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주변에 하루가 멀다않고 대형사고가 펑펑 터진다. 지난 11월 초 종로 한 고시원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11월 말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로 인한 통신두절로 수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었고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 12월 초 일산 백석역 근처 온수관이 파열돼 1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 27년 된 낡은 배관이 사고 원인이었다. 가장 안전하다는 교통수단인 철도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에는 강릉을 출발한 서울행 KTX가 출발한 지 얼마 안 돼 탈선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오르막구간이라 저속으로 달렸기에 큰 인명사고가 없었지 위험천만한 사고였다.

우리는 살면서 온갖 위험에 직면한다.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속한다. 경영학 이론에 ‘위험분산(diversification of risks)’이라는 게 있다. 투자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투자대상을 다양화 하는 것이다. ‘계란을 한 광주리에 담지 말고 나눠담아라’라는 격언과 일맥상통한다. 포트폴리오와 같은 개념이다. 일례로, 세계 유명 프로축구팀은 원정경기를 갈 때 선수를 둘로 나눠 이동한다고 한다.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비행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2016년 11월 브라질 프로축구팀 ‘샤페코엔시’ 선수, 코치, 기자, 승무원 등 77명을 태운 전용기가 추락해 71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위험과 관련해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대폰이 지갑과 수첩 역할까지 한다. 휴대폰 케이스에 신용카드, 약간의 현금과 신분증을 끼어 넣고 다니고 주요 일정까지 입력해 관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휴대폰을 분실하면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게 된다. 위험을 분산하지 않은 탓이다.

필자는 휴대폰에 교통카트 한 장만 넣고 다닌다. 다만 분실했을 때를 대비해 습득 시 알려주면 후사(厚謝)하겠다는 메모가 적힌 명함이 꽂혀져 있다. 철저히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혹자는 디지털시대에 뭐 그리 불편하게 여러 개 갖고 다니느냐고 힐난한다. 하지만 휴대폰을 분실해도 지갑과 수첩은 남아 있기에 그만큼 위험이 분산되는 것이다.

이와 상반되는 개념은 위험감수(risk taking)이다. 위험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감행하는 것으로 곧잘 사고나 재해로 직결된다. 사고를 방지하려면 이러한 위험을 감행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고 위험감수가 다 나쁜 것은 아니다.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면 그만큼 수익도 커질 수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세계 랭킹 57위 한국이 1위 독일을 이길 것이라고 누가 예상 했겠는가. 독일을 이겼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에 애국심까지 더해도 기껏해야 비기는 정도 아니었겠는가. 만약 이 내기에 한국이 이긴다는 데 걸었으면 아주 큰 수익을 챙겼으리라. 객관적인 전력으로 볼 때 한국이 독일보다 약하기에 대부분은 독일에 걸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독일전의 배당률은 독일 0.2, 한국 14, 무승부 6.5였다 한다. 1000원을 배팅했을 때 독일에 건 사람은 200원을, 한국에 건 사람은 14000원의 고배당을 받았다.

위험분산과 위험감수는 개인 성향에 따라 다르다. 신중과 안전에 무게를 두고 있는 사람은 전자를 택하는 경향이 있다. 직업적으로는 공무원, 회사원과 같은 사람들이다. 반면, 모험적이고 과감하고 외향적 성격 소지자는 후자를 택할 것이다. 독립적으로 자기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가 중에 이런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느 때 위험분산을 하고 언제 위험감수를 할 것인가에 대해 현명하게 판단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역량은 이론보다는 많은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우리가 살면서 크고 작은 경험을 많이 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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