고픈 여우가 길을 가다가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맛있는 포도를 발견한다. 하지만 다리가 짧은 여우는 열심히 뛰어보지만 포도나무가 너무 높아 손이 닿지 않았다. 그러자 여우는 “어차피 저 포도는 시고 맛이 없을 거야” 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합리화를 사용하지 않으면 여우는 좌절했을 것이다. 다리가 짧은 자신을 탓하거나 다리가 긴 동물들과 비교하며 우울감에 빠졌을 것이다. 반면 어차피 포도는 시고 맛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굳이 그 포도를 먹을 이유는 없다. 자신이 문제가 아닌 타인 즉, 포도나무가 문제인 것이다. 포도나무가 문제이기 때문에 자신이 상처받을 이유는 없다. 적당한 자기보호의 합리화는 필요하다. 합리화 기제를 높게 사용하는 사람은 자신의 문제점을 보지 못한다. 타인의 이야기를 무시하고 무조건 자신의 이야기만을 정당화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달콤한 레몬 형이다. 결과가 볼품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할까봐 간절히 원했던 결과라고 이야기 하는 전략이다. 어떤 여자가 애인으로부터 아주 값이 저렴한 손수건을 선물 받았다고 하자.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애인이 돈이 없나봐. 저런 싸구려를 주고’라고 말했을 때의 여자의 반응이다. ‘맞아 우리 애인은 돈이 없어’라고 인정하기보다는 ‘아니야. 이거 내가 정말 갖고 싶었던 손수건이야’ 라고 합리화를 시킨다. 그래야 자신이 덜 상처받고 무시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3가지 뿐 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방법이 아니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은 가장 무의미한 행위다.” 오마에 겐이치의 말이다. 결국 행동이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변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합리화는 인간에게 있어서 필요한 방어기제이다. 다만 적당히 사용하자. 뭐든 과하면 탈이 나는 법.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심각할 정도의 합리화 방어기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자신으로 인해 주변사람이 곤란하거나 힘들다는 것도 알지 못한다. 편리한대로 자신의 행동을 무조건 정당화 시키지 마라. 무엇이든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성숙한 사람이 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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