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베틀라노프 심포니 예사롭지 않은 러시아 사운드 펼쳤다.

러시아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다시 보고 새롭게 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달 3월 30일 수원 경기도 문화의 전당 대극장과 4월2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가진 러시아 국립 스베틀라노프 심포니를 통해서 말이다.

최근 모스크바필이나 상트 페테르부르크 심포니 내한공연을 통해 서구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의 세련됨이나 만족감을 개인적으로 못느껴 왔었다. 그런데 러시아 국립 스베틀라노프 심포니의 공연을 수원과 서울에서 연이어 들으면서 러시아 오케스트라 앙상블의 질감에 대한 느낌이 싹 바뀌었다.

왜 그런 걸까? 우선 서울에서의 공연을 짚어보자면 스베틀라노프 심포니는 신비롭고 매력적인 낭만화음의 스크라빈의 첫 관현악 작품 ‘몽상’부터 예사롭지 않은 사운드를 간직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안동이나 수원등의 공연과 달리 중앙인 서울에서의 공연은 내한 연주단체 연주자나 관객 모두 비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각에서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제1번을 연주한 백건우는 웅대하고 강렬한 악상에 흥분할 수 있음에도 침착하고 섬세한 타건이 돋보인 것처럼 보였다. 과하지도 흥분하지도 않고 충만한 냉정함이 수원에서와 같이 공연 내내 지배했다.

잘 알다시피 백건우는 6년만의 신보 쇼팽: 녹턴 전집을 내고 올해 3월부터 국내에서 지방 순회 공연중이다. 통상적으로 배치하는 작품 번호순서가 아닌 서사적 트랙 배치를 통해 완성된 그의 두 개 CD 음반을 들으면서 CD2의 가장 귀에 익은 No.20등 피아노 소리 자체가 예술이 되는 터치를 구현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백건우가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으로 스베틀라노프 심포니와 협연을 가진 것은 그의 초심을 읽을 수 있었던 한 페이지 무대였다고 봐야한다.

다양한 종류의 색을 지닌 멜로디를 갖고 있는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뒤셀도르프 국립음대 교수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쉥크가 소리얼필하모닉과 협연한 4월6일 롯데콘서트홀 무대도 메인 프로그램이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과 교향곡 5번으로 같았다. 쉥크가 등을 의자받이에 수직으로 세우며 건반과 멀리 떨어져 투박히 연주하는 스타일이라면 백건우는 건반의 구도자다운 건반에 밀착해 아름답고 섬세한 감성적 연주를 지향하는 점에서 백건우의 연주는 시적인 측면의 음악적 감동이 더 컸다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사족이지만 이날 지휘봉을 잡은 유럽에서 활약중인 한국출신 여성지휘자 권현수는 마치 발레하듯 가녀린 지휘가 신선, 성시연 여자경 장한나등의 이름이 떠오르는 국내 여성 지휘자 포디엄에서 새롭게 스포트라이트를 계속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스베틀라노프 심포니의 후반부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의 연주도 지난 4월초부터 시작된 올해 제30회 교향악축제 대구시향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연주가 응축되지 못한 분산된 느낌으로 출발됐음에 비춰 아르망 티그라이얀의 카리스마는 물론 깔끔한 지휘 스타일과 디테일에 대한 주목으로 새로운 만족감을 준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 연주였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지방연주를 어쩌다 감상하러 가다보면 중간 악장마다 관객의 박수소리가 터져나오는등 어수선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는데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 참석한 수원 클래식 애호가들의 수준도 많이 높아져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어서 새삼 흐뭇했고 만족감을 안고 집으로 돌아간 러시아 사운드로 남아있을 것 같다. 시간이 되면 스베틀라노프 심포니의 가장 특별하고 유명하다는 예프게니 스베틀라노프가 지휘한 ‘러시아 교향곡 전집’을 사서 들어봐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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