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장군당 당주 김성주

대구 미륵장군당 당주 김성주

 

“신토불이, 신토불이 하는데 (예수와 부처는 믿으면서) 왜 우리의 신토불이 토속신앙은 미신이라 취급 하는가”

팔공산자락 300고지 왕산, 무속인들을 위한 최초의 기도 터 마련

대구 미륵장군당 당주 김성주

 

 

 

 

“무속인들은 불쌍하다. 먹고 싶어도 못 먹고 몇날 며칠을 깊은 산속에서 추위를 이겨내며 기도를 올리는데 그 지극 정성은 아무도 모른다. 좀 산다 하는 무속인은 텐트라도 치지, 없으면 비닐이 전부다. 그래서 15년 전에 소원했다. ‘무속인들이 마음놓고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기도처를 만들어야겠다’” 대구 미륵장군당 김성주 당주는 최근 팔공산 자락 300고지 왕산의 한 터에 무속인들을 위한 기도처를 만들었다. 명산 중 명산이라고 불리는 팔공산에 올라와 천지신명께 기도하는 단체만 마흔 곳이 넘는데 기도처가 하나도 없다는 게 늘 아쉬웠기 때문이다. 김성주 당주는 무속인이든 아니든 누구나 이곳에 와서 기도할 수 있다며 비영리로 운영해 돈은 받지 않는다고 했다. 성의 표시로 얼마 내고 가면 그저 전기세, 물세에 보탤 뿐이었다.

 

가을에는 역시 팔공산이다. 형형색색 곱게 채색된 단풍으로 넋을 잃게 하는 터에 미륵장군당 당주(이하 당주)를 찾아가는 발걸음도 조금 설레였다. 무속인으로서 이름난 그는 여러 단체의 감투를 벗어던지고 무속인의 본분을 찾겠다며 팔공산 자락 왕산으로 들어갔다. “무속인은 허울 좋은 개살구가 되면 안 된다.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기도하는 무속인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말한 그가 왕산에 들어간 지 어느새 2년이 흘렀다. 당주를 만나 ‘진정한 무속인의 삶이란 무엇인지’ 토속신앙의 현 주소와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여기 그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팔공산자락 왕산 기도처는 누구에게나 열린 기도 공간

“무속인들이 불쌍해. 사실 외래종교가 들어오기 전에는 무속인들이 하늘과 인간을 매개하는 존재로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천대받고 있거든. 매스컴이 대단한 게 ‘왕꽃선녀님’인가 하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나서부터 그나마 무속인에 대한 이미지가 좀 달라졌지. 예전에는 쳐다보지도 않았어. 무속인들은 사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먹는 것도 제대로 못 먹고 고기 먹고 싶어도 참아가면서 산에 올라 기도하거든. 그걸 누가 알아주나. 아무도 모르지. 그때 좀 산다는 무속인은 텐트라도 치지. 나는 비닐 덮어쓰고 기도하러 다녔어. 그런 게 참 불쌍해서 15년 전 즈음 무속인들이 기도할 수 있는 기도처가 있으면 좋겠다 소원했지. 여기 팔공산이 명산중의 명산이라 여기 굿 당은 3,40여 곳이 넘는데, 기도할 수 있는 기도처는 단 하나도 없어. 내가 기도처를 만들어 두면 후배들이 와서 기도할 수 있잖아. 옥황상제, 천지신명을 모시는 우리 무속인들은 다 형제자매니까. 무속인이든 아니든 누구든 천지신명께 기도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서 기도하란 얘기지. 기도비는 안 받아. 영리 목적으로 만든 게 아니니까. 다만 얼마라도 성의 표시하면 여기 전기세 내고 물세 내고 그 뿐 인거지”

 

 

 

 

 

 

 

 

무속인의 본분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

“무속인들은 돈을 벌려고 하면 안 돼. 중생을 구제하는 거지. 스님이나 목사님처럼 그렇게 해야 해. 돈 벌려고 하면 오래 못가. 사람들이 그걸 모르나 다 알지. 나는 여기 찾아오는 이들이 20년 된 지기들이야. 굿 한번 안한 사람도 있어. 왜? 평소에 잘하니까. 평소에 늘 기도하고 잘 하면 굿 안 해도 잘 살아. 무속인들이 돈 벌려고 굿 해라하면 절대로 안 되는 거야. 업 중에 가장 무서운 업이 융합을 깨는 업인데 어떤 무속인은 겁도 없이 가족의 융합을 깨. “느그(당신) 서방한테 애가 붙었어. 같이 살면 안 돼” 또 “굿 안하면 니 죽는다” 이러지. 천신기도를 하는 사람들은 사실 천기누설을 하면 안 되는데 누가 사니 죽니 이런 말은 더더욱 하면 안 되는 거야. 그래서 스승들이 제자들을 잘 가르쳐야 하는데... 나는 대학교수들을 만나면 따져. 아니 장례사도 공부를 시켜서 자격증을 주고 전문가를 만드는데 왜 무속인은 그런 교육기관이 없고 아무나 다 신만 받았다 하면 무속인이 됐다가 하기 싫으면 때려치우고. 이러니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린다고 잘하는 무속인들까지 욕먹게 하는 거야. 무속인들의 본분은 굿을 해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주는 거야”

