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화재가 빈번한 요즘 소방안전교육에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예전보다 교육을 나가면 각종 질문들이 쇄도하는데 다양한 상황에서의 세세한 대처방법들에 대한 문의가 많다. 그중에서도 최근 교육 중 기억에 남던 질문 하나가 있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현관문 쪽에 불이나면 어떻게 대피하나요?”

난감하다. 화재대피하면 ‘몸을 낮추고 젖은 소매나 물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벽을 짚으며 대피하세요!’ 라고 자신있게 설명했지만 순간 ‘정말 어떻게 대피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답은 금세 떠올랐다. 바로 완강기와 경량칸막이! 현관문이나 거실에 불이나 대피를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1992년 이후 건축허가를 받은 아파트의 경우 3층 이상의 층의 베란다에 ‘경량 칸막이’ 설치가 의무화 됐다. ‘경량칸막이’는 9mm가량의 석고보드로 만들어져 여성은 물로 아이들도 몸이나 발로 쉽게 부술 수 있다. 이 벽을 두드려 보면 통통 소리가 난다.

정말 불이 난 상황에서 활용할 수는 있는 걸까? 실제로 16년 부산에서 이 경량칸막이를 통해 일가족이 탈출한 사례가 있다. 한 가족이 잠을 자다 연기에 놀라 깼다. 문을 열어보니 주방에서 난 불이 실내로 번져 현관으로 탈출할 수가 없는 상황.. 아파트 높이는 7층 이였고 유독가스가 계속 나오는데.. 이때! 아버지가 경량칸막이를 떠올려 옆집으로 대피해 가족의 목숨을 모두 구했다.

당시 이 경량칸막이 존재를 몰랐다면? 생각만해도 참담하다. 우리 집의 경량칸막이는 어디 있을까. 경량칸막이 위치를 모르거나 헷갈리시면 관리사무실을 통해 아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아니면 베란다 쪽 문을 두드려 석고보드인지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

그런데..요즘엔 베란다 확장한 아파트가 많다. 그렇다면 대피공간을 확인해보자. 2005년 이후 발코니 확장이 법적으로 허용되면서 경량칸막이를 설치할 수 없는 경우엔 세대 내 대피공간을 두도록 하고 있다. 대피공간은 화재, 연기로부터 약 1시간 정도 보호받으며 완강기로 탈출을 하거나 구조요청을 하고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집에 그런 공간이 있어?’ 의문이 드시는 분들은 보통 세탁기가 설치되어 있는 곳,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된 곳일 경우가 많다.

이처럼 대피공간을 대부분 물건을 적치해 두거나 창고로 사용하는 분들이 많은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피신공간을 확보해 두는 게 안전하다. 그리고 이곳이 대피공간이라는 것도 세대구조, 평면도 보고 꼭 알아두어야 한다.

경량칸막이와 대피공간은 비상구 개념이다. 이 앞에 다른 물건들을 쌓아두는 것도 금물! 그리고 베란다 확장을 하려한다면 반드시 신고, 허가를 받고 다른 곳에 대피공간을 마련하는 시공을 해야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피난 경로 확보를 위한 발코니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끔 규정하고 있고, 스웨덴과 노르웨이, 핀란드에서도 거실이나 침실의 확장은 허용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발코니 포함 반드시 두 방향 이상의 피난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아직 공간을 넓게 쓰거나 인테리어로 경량칸막이와 대피공간을 다른용도로 활용하고 있는 분들이 꽤 많다. 경량칸막이에 붙박이 장, 수납장을 설치하기도 한다. 이제부터라도 경량칸막이와 대피공간은 위급상황 시 우리가족을 지켜주는 유일한 ‘생명통로’라 생각하고 좀 불편하더라도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길 바란다.

저작권자 © 엔디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