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의 잔향이 긴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3번과 따뜻한 짐머만의 연주 마무리 인상 깊어

최근 폴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 리사이틀중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공연을 꼽으라면 2017년 10월의 라파우 블레하츠 내한공연에 이어 올해 3월 하순의 크리스티안 짐머만 피아노 리사이틀이 그 뒤를 잇는다.

3월22일 금요일 저녁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짐머만 피아노 리사이틀 첫날 공연은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3번의 음향의 잔향이 긴 I. Allegro maestoso에서부터 관객의 꽤나 긴장된 엄숙한 분위기가 완연했다. 한결 여유로워진 쇼팽 4개의 스케르초에선 관객의 귀에 제일 익숙한 No. 2를 들려준 것을 비롯, 기본적으로 쇼팽 스케르초의 표정이 침울하고 우수와 동경의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다는 시각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짐머만의 연주 마무리가 인상 깊었다.

4개의 스케르초와 어떻게 흥미롭게 대비될지 구매해 들은 크리스티안 짐머만이 1987년 녹음해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1988년에 발매된 쇼팽의 4개의 발라드는 듣는 이들에게 순수한 음악적인 서사만을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긴 쇼팽의 해석을 짐머만이 따른 느낌이다. 듣는 이들을 단번에 사로잡는 <발라드 1번>의 매혹적인 서두가 흡사 30대 초반의 라파우 블레하츠의 연주를 듣는 듯 해서 ‘뱃노래(Barcarolle) op. 60번’, ‘판타지(Fantasie) op. 49번’ 연주가 포함돼 담겨있는 음반을 통해 예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젊은 시절 짐머만의 피아니즘을 감상할 수 있어서 다분히 흥미로웠다.

<발라드 3번>이 보다 온화하고 다정한 반면 <발라드 4번>은 네 개의 발라드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힌다는 해설자 데니스 매튜스의 코멘터리처럼 짐머만의 피아니즘이 젊은 시절부터 탁월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음반이다. 그런 면에서 거의 30년이 지나 지난해 베를린필과 사이먼 래틀 지휘로 녹음된 그의 불안의 시대(Bernstein, The Age of Anxiety)는 짐머만의 피아니즘이 원숙기에 접어든 것으로 꼽을 만 하다.

이번 크리스티안 짐머만의 개인 피아노 리사이틀을 통해 교향악단과 협연에 의해 번스타인의 교향곡 제2번 불안의 시대를 짐머만이 연주하는 것과 독주회를 통해 드러나는 짐머만의 피아니스트로서의 연주는 많이 다른 점을 관객들은 감지했을 것이다.

번스타인의 교향곡 2번 ‘불안의 시대’의 독특한 점은 단순히 피아노 독주자와 교향악단을 한 무대에 세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전음악의 전통과 재즈의 음상을 하나로 융화시켰다는 점에 있는 것으로 적시되고 있다. 지난해 발매된 크리스티안 짐머만의 베를린필과의 불안의 시대 음반은 더욱이 세계 최고의 지휘자이자 교향악단인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필과 협연한 터라 일견 짐머만의 피아노 연주기량이 협연의 대칭점의 연장선상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던 음반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크리스티안 짐머만의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3번과 쇼팽의 4곡의 스케르초 피아노 리사이틀은 독주자로서의 짐머만의 피아니스트중의 피아니스트 다운 기량과 면모를 국내 피아노 리사이틀 애호가들이 모처럼 확인할 수 있었던 최고 피아니스트의 피아니즘을 보인 흔치않은 독주회였다고 여겨진다.

저작권자 © 엔디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