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감 있고 우아하고 중후한 사운드로 중첩돼 전개되는 사운드

베토벤 교향곡 제5번 3,4악장의 지시어 빠르고 경쾌하게(Allegro)보다 안정감 있고 우아하고 중후한 사운드로 중첩돼 전개되는 사운드.

오케스트라 전체 앙상블이 매우 인상적인 伊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가 다닐 트리포노프와 조성진과 함께 이틀간의 우아한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지난 11월 15-16일 양일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쳤다.

둘째날 공연에서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는 예외적으로 베토벤 교향곡 제2번부터 연주하는 강수로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의 합창에 비해 관객에게 덜 친숙한 제2번 교향곡이 숨겨진 보석(Hidden Treasure)임을 일깨우며 산타 체칠리아의 연주력이 세계 10위권의 정상권임을 체감케했다.

조성진은 이제 한국 클래식팬들에겐 슈퍼스타다. 매 내한연주회마다 몇분, 몇시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조성진에게서 이번 산타 체칠리아와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3번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전에 없는 성숙함과 열띤 분위기를 자제한 강한 관조적 이미지다. 이는 3년전 쇼팽 콩쿠르 우승자 이후 쏟아지는 관심과 이어지는 연주회에 들떠 있는 것보다 자신의 피아니즘의 깊이와 넓이를 헤쳐나가야할 조성진에게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조성진의 이런 성숙한 피아니즘은 11월 야닉 네제 세갱 지휘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레코딩한 앨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2악장 Romance에서의 여유있는 피아니즘에서도 확인된다.

후반부 연주된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은 매우 정제된 사운드의 운명으로 파보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이 날렵함을 특징으로 한다면 안토니오 파파노 지휘의 산타 체칠리아는 우아함의 베토벤으로 정의될 수 있을 연주였다고 생각한다. 안토니오 파파노가 연주를 끝내고 연주자들을 일일이 일으켜 세울때마다 관객의 환호가 쏟아질 만큼 오케스트라의 전체 앙상블이 매우 뛰어났던 것으로 관객에게 각인됐던 것 같다.

11월15일 첫날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공연에서도 연주의 낭만이 가미된 느낌은 보통 빠르게 연주하는 것이 관건인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다닐 트리포노프는 올해 야닉 네제 세갱 지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협연, 발매한 자신의 앨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4번의 러시아의 격정적 물결치는 피아니즘 속에서 이번 내한연주에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3번의 당당함과 강한 타건보다는 섬세한 처리가 돋보이며 전율을 느낄 만한 열화와 같은 관객의 환호와 박수세례를 이끌어 냈고 드뷔시 영상1집 1번 ‘물의 반영’으로 개인 독주에서 더 빛을 발하는 연주를 보였다.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는 유럽 오케스트라의 품격을 느낄 수 있을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번, 이어지는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중 “님로드”와 롯시니의 윌리엄텔 서곡 앵콜곡에서 자신들의 성격에 잘 맞는 곡을 선곡, 연주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작권자 © 엔디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