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뺀 슈베르트 그레이트와 단아한 모차르트

지난해 DECCA에서 발매한 힐러리 한의 바흐 소나타 No.1과 파르티타 No.1, 소나타 No.2의 바이올린 무반주 솔로작품 CD는 바흐 소나타 No.2에서의 청량감이 느껴지는 연주와 힐러리 한이 바흐에 천착하는 헌신, 마지막까지 달관의 바이올리니스트의 열정이 넘치는 연주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바흐의 곡들이 자신의 삶에 그러하였듯이 이 작품들이 당신의 삶에 드넒은 깊이와 감정, 유머와 꿈을 가져다주기를 소망하는 힐러리 한의 희망이 펼쳐진 앨범이다.

구랍 지난 12월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내한공연에서 이뤄진 협연에서도 힐러리 한은 안네 조피 무터가 화려함으로 비춰지는 것에 반해 옹골찲을 추구하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들려줬다. 화려하지 않지만 단아한 바이올리니즘이 힐러리 한으로선 어울리는 선곡의 연주였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Sony에서 발매된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의 파보 예르비 지휘 브람스 교향곡 1번과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음반도 적은 체임버 연주자들로 꽉 찬 브람스를 들려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지만 리뷰 기사의 서두를 힐러리 한으로 꺼낸 까닭은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음반보다 힐러리 한의 바흐 데카 음반 녹음 음량상태가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도이치 캄머필 하면 국내 많은 음악애호가들이 도이치 캄머필이 내한공연시 날렵하고 템포 빠른 베토벤 연주를 남기고 간 것에 열광한 기억이 짙다. 지난해 2018 도이치 캄머필의 내한공연시 연주한 슈베르트의 교향곡 9번 ‘그레이트’를 12월19일 롯데콘서트홀과 12월20일 경기 기흥에 있는 삼성콘서트홀에 가서도 들었지만 이런 군더더기를 뺀 느낌과 함께 자신들의 특색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을 이번 내한연주에서도 느꼈다.

소니 음반에 녹음된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 여느 기성의 정상급 오케스트라에서 볼 수 있는 것에 손색없는 연주였음에 비춰 음반과 투어를 통해 자신과 함께 하는 악단의 현재와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파보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의 연주행보는 국내 오케스트라들에게도 충분히 연구대상이 될 만 하다.

연초 올해 2019 빈필 신년음악회의 지휘를 이끈 크리스트안 틸레만의 연주 장면을 시내 모처 극장에서 봤지만 역대 빈필 신년음악회를 이끈 명지휘자들의 특색과 개성에 손색없이 꿋꿋한 자신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은 틸레만의 지휘를 보며 지휘자와 악단의 개성이 독특하게 관객에게 심어지는 것도 클래식계에서 장점이 부각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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