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긴장감 낳게 한 말러교향곡 6번 비극적 하이라이트

내가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을 접한 것은 1991년 11월 7일 스위스 국가창설 7백주년 기념사절로 앙세르메의 후계자로 음악감독겸 상임지휘자 아민 요르단의 지휘로 내한공연을 가졌던 것과 2014년 7월15일 가즈키 야마다 지휘의 두 번째 내한공연에 이어 올해 4월 내한공연이 세 번째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를 접한 내한 공연의 음악감상이다.

가장 최근의 내한공연이었던 2014년 7월의 두 번째 내한공연의 기억은 서곡 아르투르 오네거의 '퍼시픽 231'부터 시계 톱니처럼 정밀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과거 23년간 잊혀져있던 흔적을 거두듯 신선한 체험을 느끼게 하며 완벽한 앙상블과 정교함을 청중에게 선사한 기록으로 남아 있다. 후반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세헤르자드> Op.35는 악장 바이올리니스트의 처연하고 애소하는 듯한 세헤르자드 주제 선율의 카덴차와 하프연주의 아름다움이 연주 내내 사로잡은 연주로서 관객이 비루투오소의 연주에 쓰릴을 느꼈고 특별무대의 매력과 에너지에 휘감싸였다는 표현이 전혀 무색하지 않을 무대였다

올해 2019년 지난 4월7일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가진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과거 28년전의 연주를 회고해보더라도 예전의 스위스 로망드 사운드가 아니었다. 지휘 조나단 노트의 폭주에 가까운 사납게 질주하는 지휘가 극도의 긴장감을 낳게 한 말러교향곡 6번 비극적이 이날의 하이라이트로서 말러 작품에 대한 조나단 노트만의 강인하고 명확한 해석이 말러교향곡 제6번의 비극적 연주를 다시금 인상깊게 했다.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의 페이스북은 서울에서의 자신들의 연주에 대해 “지난 밤의 대단히 많은 위대한 기억들! 서울은 엄청났다. 웅대한 콘서트홀, 놀라운 청중, 그리고 말러교향곡 6번 비극적 연주에 이은 관객의 기립박수. 음악을 만들기 위한 최상의 가능 조건(So many great memories from last night ! Seoul was incredible. A magnificent concert hall, an amazing audience and a standing ovation after Mahler's 6th. The best possible conditions to make music!) 이었다며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손열음의 로베르트 슈만 피아노협주곡은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피아노 협주곡으로서 아름답고 로맨틱한 정서를 표출하는 농익은 연주로 빚어낸 초봄의 싱그러운 연주를 느끼게 했으나 일면에선 광녀같은 그녀의 폭발적 피아니즘을 연상하는 클래식팬이라면 다소 아쉬움도 있었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 광녀(狂女)같은 연주의 마무리로 긴 커튼콜을 받은 지난해 평창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오보랩을 떠올리면서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손열음 공연은 최근 거의 빠짐없이 들었다. 2012년 5월 27일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와의 협연에서 모차르트의 교향곡 39번 E플랫 장조 K. 543을 연주한 것을 필두로 2012년 11월 6일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와의 쇼스타코비치 피아노협주곡 1번의 협연은 머지막치 연주 기억으로 남아있다.

프로코피예프하고 쇼팽처럼 완전히 색다른 작곡가들이 안배되고 알캉이나 카푸스틴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들의 작품들이 연주되며 2013년 3월 재기 발랄한 레퍼토리와 자신감 넘치는 연주로 관객을 매료시킨 첫 피아노 리사이틀에 이어 수원 SK아트리움 개관기념 손열음 피아노 리사이틀에서의 “광인(狂人)적 타건의 제스처로 스타성과 실력을 동시에 확인케한 연주, 그리고 2014년 6월 NKH심포니와의 내한공연시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협주곡 제3번이 그 직접성과 서정성으로 인해 현대 피아노협주곡의 백미로 불려지고 있는 만큼 손열음이 화려하고 폭발적인 코다로 돌진하는 연주에서 특히 압권의 피아니즘으로 고양된 최고 열기의 연주를 보이며 지휘 히로카미 주니치와 최고 절정의 순간을 연출하던 장면등은 현장 연주에서만 볼 수 있는 압권의 하이라이트들이었다.

2014년 9월 고양어울림누리에서 있었던 카렐 마크 시숑의 도이치방송교향악단과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제1번등의 무대도 곡의 성격상 그 웅장함이 손열음의 피아니즘 스타일과 어울렸던 것에 반해 올해 스베틀린 루세브와 협연한 슈만/로망스 Op.94중 2번의 앵콜무대는 따뜻한 음색으로 초봄을 수놓은 것이 인상적 기억으로 남을 듯 하다.

서구 오케스트라 하면 독일이나 프랑스, 영국의 오케스트라 일색인 것을 생각하는 것이 관행이다 싶은데 스위스 로망드는 투명하고 명징한 음색과 치밀하고 정교한 짜임새를 특징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다시금 이런 판단을 뒤엎는 연주를 들려주고 가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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