 

무속인으로의 인연

“24살이었지. 허리가 아파 하반신 마비가 왔는데, 이제 죽는구나 싶었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속인을 찾아갔더랬지. 사실 그 전에는 무서워서 무속인 근처는 얼씬도 안했는데 오죽했으면 찾아갔겠어. 그런데 신을 받으래. 신을 받으면 낫는다네. 그래서 받았더니 진짜 다음날 감쪽같이 허리가 안 아퍼. 신기하데. 그런데 나더러 신당을 차리고 점사를 보라는데 덜컥 겁이 났지. 그래서 그길로 서울로 도망을 갔어. 그런데 하는 일이 다 안 되더라고. 4, 5년을 그렇게 살다가 다시 대구로 왔는데 자꾸만 이 일을 하라는 거야. 대구 갓바위에 가서 49일 기도를 했는데. 내 스스로도 내가 정신이 이상한가 싶을 정도로 눈만 감으면 장군님들이 말을 타고 날라 다니네. 기도 끝나기 일주일을 남겨놓고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부처님도 예수님도 다 좋은데 우리나라 신이 아니잖아. 우리는 왜 우리 신이 없나 고민하는데 단군할아버지가 탁 떠오르며 눈물이 나더라고. 그렇게 49일 기도 하고 내려왔지. 그런데 그길로 또 다른 일을 했어. 당시에 내가 부모도 없고 형제자매도 없어서 조언을 구할 데도 없고 무속인이 된다는 게 스스로 결정하기에 쉬운 일이 아니었거든. 그러다 어느 날 우연찮게 마을 아래 있던 다방에 가서 차를 한잔 하는데 옆 테이블에서 동화사 어디 할매 얘기를 하는데 자꾸만 귀가 그쪽으로 쏠려. 그때 태풍 ‘매미’가 왔을 때였는데. 누가 가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그 날씨에 술이랑, 사탕, 물 한 병 사들고 그 할매가 있다는 산으로 갔지. 그런데 아무도 없는 산에서 갑자기 나무라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와 이제 와(왜 이제 왔느냐)”이래. 한편으로는 무섭고, 이만큼 되니 오기도 생기고 궁금하기도 하고. ‘이게 뭐지?’. 거기서 그대로 100일 기도를 했어. 그리고 77일 되던 날 내림굿을 받았지. ‘그래, 무속인이 무엇인지 한 번 알아보자. 배워보자’ 그런 심정이었어. 또 내가 한 번 하겠다 마음먹으면 제대로 하거든. 바로 대구 평이동에 자리를 잡고 3년간 냉방에서 뜨신물(따뜻한 물) 하나 안 쓰고 신에게만 매달렸어. 그렇게 이 길로 오게 된 거지”

 

굿보다 중요한 것은 원인을 찾는 것.

“점사도 보고 굿도 많이 했지. 작두도 한 달에 수십 번을 탔어. 문제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굿도 하고 작두도 타야하지만 더 중요한건 굿을 하는 이유. 작두를 타는 이유를 알아야 해. 의사가 치료만 잘한다고 명의가 되는 게 아니잖아. 어디가 아픈지 찾아낼 수 있는 의사가 진짜 명의인거야. 원인을 모르는데 어떻게 치료를 해. 또 굿이라는 게 가정마다 다 달라. 왜? 사람들이 다 다르잖아. 똑같은 사람이 어디 있어. 누구는 술을 좋아하고 누구는 담배를 좋아하고. 기호가 다 다르잖아. 신들도 다 달라. 어떻게 굿이 똑 같을 수 있겠어. 물론 식순이라든가 큰 틀에서 봤을 때 흐름은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다 다른데 그걸 아는 무속인이 몇 명 안 돼. 이런 게 참 안타깝지. 그리고 대동맞이 굿, 나라굿, 문무왕릉, 수륙제, 남산 한옥마을, 온 지방을 돌면서 굿을 수십 번을 했지만 굿을 한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니야. 굿을 꼭 해야 할 때 하는 거지. ‘사업이 안 되는데 되게 해 주세요’. 굿 한다고 되나. 그러면 다 부자 되게. 나는 태풍이 오면 미리 태풍이 올 것이니 대책을 세워 피해를 줄여라 라고 말해주는 기상캐스터 같은 거야. 조심하면 피해를 덜 받잖아. 사업은 봄에 씨앗 뿌려서 정성을 들이면 가을에 걷게 돼있어. 사업을 하면서 노력과 정성을 들여야지. 사업만 차려놓고 노력은 안하고 여기 와서 ‘굿할 테니 잘 되게 해 달라’고 하면 되나? 안되지. 나는 그럴 때는 노력해보고 안되면 그때 다시 오라고 해. 노력하는데도 이상하게 일이 잘 안 풀릴 때 그 원인을 찾아줄 수 있지만 노력도 안하고 해달라고 하면 안 된다는 거야”

