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보 애지중지하는 유로프스키의 지휘철학, 보다 심오한 음악 이끌어내는 견인차

2019년 올해 들어 서울에서 열린 국내외 연주단체 연주회 통틀어 가장 큰 함성과 열띤 연주회의 분위기가 돋보인 런던필 내한공연이어서 세계 오케스트라계에서 차지하는 런던필의 가치를 새삼 밸류 측면에서 다시 평가케 만든 공연이었다.

R. 슈트라우스의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에서 부터의 음악을 통한 유머와 해학이 유쾌하게 펼쳐진 서곡, 율리아 피셔의 데카 음반 브루흐와 드보르작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에서 느낄 수 없었던 초반부터 과감하고 공격적 톤의 긴장감으로 부드러운 낭만적 정서와 균형잡힌 형식미를 무색케한 무결점으로 느껴질 만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전체적으로 밝고 사랑스러우며 목가적이고 포근한 느낌의 브람스 교향곡 2번 연주를 새로운 해석의 경지로 이끈 것 같은 어느 한곡이 하이라이트라고 단언할 수 없을 만큼 공연 내내 열띤 긴장감과 비중이 연주회 전후반을 아우른 것이 런던필 내한공연의 인상적 소감으로 남는다.

R. 슈트라우스의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연주부터 풍성한 울림의 사운드가 국내 오케스트라들의 사운드에서 쉽게 접할 수 없던 것이어서 이런 풍성한 사운드의 울림 레벨에 런던필이 베를린필 급은 아니겠지만 국내 오케스트라의 연주들은 한단계 업그레이드 돼야 세계 클래식 무대에 나설 수 있겠구나 하고 느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율리아 피셔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이곡이 보통 아름다운 선율과 정열에 넘친 풍부한 색채감이 전편에 흐르는 특징으로 알려진 것에 비해 과감하고 공격적 톤으로 너무 잘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객의 평이 들릴 만큼 무결점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이어서 7월 드레스덴 필하모닉과 돌아올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에서는 고전적이면서도 브람스적으로 평가받는 이곡의 연주를 어떤 음색으로 해석하게 될지 관심과 기대가 새삼 모아진다.

이번 런던필 내한공연에서 유독 필자에게 관심을 끌었던 것은 지휘자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의 악보를 마치 애지중지하듯 보는 지휘대 포디움에서의 그의 악보에 대한 애착이다. 국내에서 KBS교향악단의 요엘 레비의 지휘 스타일이기도 한 보통 암보로 지휘하는 것이 보다 자유스런 지휘와 열띤 연주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클래식팬들에게 많이 인식되고 있으나 유로프스키의 지휘 철학이자 스타일은 악보가 영감의 원천이라는 그의 지론대로 악보를 애지중지하는 그의 지휘자세에서 보다 심오한 음악을 이끌어내는 견인차가 되는 듯 했다.

이런 유로프스키의 악보를 애지중지하는 듯한 지휘스타일은 계몽시대 오케스트라와 한 베토벤 교향곡 제7번연주와 베토벤 교향곡 4번 연주, 런던필과 BBC프롬스에서 연주한 차이콥스키 만프레드 교향곡 연주등 대부분의 그의 동영상에서 악보대에 항상 악보를 놓고 악보에 천착하는 스타일을 보이고 있어서 유로프스키의 악보를 애지중지하는 지휘철학이 새삼 연주력을 끌어올리는 밑바탕이 되고 있음을 느꼈다.

“악보는 제 음악의 모든 것이죠. 아이디어의 법칙이고, 기초이자, 영감의 원천이에요. 악보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저만의 방식으로 작곡가의 의지와 메시지를 증명하려고 한다.” 는 그의 인터뷰 코멘트가 공연내내 실감있게 느껴져 다가왔으며 그만큼 유로프스키의 악단 장악력도 새롭게 보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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