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제목만 봐서는 BMW 자동차를 홍보하는 글인가 오해를 살까 싶다. 영문 표기는 같지만 여기서 BMW는 버스(Bus), 전철(Metro), 도보(Walk)를 일컫는다. 필자는 소위 ‘BMW족’이다. 건강에 좋고 경제적이고 환경 친화적이니 최소 1석3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중 우리 전철이나 버스는 청결하고 정확하고 저렴하여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한다. 이런데도 굳이 나 홀로 승용차를 운전하고 다니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이 많다.

필자는 이 중 전철을 가장 애용한다. 서울시내와 수도권은 웬만하면 전철로 안 닿는 데가 없다. 일단 전철 이용을 1순위로 하고 나머지 구간은 걷거나 버스를 타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처음 가보는 낯선 곳도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면 쉽게 갈 수 있다. 거기에는 시간표, 빠른 노선, 빠른 환승, 빠른 하차, 출구정보 등 여러 가지 편리한 기능이 갖춰져 있다.

필자가 전철을 주로 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경제성이다. 65세 이상 고령자,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은 무료로 전철을 이용한다. 필자를 포함한 ‘공짜 승객’ 비율이 무려 17%나 된다. 이로 인한 7개 지자체 교통공사의 연간 적자액이 약 5200억 원에 달한다. 이들 지자체는 이를 중앙정부가 부담하라고 하지만 정부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이러한 무임승차 정책은 개인적인 유불리를 떠나 어떠한 방법으로든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정확성이다. 시간에 얽매여 있는 현대인은 약속시간을 지키는 게 상대방에 대한 기본 에티켓이다. 이를 위해 전철만큼 정확한 교통수단은 현재로선 없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안전성이다. 최근 들어 경강선 KTX 탈선 등 아찔했던 적은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전철은 사고가 없는 편이다. 철로가 육로, 항로, 해로보다 안전하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필자가 승용차보다 전철을 애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동시간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직접 운전을 하지 않기에 신문이나 책을 읽는다거나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한다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눈감고 휴식을 취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 또 만원 전철에 서있으면 건강에도 좋고, 서로 부대끼면서 시민의 고충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도 큰 배움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임산부 배려석’에 대해 개념 없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임산부만을 위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가임기가 지난 중장년 여성은 물론 심지어 남성이 앉기도 한다. 의식이 성숙한 시민은 작은 규칙부터 잘 지키고, 그런 사람이 법도 준수하게 된다.

필자 취미 중 하나는 걷기이다. 하루 최소 1만 보 걷는 걸 목표로 하고 매일 걷는 거리를 수첩에 기록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집 주변 공원을 걷거나 헬스장에서 근력운동을 하고 있다. 20분 이내 거리는 걷는 걸 원칙으로 한다. 출근길에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전철역까지 약 2km를 걷는다. 걷기는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뇌를 활성화 시켜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고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걷기 마니아 입장에서 아쉬운 건 도보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보도가 별도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이면도로는 거주자 우선 주차장으로 쓰이거나 무단주차 차량으로 인해 걷기에 불편하다. 보도를 걸을 때에도 상가에서 적치한 물건이 보도를 점유해 걷기에 방해가 된다. 이러한 도로사정으로 인해 때로는 인명사고까지 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웃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이면도로에는 주차된 차가 없어 걷기에 편하고 안전하다. 주택에 차고가 있어야 차를 구입할 수 있는 차고지증명제 덕이다. 일본은 1962년 이 제도를 입법 예고한 후 차고를 설비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 경과된 후인 1982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외국 제도라도 바람직한 것은 자국 실정에 맞게 수정해 도입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차고지증명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늦었지만 하루빨리 차고지증명제를 도입해 쾌적한 도로에서 많은 사람이 안전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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