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흐름...아!! 정말 빠르다. ‘유수와 같다’라는 말을 몸소 느끼는 요즘...

여름이 막 지나간 듯한데 겨울을 알리는 11월이 들어섰으니 말이다.

채 월동 준비를 하기도 전에 성큼 우리들 곁에 다가와 버린 겨울이라는 놈...

【취재본부/ndnnews】안홍필 취재국장= 추위가 시작되면 늘어나는 걱정이 또 하나 있다. 우리 주변에는 소외되고 외로운 분들이 참 많다. 출동을 다니다 보면 재래시장을 지나가곤 한 적이 많다.

그럴 때 마다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화려하고 값비싼 물건,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아닌 시장 한 귀퉁이에 허르스름한 옷차림에 그것도 겨울이 한참 전에 시작되었음을 체온으로 느끼기에 충분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철의 옷이 아닌 얇디얇은 남루한 모습의 할머니. 하얀 백발의 흐트러진 머리에 휘어진 허리로 인하여 얼굴 가슴 무릎이 거의 붙어버린 채 어디서 구해 오셨는지 시레기 무우청 한바구니, 이름 모를 콩 한바구니, 고들빼기 한 묶음 등등을 팔기위하여 추위도 잊은 채 가엽이 앉아 계시는 모습들을 종종 보곤 했다.

지난해 이맘때였을까?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화재 신고를 받고 산동네에 출동을 한 적이 있었다.

매캐한 냄새와 함께 연기가 창문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다는 신고자의 전화..

산동네 인지라 우리를 실은 구조버스는 중턱도 못가서 내리라고만 하는 것 같다. 출동 차량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주춤 거리자 너 나 할 것 없이 차에서 뛰어내려 앞만 보고 정신없이 내달리기 시작한다. 가파른 언덕길, 두꺼운 방화복, 투박하기 짝이 없는 방수화, 그리고 공기호흡기, 어깨에 가로 메어진 렌턴, 손에 쥐어진 무전기와 파괴기구, 달리면 달릴수록 자꾸 눈앞으로 내려오는 헬멧.

이미 겨울이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화재현장 내부로 진입하기도 전에 나는 땀으로 온몸이 흠뻑 적셔 있었고 대퇴부에서 전해져오는 뻐근함에 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현장에 빨리 도착하고픈 맘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이 모든 것들은 내게 방해를 하는 걸림돌이었다.

그렇게 현장 근처에 다다르자 검은 구름과 함께 코를 찌를 듯한 냄새가 내 눈과 코를 자극시켰다. 반 지하의 화재현장 입구에 다다르자 파괴기구를 이용하여 대원들은 방화문을 개방하기 시작했고 문이 열리자마자 진압대원들의 힘찬 방수와 함께 내부로 진입. 뜨거운 열기가 방화복 속으로 후욱하고 들어옴을 강하게 느낀다. 그러나 여기에 주춤거릴 여유가 없거니와 그럴 나는 더더욱 아니다. 불이라는 놈이 내게 강하게 다가설 때 나 역시도 더 강한 모습으로 맞선다. 그렇게 화재 진압과 인명검색이 동시에 이뤄지기 시작했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감각적으로 방안 구석구석을 더듬으며 정밀 검색을 실시하면서도 혹 한 뼘이라도 놓치는 구석이 있을까 염려스러움에 재차 검색 또 검색.. 그렇게 인명 사고 없이 무사히 화재를 진압하고 반 지하를 거슬러 나와 밖에서 한숨을 돌리고 있을 때 90도가 넘을 정도로 휘어진 백발의 할머니께서 마른 눈물을 흘리시면서 올라오시는 것이었다. 이 화재가 발생한 집이 할머니의 보금자리....뭐라 위로의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할머니에게는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할머니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는 자체가 뻔뻔함이고 소방관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 여겨질 정도였다.

할머니께서는 인근 시장에서 노점을 하시는 분이신데 얇디얇은 전기장판의 콘센트를 꽂아 둔 채로 시장에 나가신 후 과열 추정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 것이었다.

오래전부터 사용 해 오신 낡은 장판이 원인이 된 것 이었다.

이처럼 갑작스레 찾아 온 추위는 미처 겨울에 대비하지 못한 채 창고 및 베란다 등 어느 구석에 몇 개월을 쳐 박아 둔 채로 있던 전열 기구를 꺼내어 점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콘센트에 꽂고 바늘을 허리에 매어 쓰는 식의 눈앞에 급급함.. 바로 안전 불감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

“유비무환”

어떤 일에 대비하여 미리미리 그 방편을 준비한다면 근심할 걱정이 없을 텐데...

화재가 점점 증가하는 11월

불조심 강조의 달을 맞이하여 화재의 진압보다 예방에 대한 소방안전교육을 지속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우리나라 국민들의 절대 결함, 안전 불감증으로부터의 해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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