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지 청년의 사고로 바라본 전두엽의 중요성
게이지 청년의 사고로 바라본 전두엽의 중요성
  • 최은봉
  • 승인 2018.11.22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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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두엽은 내 몸의 CEO, 최고명령 센터이다

뇌는 딱딱한 뼈속에서 곱게 보호되고 있습니다. 특별한 영상장비가 없었던 시절에는 특이한 사고나 병력등을 통해서만이 그 역할을 살풋살풋 내비치고는 했습니다. '게이지'라  불렸던 한 청년의 독특한 사고를 통해 전두엽에 대한 많은 사실이 알려집니다. 당시의 사고를 살펴보고 전두엽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1848년 9월 13일, 오후 4시 30분. 미국 버몬트 주의 캐번디시 마을. 26살의 청년, 피니어스 게이지는 사고를 당합니다. 폭발사고였습니다. 키 168센티미터. 당시의 키로는 평균적입니다. 하지만 몸은 무쇠같이 단단합니다. 그 무쇠같은 몸에 진짜 무쇠가 뚫고 지나갑니다. 그 무쇠는 머리의 앞쪽 부분을 뚫고 지나갑니다. 정확히는 전두엽, 더 정확히는 전전두엽이라는 뇌 부위를 뚫고 지나갑니다. 무쇠는 막대 모양으로 길이 1미터, 무게 6kg, 지름은 3cm 나 되었습니다. 꽤나 크고, 무겁고, 또 길었습니다.    


그는 철도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철도를 놓기 위해서는 간혹 큰 바위를 부수고 길을 내야 했습니다. 이때 화약으로 바위를 부수는 발파가 그의 전문이었습니다. 일꾼들이 먼저 바위에 구멍을 내고, 그의 조수가 그 안에 화약을 반쯤 채웁니다. 그리고 그 무쇠, 정확히는 다짐막대라 부르던 그 무쇠를 이용합니다. 다짐막대의 뾰족한 쪽으로 조심조심 화약속에 도화선을 위치시킵니다. 그리고 모래를 살살 뿌려서 구멍을 매웁니다. 화약이 바위 위로 폭발하지 않고 바위 밑으로 폭발하여 바위를 파괴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다짐막대의 다른 한쪽은 둥글어서 모래를 다질때 사용했습니다. 즉 '모래를 다진다'하여 다짐막대라 불렀습니다. 다짐막대의 둥근 끝으로 모래를 다지고 이후 도화선에 불을 붙입니다. 바위는 폭발하고, 산산히 조각납니다. 어찌보면 꽤 위험해 보이는 게이지의 일은 매번 매끄럽게 흘렀습니다. 하지만 단 한번의 매끄럽지 못한 예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한번의 매끄럽지 못함은 그의 일생 전체를 몹시도 매끄럽지 못하게 만듭니다. 


1848년 9월 13일, 오후 4시 30분. 그는 화약을 넣고 다짐막대를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찌된 영문이었는지는 정확히는 모릅니다. 그의 손에서 다짐막대는 미끄러지듯 떠났습니다. 매끄러운 구멍 면을 타고 매끄럽게 다짐막대는 구멍안으로 흘렀습니다. 다짐막대는 화약에 닿았습니다. 화약은 폭발했고 다짐막대는 타고 내려왔던 매끄러운 곡면을 다시 빠르게 올랐습니다. 그리고 게이지의 머리속에 결코 매끄럽지 않은 길을 냈습니다. 그 길은 짧지만 강렬했습니다. 그 길은 게이지의 왼쪽 광대뼈 밑을 파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왼쪽 눈 뒤를 지났고, 앞쪽머리의 맨 끝을 지났습니다. 이어서 앞이마의 위쪽 머리뼈를 날려 버렸습니다. 그리고 25m 를 더 날아갔습니다. 영화속 좀비는 머리에 화살을 맞거나 총을 맞으면 죽습니다. 하지만 게이지는 죽지 않았습니다. 폭발후 잠시 쓰러져 있다가 다시 일어났고, 잠시후에는 말도 합니다. 달려온 의사에게 스스로 사고 경위도 설명합니다. 자신의 머리를 쇠몽둥이가 뚫고 지났갔다며 찬찬히 설명도 덧붙입니다. 의사는 처음에 이를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마 위로 깨진 두개골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고, 밑으로는 골이 보였습니다.  주위의 증언도 잇따랐습니다. '맞아요 선생님. 저 막대가 게이지 머리를 뚫고 날라갔어요.''다짐막대가 저 아래에 떨어져 있는데 피랑 골이 잔뜩 묻어 있었어요.' 


수일후 게이지는 머리속에 감염이 생깁니다. 당시에는 항생제가 없었습니다. 아니 세균에 의한 감염이라는 개념자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운이 몹시 좋았던(?) 게이지는 또다시 살아 남았습니다. 그 이후에도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며 잘 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신적 건강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의 무쇠같은 몸에 함께 했던 무쇠같던 의지가 녹아져 버렸습니다. 더 이상 게이지는 사고 전의 게이지가 아니었습니다.  

