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취미 중 하나는 글쓰기이다. 글쓰기는 힘든 작업이지만 그만큼 기쁨과 보람이 있다. 자기 생각을 나름대로 표현하고 정리한 창작물이기 때문이다. 또 글쓰기는 집중하고 몰두해야만 한다. 그래서 글 쓸 때 무척 행복하다. 시쳇말로 ‘소확행’을 맛본다. 

  최근 직장에서 책을 발간하느라 교수들이 쓴 글을 교정볼 일이 있었다. 교수들이 직접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글이 엉망이었다. 논리적 전개는 차치하고 문법에 맞지 않는 비문(非文)이 수두룩했다. 맞춤법 틀린 것은 애교에 불과했다. 쓸데없이 긴 문장이나 중첩 표현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도대체 글의 품격을 떠나 자기 글에 대한 성의가 없었다. 이런 글은 고치는 것보다 아예 새로 쓰는 편이 훨씬 쉽다. 내 글은 내 얼굴인진데 많은 사람들이 자기 글을 너무 허투루 쓴다.

  필자는 글 쓸 때 나름대로 10가지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① 쉽게 쓴다.
말을 문자로 표현한 게 글이다. 글은 말하듯이 쉬워야 한다. 어려운 어휘나 표현은 삼간다. 재미없는 글은 아무도 읽지 않는다. 글도 상품이다. 안 읽는 글은 팔리지 않는 상품과 같다.
② 짧게 쓴다.
글이 길거나 문법적으로 복잡한 문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복문(複文)은 가급적 단문으로 나눠 쓴다. 띄어쓰기 기준으로 10개 이내가 좋다. 최대 15개를 넘기지 않아야 한다.
③ 읽기 편하게 쓴다.
술술 읽히는 글이 좋은 글이다. 글에 ‘~의’ 나 ‘~것’ 등이 들어가면 리듬감을 잃는다. 한글 어휘의 대부분은 셋 또는 네 음절로 되어 있다. 다섯 음절 이상이면 읽기 거북해진다.
④ 중복 표현은 삼간다.
한 문장은 물론이고 한 문단 내에서도 동일 어휘나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 글 쓸 때 항상 사전을 옆에 두고 유사 어휘나 표현을 찾아 써야 한다. 중복 표현은 게으름의 다른 말이다.
⑤ 상투적인 표현은 피한다.
사람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표현이나 비유는 쓰지 않는다. 글은 창작이다. 무언가 자기 나름대로 새로운 걸 찾아 써야 한다. 
⑥ 능동형 문장을 쓴다.
국문의 기본형은 능동형이다. 서양어나 일본어에는 수동형이 잘 어울리지만 우리글은 안 그렇다. 국문은 능동형으로 쓸 때 힘이 있고 독자에게 자신감과 신뢰를 준다.
⑦ 수식어를 줄인다.
형용사, 부사와 같은 수식어는 꼭 필요할 때만 쓴다. 수식어를 많이 쓰면 글이 늘어지고 읽을 때 리듬감을 잃게 된다. 짧게 써야 하는 원칙에도 상치(相馳)된다.
⑧ 접속사는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한다.
접속사는 앞뒤 문장이나 문단을 연결할 때 쓰는 단어이다. 접속사를 많이 사용하면 글 흐름이 끊기고 글에 힘이 없게 된다.
⑨ 강한 표현은 삼간다.
‘절대로’, ‘반드시’, ‘결코’, ‘해야 한다’와 같은 표현은 되도록 안 쓴다. 글이 강하면 독자로 하여금 괜한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퇴고할 때 유념해야 할 점이다.
⑩ 퇴고(推敲)를 한다.
제일 중요한 글쓰기 과정이다. 맞춤법이나 문법적 오류를 정정한 후 논리 점검을 한다. 퇴고는 글 쓴 직후보다 하루 정도 지난 후가 좋다. 퇴고할 때는 소리 내어 읽어봐야 한다.

  글은 곧 사람이다. 글을 보면 그 글 쓴 사람의 생각의 깊이, 성향, 성격 등 모든 것이 한 눈에 들어온다. 자기 한계를 넘는 힘겨운 운동을 해야 근육이 발달되듯 글을 써야 ‘생각의 근육’이 자란다. 글쓰기는 기술이 아니다. 생각의 근력을 키우는 일이다. 짧은 글이라도 매일 써야 한다. 그래야 비소로 생각하게 된다.

저작권자 © 엔디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