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들 결혼식에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었다. 그런데 축의금을 정리하다 보니 이상한 일이 있었다. 친한 친구의 축의금이 2만5천원이었다. 이건 무슨 이유일까? 어렵게 사는 친구도 아닌데… 그 동안 만남이 다소 소원했지만 그래도 어렵게 산다는 얘기를 듣지 못 했는데 하며 연락을 하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혹시 축의금 얼마 냈어? 무언가 잘못된 것 같아서 그러는데 2만 5천원 냈어? " 라며 어렵게 물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뜻밖에 미안하다는 말로 얼버무렸고 우리는 어색한 상태로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친구들과의 모임에도 그 친구는 나타나지 않았다. 친구들도 자세한 소식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얼마 후 그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 꽤 알려진 기업체의 임원으로 잘 나가고 있었는데 실직하고 서울을 떠나 지방에서 통닭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부인은 통닭구이를 만들고 이 친구는 배달을 하면서 두 사람은 처음 하는 일이라서 모든 것이 서툴고 힘이 들어 부인의 손은 기름에 데어서 상처가 나 있었고 이 친구는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몸이 불편하다고 하였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예전에는 아주 인기가 좋은 친구였고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했었는데 모든 것을 정리하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니

며칠 동안 나는 왜 나만의 입장에서 그 친구를 바라보았을까? 왜 축의금이 적다고 그 친구에게 서운한 마음을 가졌을까? 너무나 미안했다.

그가 다니던 회사는 어느 날 2세가 경영을 맡더니 아버지 세대의 임원들은 쫓겨나 난생 처음 실직자가 되었고 가족에게 말도 못하고 매일 아침 밖으로 나와 거리를 헤맸었으나 한군데도 찾아 갈 곳이 없어 한강 다리를 수도 없이 걸으며 죽음을 생각했다. 내가 죽으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겠지. 그런데 남아 있는 가족은 어떡하지? 그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나 없이 어떻게 살까? 아직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 생각에 눈물밖에 나오지 않았고, 그 동안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이 내 직위 때문이었다는 생각을 하니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저런 사업을 해 보았지만 돈만 다 날리고 결국 통닭집을 운영하는데 어렵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오토바이를 타본 적도 없고, 인사해 본적도 없고, 남에게 먼저 다가간 적도 없는 사람이 고개 숙이고, 배달이 늦었다고, 맛이 없다고, 비싸다는 이유로 욕을 먹으면서 세상을 새로 배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50이 넘도록 남에게 베풀지도 않고, 나만 잘났다고 생각하며 산 그동안의 삶이 후회되고 남에게 못된 짓 한 것을 지금 돌려받고 있다고 하면서 비싼 수업료 치루면서 인생을 다시 터득하고 있다고 했다.

결혼식 축의금 2만5천원은 두 식구가 하루 종일 번 돈이었다고…… 적은 축의금이지만 큰돈이라는 사실을 알고 친구의 우정을 돈으로 판단하지 말고 정으로 판단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하였다. 며칠 동안 친구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고 모진 생각으로 친구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는 생각에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돌아오면서 2만5천원이 그렇게 커 보일 수가 없었다. 단 돈 1원이 얼마나 귀중하고 또한 이 돈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남편 한사람의 실직으로 온 식구가 산업 전선에서 고생하고 있는 가족들이 얼마나 많을까? 나만이 아닌 주변 사람을 감싸주고 아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느님은 사람들에게 못 이길 정도로 어려운 시련은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 시기만 잘 넘기면 더 좋은 세상이 오리라는 것을 그 친구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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