 

사진 구글

 

사고전 게이지는 능력있는 반장이었고, 신뢰받는 동료이며,  일 잘하는 후배였습니다. 맡은 일을 책임있게 다하는 의지의 청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사고 후의 게이지는 상스럽게 말합니다. 동료와 선후배를 존중하지 않고, 자기가 전부였습니다. 무쇠같았던 의지는 녹아졌고 탄탄했던 책임감은 무너집니다. 말도 잘하고 기억도 잘하지만, 무언가 몹시, 아주 많이 달라집니다. 결국 그는 회사에서 쫒겨납니다. 곧 다시 일을 찾았고 다시 쫒겨납니다. 또 다시 일을 찾고 또 쫒겨납니다. 게이지는 사고후 11년, 그의 나이 서른 일곱번째 생일을 채 넘기지 못한 어느날 죽습니다. 사고에 의한 뇌경련 증상이 점차 악화된 결과였습니다.  


시신은 샌프란시스코의 로럴 힐 공동묘지에 묻힙니다. 나중에 이를 알고 달려온 이전 주치의는 그의 어머니를 만나서 한가지 부탁을 합니다. 그를 다시 무덤에서 파내달라는 꽤나 무례한 부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무례한 부탁은 받아들여졌고 덕분에 그의 두개골과 다짐막대, 생전에 본떴던 얼굴의 석고상이 하버드 의과대학에 전시됩니다.  

 

사진 구글

 

게이지는 어디가 어떻게 변했기에 이전의 게이지가 아니었을까요? 게이지의 두개골을 이용하여 최근 3D 이미지로 재구성한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그의 뇌 제일 앞쪽 끝부분을 다짐막대가 날려버렸습니다.

 

사진 구글


이 제일 앞쪽 끝부분은 전두엽 중에서도 제일 앞에 있다하여 '전'전두엽이라 불립니다. 전전두엽은 당시에 쓸모없는 영역이라 여겨졌던 부분입니다. 또 사납고 폭력적인 원숭이에게 전전두엽 절제술을 실행했더니 온순해 졌다는 당시 학회보고가 나옵니다. 이후 많은 정신과 의사들은 정신병 환자들에게 전전두엽 절제술을 광범위 하게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포르투갈의 에가즈 모니즈는 이 수술의 공로를 인정받아 1949년 노벨의학상까지 수상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현재는 비인도적 치료로 인식되어 전전두엽 절제 수술은 자취를 감춥니다. 

 

사진 구글

 

전전두엽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최고 명령 조직입니다. 전전두엽은 목표를 세우고, 유지하고, 보정합니다. 때로는 끈기를 발휘하고, 때로는 융통성을 발휘합니다. 주어진 자원을 살피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자원을 배분합니다. 맥락속에 융통성 있게 목표를 향하도록 돕습니다. 전전두엽은 내 몸의 CEO, 최고명령 센터입니다. 


전전두엽을 잃은 게이지는 목표를 잃고, 또 유지하지 못 하게 됩니다. 끈기있게 밀고 나가지도, 융통성을 발휘하지도 못하게 됩니다. 머리속은 CEO 를 잃고 맙니다. 생각대로 살지 못하고, 생각나는 대로 살게 됩니다. 


치매환자에게도 전전두엽을 잃은 게이지 청년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병이 진행하면서 전전두엽 또한 손상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삼성병원 신경과의 나덕렬 교수님은 예쁜치매와 미운치매를 이야기합니다. 예쁜치매는 전전두엽의 기능이 튼실하여 인간적 존엄함을 잃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에 반해 미운 치매는 전전두엽 기능이 약해져 존엄함을 잃어가는 상태를 말합니다. 다행히도 교수님은 머리속 CEO, 전전두엽을 더 멋지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앞쪽머리를 더 많이 사용할수록 CEO는 더 멋지게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멋진 CEO, 강화된 전전두엽을 만들면 비록 치매에 걸리더라도 예쁜치매가 될수 있다고 말합니다.  


게이지 청년이 온몸으로 말해 준 소중한 지식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전전두엽을 더 크고 두텁게 만들어 예쁜뇌를 만들어 ‘생각대로 이끄는 삶’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는 삶’ 을 만들기를 희망해봅니다. 더불어 치매에 걸린다 해도 '예쁜치매' 로 스스로의 존엄함을 마지막 순간까지 간직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고서적]
2017년  <재능을 만드는 뇌신경연결의 비밀> 신동선 저
2013년 <작심> 신동선 저

신 동선 (neurosun74@gmail.com)            
신경과 전문의

경기도립노인전문병원 진료부장
크랩아카데미 (뇌신경연결의 세계) 대표
www.creb.kr

 

저자 신동선
저자 신동선

 

 

최은봉  drcb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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