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 없는 마음엔 그을림이 생기지 않는다.
기술자는 기술을 먹고 산다.

남양주 / 태성 잣 난로

 

굴곡 없는 마음엔 그을림이 생기지 않는다.

기술자는 기술을 먹고 산다. 남양주 태성 잣 난로 권태영 대표

 

연이은 배신 끝에 찾아낸 작은 평화

잣 껍데기에서 발견한 새로운 가치와 기술

한국의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저가 모방품들

 

인적드문 마을의 그나마 있던 사람의 자취조차 희미해져 가는 깊은 외각. 그곳에서 몇 년 전부터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연기는 깊은 잣의 내음만큼 구구절절한 마음을 품고 남양주에서 조금씩 퍼져나가고 있었다. 사람으로부터 받은 배신과 고통만 주었던 세상에게서 받은 상처를 모두 태워 가볍게 날려 보내듯, 그 연기는 가볍고 높게 그러면서 덧없게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남양주의 태성 잣 난로 권태영 대표는 그렇게 신선처럼, 신령처럼 그 인적 드문 곳에서 정말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 만에 매진하며 곧은 망치 소리를 산속에 울리고 있었다.

1. 커다란 빛과 배신. 그 속에서 잃어버릴 뻔했던 자신

권태영 대표는 유독 자신에 대해 소개를 해달라고 했을 때 오랫동안 저 멀리 던졌다. 마치 지난 자신의 이야기를 천천히 되짚어 보듯, 할 말을 정리하고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단어를 고르는 듯 말이다. 결국 권태영 대표가 처음에 내뱉은 것은 어떠한 단어도 아니었다. 그저 깊고 깊은 한숨이었다.

 

권태용 대표는 과거에 거의 50억이 넘는 커다란 빚을 졌었다고 한다. 이것이 사업을 운영하다 실패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사기로 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자신은 아직 사람과의 관계나 사람과의 만남에 무척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사기를 당하고 실의와 후회, 막막함에 휘감겨 있을 때 권태영 대표는 날마다 술로 살면서 이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깨어나면 찾아오는 숙취의 고통과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은 현실은 마치 보이지 않는 창살이었다고 말했다.

이때 딸의 나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라고 했다. 생각해 보면 그때 참 딸에게 못난 모습을 보여줬다고 권태영 대표는 말했다.

결국 권태영 대표는 이대로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발휘해 활로를 찾으려고 했고, 그 결과 잣 난로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잣 난로를 개발하며 수 없이 두드리고 휘두른 망치질과 그 날카로운 소리가 참 머릿속의 생각을 많이 비워주었다고 전했다.

그렇게 지금은 혼자 이곳에서 살고 있고 현재 아내와 딸은 다른 데서 살고 있는데, 자신이 참 여자 복은 있어서 아내와 딸이 자신을 많이 걱정해 준다고 말했다. 사실 몇 번씩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사람에 너무 치이고 다친 것 때문인지 이 외진 곳에 뭐라 하는 사람 없는 고요를 이젠 사랑하게 되어서 좀처럼 떠날 수가 없다고 전했다.

2. 잣 껍데기를 활용한 무공해 수제 난로의 힘

잣 난로를 처음 개발하게 된 이유는 이곳 남양주시가 유명한 잣의 생산지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만들면 만들수록 점점 구체화한 설계목적과 컨셉은 완성된 후 많은 장점을 가진 친환경 난로를 탄생케 했다고 전했다.

잣 난로는 권태영 대표가 고안한 특수한 구조와 형태의 난로 내에서 잣 껍데기를 태워 작동되는데,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것은 하나에 60평 정도의 하우스에 모두 고르게 열기를 전달해줄 정도라고 한다.

게다가 톱밥이나 나무를 태워서 작동하는 타 난로보다 유해한 가스나 연기가 나지 않고 열기가 은은하게 오래가기 때문에 화실이나 하우스의 경우 식물의 생장에 해를 끼치지 않고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분진이 없어서 작은 것들은 기업이나 식당에서도 유용해 많이들 찾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잣 껍데기가 톱밥이나 나무에 비해 단가가 조금 비싼 것은 아직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한다.

현재 난로는 연간 200개 정도가 팔린다고 권태용 대표는 말했다. 또한 전국적으로 아는 사람들은 아는 인기제품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따로 영업사원을 두거나 홍보를 따로 하지는 않고 잣 난로 겉면에 전화번호와 판매자 이름만을 써놓는다고 말했다.

3. 기술 없이 돈만을 가깝게 하는 모방의 미래

권태영 대표가 말하길 기술자는 기술을 가까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의 모든 기술자와 그 위의 오너들은 기술보다는 돈을 가까이 하므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뭐든 정직하게 좋은 제품을 만들거나 기술력을 개발한다면 아무 문제도 없지만, 현재 대부분의 기술자는 모방의 함정에 빠져 단기간 수익을 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권태영 대표의 잣 난로만 해도 조금씩 입소문을 통해 이슈화되고 있는지라 여기저기서 약식으로 모방한 제품들을 싼 가격에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분명 자신의 제품에는 없는 문제점이나 알려진 효능과 다른 점 때문에 인식이 안 좋아지는 상황도 벌어진다고 말했다. 게다가 찾아오는 사람 중 반 이상이 인터넷에 더 싼 것이 있다면서 간접적으로 가격흥정을 하려 하거나 지적하려고 하는 이들도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권태영 대표는 그런 것에 흔들리지 않고 그렇게 말하는 분들에겐 그곳에서 사라고 권유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노력과 애착, 그리고 과거의 상처로부터 자식같이 만들어온 자신의 기술의 가치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들에겐 자신의 제품이 팔려가도 분명 대접받지 못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은 앞서 말했듯 자기 기술을 갈고 닦아 더 좋은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지 않고 돈만을 생각하는 기업이나 기술자들이 있어서 생기는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단기적으로 장사하고 빠지기 위해 만들어 놓은 후폭풍에 휘말리면 온전한 기술자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이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 앞으로 걷고 싶은 것은 소탈한 미래

권태영 대표는 앞으로도 이곳에서 여러 가지를 만들며 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도 소각기와 동으로 만든 난로를 구상해 만들고 있는데, 기술자로서 이렇게 평생 기술을 가까이하고 지내는 것이야말로 자신에겐 행복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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