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필에 대비될 중후한 독일 오케스트라의 색깔을 드러내기엔 연주곡상 다소 아쉬운 면도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특기랄 수 있을 포디엄에 지휘 연단의 설치없이 단원들과의 직접적 소통을 다시 볼 수 있었던 뮌헨필하모닉 2018 내한공연 무대였다.

지난 2012년 4월 손열음과 조성진 협연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내한공연부터 본격 게르기예프의 지휘 스타일에 주목해봤지만 게르기예프에게는 지휘 포디엄이 없다. 단원들과의 같은 무대 평지에서 지휘를 이끌어 팀분위기 진작상 단원들과의 같은 눈높이에서 과거의 카리스마적 포디엄을 장악하던 제왕적 지휘자상이 아닌, 민주적 쓰임새가 느껴진다.

뮌헨필이 지난 11월21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올해 연주목록에 올린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이나 스메타나 오페라 <팔려간 신부 서곡> 모두 10여년전 2007년 11월 중순 크리스티안 텔레만이 성남아트센터에서 뮌헨필을 이끌고 연주한 것이나 이지 벨라훌라베크 지휘의 올림픽 야외 파크에서의 2010 BBC심포니 야외 내한공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서 다소 흥분된 기분으로 공연을 맞았다.

공연은 나쁘지 않았다. 선우예권과의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3번에서 뮌헨필과 불꽃튀는 스파크로 마무리를 하는 것도 볼만 했고 지난 10월 중순 롯데콘서트홀에서 뉴욕필하모닉 스트링콰르텟과의 선우예권 드보르작 피아노 5중주 2번 협연이 처연한 느낌이 압권인 실내악의 최고공연을 만끽하기에 손색없는 무대를 제공한 것 못지않을 아름다운 연주의 느낌이 앵콜곡 R. Strauss Ramble on the last Love-Duet from Strauss Der Rosenklavier를 통해 전해져왔다. 지난 11월 중순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때도 조성진 역시 관조적 성숙함을 보였지만 선우예권 역시 연주의 공을 단원들에게 돌리는등 무대에서의 성숙함이 엿보였다.

가을에 어울리는 스산한 브람스라면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이 제격이다. 10년도 넘게 2007년 11월 성남아트센터에서 크리스티안 틸레만도 돈후안과 죽음과 변용 Op.24에 이어 브람스교향곡 제1번을 연주했었는데 올해 125주년을 맞는 뮌헨필이 Brand new concert recordings 일환으로 내놓은 게르기예프 지휘 브루크너 교향곡 1번의 우주를 담아내는 연주를 들으니 오케스트라 125주년을 맞아 17개의 딜럭스 CD 박스 세트를 조만간 천천히 섭렵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독일 정통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진수는 ‘코리올란 서곡’과 교향곡 4, 7번의 베토벤 곡으로만 짜여졌던 첫날 프로그램, 다채로운 색채감 면에선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서곡과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그 강렬한 리듬과 원시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드러냈던 이틀간의 공연 특색으로 대비됐던 로린 마젤 & 뮌헨 필하모닉 공연 2013년 4월 하순의 연주를 떠올려보면 이번 2018 뮌헨필 내한공연은 베를린필에 대비될 중후한 독일 오케스트라의 색깔을 드러내기엔 연주곡상 다소 뮌헨필의 강점을 부각시키기엔 아쉬운 면도 있었음을 부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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