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필하모닉 100주년 기념 페스티벌 in Seoul 3월16일 공연

전날보다 차분한 말러교향곡 1번 거인 연주였다.

필자가 구스타보 두다멜의 지휘 모습을 직접 본 것은 11년전인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와 내한해 공연을 펼친 2008년 12월초 겨울 초입의 서울과 성남 아트센터에서의 기적과 같은 두 번의 공연에 이어 2015년 3월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Tragic)의 지휘 모습이다.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서울과 성남아트센터에서 악기를 흔들어대고 어깨춤을 들썩이며 객석을 향해 점퍼를 던지는등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신선한 풋풋함과 정열을 뿜어대던 때와는 두다멜이 많이 강해져 돌아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4년전의 두다멜은 구조의 명확성과 인상적 디테일, 그리고 변화하는 템포와 갑작스런 다이내믹의 변화등이 두다멜의 상상력에서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친화력이 최대 강점인 두다멜의 변신이 유감없이 표출된 LA필하모닉의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 연주였었다.

두다멜이 거인같은 현현화(顯顯化)된 지휘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때문에 1주일 전 같은 무대에 섰던 런던필의 긴장에 이어 올해 들어 국내 클래식팬들에게 팽팽한 긴장감이 넘치는 두 번째의 클래식 무대를 제공한 점이 인상깊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유자 왕과 누가 히어로가 될지 개인적으로 관심있게 지켜봤는데 두다멜이 유자 왕보다 서울 무대의 스타덤으로 꼽아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 개인적으로 든다. 이는 유자 왕이 3월15일 첫날 무대의 초록색 드레스의 파격적 의상으로 슈만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하던 것보다 이튿날인 3월16일엔 거의 신작에 가까운 존 애덤스의 피아노협주곡 ‘모든 좋은 곡은 반드시 악마의 차지인가’를 거의 처음 관객에게 선보이는 무대가 됐던 탓이다. 때문에 유자 왕이 2018년 6월 베를린 리사이틀에서의 실황 녹음 앨범 프로코피에프와 라흐마니노프, 스크리아빈, 리게티등의 음악을 기대했던 클래식팬들이라면 다소 생소한 피아노협주곡이 됐을 수도 있겠다.

더블베이스가 왼쪽에 배치되며 열정적이고 다이나믹한 지휘로 다소 흥분한 말러교향곡 제1번을 두다멜이 첫날 선보이며 금관의 포효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면 대편성의 관현악 구성에도 불구, 실내악적인 정갈함을 주는 독특한 음색의 목관악기와 탐미적이라고 해야 할 만큼 아름답고 화려한 멜로디의 포인트가 이튿날엔 두드러졌던 듯 싶다.

지난 토요일 말러교향곡 1번 LA필 연주에 앞서 전반부에 무대에 오른 유자 왕은 연한 연두빛 드레스로 팍 숙이는 인사의 파격을 보이기는 여전했으나 차분한 연주를 보이기는 두다멜과 마찬가지였다. 존 애덤스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모든 좋은 곡은 반드시 악마의 차지인가?’의 연주는 더블베이스등의 확 감기는 소리가 흥미로웠고 단악장 협주곡이지만 끊어짐 없이 연결된 세 개의 섹션을 이끌어가는 유자 왕의 솜씨도 긴장을 내내 지니게 만들었다.

LA필이 미국 5대 빅 파이브 오케스트라의 위용으로 회자되는 만큼 3월17일 존 윌리암스의 영화음악 콘서트, 3월18일 실내악 공연으로 이어지긴 했지만 LA필하모닉 100주년 기념 페스티벌 in Seoul의 거창한 타이틀에는 미치지 못하는 미국 관현악단의 다채로움을 보여주기에는 다소 미흡한 연주 프로그램 구성이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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