 

 

 

 

 

 

 

 

 

무속인은 의사가 아니다.

“점사를 볼 때 구구절절 얘기 할 거 없어. 신이 하는 말만 간단하게 요약해서 전달해. 손님이 오면 내가 뭐 때문에 왔네. 하고 딱 알아 맞춰. 남편 때문에 왔네. 자식 때문에 왔네. 그러면 온 사람은 놀라지. 손님이 하는 말이 남편이 간이 안 좋대. 어찌하면 좋겠냐는데 내가 의사한테 가라했지. 간이 안 좋으면 의사한테 가야지 왜 내 한 테 와서 고쳐달라고 해. 우리는 병을 고치는 의사가 아니야. 병이 잘 치료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는 거지. 물론 영의 세계에서 온 질병은 우리가 치료하지. 그건 병원이 못하거든. 하지만 뼈가 부러졌네, 간이 안 좋네, 이런 걸 가지고 우리한테 오면 어떻게 해. 병원으로 가야지. 나는 딱 잘라 말해. ‘그런 건 우리가 할 수 없다. 의술에 맡겨라’”

 

무속인으로서의 보람과 긍지

“내가 처음 내림굿을 해서 무속인이 되었을 때 첫 고객이야, 한 부모가 찾아왔어. 딸이 있는데 ‘모아모아 병’에 걸렸는데 병원에서 13살 되면 죽는다고 했다는 거야. 병원에서 못 고친다며 그 딸을 데려왔는데 내가 눈물이 나더라고. 나도 아파봐서 그 심정을 알잖아. 그 엄마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나를 찾아 온 거지. 그 아이 엄마한테 내가 이 아이를 내 딸이라 생각하고 살려보겠다. 죽기는 무슨 대학도 보내고 시집도 보내겠다 그랬지. 그런데 지금 그 아이가 살아서 대학 졸업하고 취직해서 공무원이 됐어. 병을 앓아서 팔에 힘을 못 써서 장애인 등급을 받았지만 지금 취직해서 잘 살고 있어. 속옷을 두벌 사왔는데 한 벌은 입고 한 벌은 간직하고 있지. 걔가 당시에 죽지 않고 살아서 ‘아! 내가 기도하니 되는구나’ 나도 용기를 가지게 됐어. 그러니 나도 그 아이가 고맙지. 살아줘서 고맙고. 용기를 줘서 고맙고”

 

 

 

 

 

먹는 것만 신토불이가 아니다. 우리 신도 신토불이다.

“여기 오래토록 찾아오는 분들은 절에 가듯이 오는 거야. 오면 마음이 편하고 천신에게 기도하고 나면 좋거든. 우리가 차를 사고 사업을 시작할 때 고사를 지내잖아. 조왕신한테 안택도 하고 그게 미신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또 믿고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 그런 마음으로 우리 신토불이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하는 거야. 우리 어머니들이 장독에서 기도하고 부엌에서 기도하고 했던 그런 간절한 마음. 그걸 지키는 게 우리 무속인들의 사명인거지. 먹고 쓰는 것만 신토불이 하지 말고 우리 신토불이 신도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어”

 

당주는 간절했다. 올바른 토속신앙이 자리 잡아 무속인들이 바른 길을 가기를 바랬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속인들이 하나로 대동단결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았다. 전문기관을 통해 무속인을 양성하고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는 가르침을 내려 하나의 줄기로 이어가야 우리의 신토불이 토속신앙을 바르게 지켜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사리사욕이 생겨 신을 바로 모실 수 없다며 독신으로 살아온 당주는 오로지 무속인이 가야할 길을 향해 끝없이 정진 또 정진하고 있었다.

문의 대구광역시 동구 중대산동 산33번지

만신김성주 HP: 010-2454-1000

제자김정민 HP:010-2058-3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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