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의 춤의 향연에 스페인을 배경으로 특유의 경쾌함과 화려함 돋보여

최근 몇 년간 러시아 대표 발레단 내한공연 가운데 마린스키 발레 내한공연만 내리 세 번 접했다.

2012년 11월에 마린스키 발레 오케스트라 <백조의 호수>, 2017년 11월 마린스키 블라디보스톡 분원 프리모스키 스테이지의 <백조의 호수>, 그리고 올해 2018년 11월에 마린스키 발레단 & 오케스트라 돈키호테 공연이 그것이다.

6년전 마린스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클래식 튀튀(tutu)의 새하얀 의상에 나사가 촘촘히 딱딱 맞물려 들어가듯 무용수들의 일사불란한 동작에다 바닥에서 사각사각하는 소리에 세종문화회관의 발레관객이 숨죽였던 발레공연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상대적으로 극동의 블라디보스톡에 소재해있는 프리모스키 극장 소속 발레단 댄서들의 군무가 ‘백조의 호수’의 온전한 매력을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얘기가 나왔던 2017년 11월 마린스키 발레단 블라디보스톡 프리모스키 분원 백조의 호수 내한공연은 세종문화회관의 발레관객들이 숨죽였던 6년전 무대의 긴장감은 없었던 공연으로 뇌리에 남아있다.

러시아 발레 양대 산맥인 볼쇼이 발레단의 내한공연이 그간 없었던 것이 개인적 아쉬움이라면 마린스키 발레단의 대표 발레리노로 성장한 한국인 무용수 김기민의 공연 날짜가 개인 스케줄과 맞지 않아서 김기민의 공연모습을 보지 못한 것도 개인적으로 또다른 아쉬움이다.

지난 11월18일 마린스키 발레단의 내한공연 마지막날 일요일 오후 2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서 있었던 희극발레의 대명사 돈키호테에서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무대를 압도하는 발레리나 엘리나 예브세에바와 정렬적인 춤과 격정적이면서도 정제되어 있는 춤 사위의 발레리노 필립 스테핀이 주역이 되어 끊이지 않는 무궁무진의 춤의 향연을 펼친 점이 백조의 호수나 지젤 발레등과는 다른 인상적 볼거리였다는 점이 우선적 소감이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지다보니 발레 돈키호테는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특유의 경쾌함과 화려함이 돋보였고 또한 막이 바뀌면서 무대배경이 더욱 화려해지며 발레 연기의 열기가 고조된 것도 이번 마린스키 발레단 돈키호테의 특징이라면 꼽을 수 있겠다. 특히 3막 Scene6에서 돈키호테는 물론 모든 마을 사람들이 모여 키트리와 바질의 결혼을 축하하는 파티를 연다. 마을의 남녀는 민속춤인 판당고를 추며 파티가 고조되었을 때 키트리와 바질의 결혼식이 울려지며 3막 Scene6에서의 멋진 2인무는 관객의 가장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2012년 11월에 두차례에 걸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한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단독 내한공연도 손열음과 조성진 협연으로 감상할 기회가 있었지만 돈키호테의 반주를 맡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유려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력도 보통 국내 연주단체가 반주를 맡는 것에 비해 본토 발레 돈키호테를 돋보이게 만든 한 요인이 됐다고 본다.

감성적 측면에 강한 마린스키 발레에 반해 기교적 측면에서 강한 볼쇼이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는 향후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를 생각해보게 되는 마린스키 발레단 돈키호테였다. 공연기획사들의 내한 섭외가 마린스키 발레단에 치우치다 보니 볼쇼이 내한공연을 접할 수 없었는데 조만간 볼쇼이 발레단의 내한공연이 성사돼 러시아 발레의 진수를 기교적 측면에서 다시 한번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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