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수술 이야기 6.

다리를 들고 걷는다는 파행증상을 가지고 동물병원을 방문하는 개, 고양이 환자들, 주로 어떤 원인들이 흔할까?

 

이전 칼럼에서 다뤘던 슬개골 탈구, 십자인대질환 등도 매우 흔한 원인이지만, 또 그에 못지 않게 흔한 원인이 있다.

 

뼈가 부러짐, 골절이다.

사람도 뼈가 부러지는 골절환자들이 많지만 동물들도 그에 못지 않게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소형견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앞다리 뼈 중 하나인 요골의 골절이 가장 흔한 편이다. 어쩌다가 다쳤는지 보호자분께 여쭤보면 열에 아홉은 안고 있다가 아이를 떨어뜨렸어요라고 답해주신다. 보호자 품에 폭 안길만큼 작은 체구에, 귀여움까지 겸비한 강아지들을 보고 있으면, 어찌보면 숙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애초에 대형견으로 태어났으면 품 안에 안길 일도 적었을테니 말이다.

좌우지간 기왕 안아주신다면 항상 주의를 기울이시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다.

 

또 하나 흔한 골절 원인은 교통사고다.

그래도 최근에는 가슴줄, 목줄을 꼭 채워주시고 산책하는 펫티켓을 지켜주는 보호자분들이 늘어서인지, 교통사고로 내원하는 환자가 비교적 줄었다고 체감되긴 하지만, 여전히 교통사고로 오는 환자들은 꼭 골절이 동반된 경우가 대다수이다. 가장 흔한 골반 골절부터, 앞다리 골절, 뒷다리 골절, 척추 골절 등, 적게는 한개의 골절만 있는 경우도 있지만 많게는 다발성 골절상을 입고 오는 경우도 있다. 빈도가 줄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산책 중 보호자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경우들이 대다수인 만큼, 반려동물과 집 밖으로 나갈 때는 가슴줄 또는 목줄을 착용하시길 바라며, 착용하더라도 차가 많은 곳에서는 줄을 짧게 잡고 있으시길 당부드린다.

우리 아이는 민첩해서 어련히 알아서 피할거야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런 경우에 있어서 절대 여러분의 반려동물을 믿어서는 안 된다.

 

어찌됐든 이미 사고는 일어났고, 동물병원에서 골절이라고 진단을 받았다면 대부분은 수술적인 교정이 필요하다.

수술을 통해서만이 부러진 뼈를 본래 해부학적 구조로 정복하고, 고정하여 뼈를 다시 붙게끔 할 수 있다. 간혹 부러진 뼈가 틀어짐이 많지 않아서 깁스나 드레싱으로만 붙게끔 하는 방법을 선택지로 둘 수도 있지만, 필자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일종의 모험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드레싱으로만 골절 부위의 유지가 잘 된다면 수술없이 골절이 치유되는 기쁨을 누릴 수도 있지만, 드레싱만으로 골절 부위의 안정화에 실패해서 골편이 더 심하게 틀어질 경우에는 수술의 스케일과 난이도가 더 커지는 슬픔을 마주해야한다.

 

결국 포인트는 환자가 얼마나 얌전히 잘 있어주느냐가 관건인데, 사람은 환자 스스로가 인지해서 주의를 기울일 수 있지만, 동물들은 통증만 조금 사라져도 다 나은 줄 알고 예전처럼 에너지를 뿜어내려고만 하지 스스로의 행동을 제한하는 자제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골절의 수술 방법은 골절 부위, 양상에 따라 워낙 다양하여 일일이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고정에 사용하는 수술 도구의 종류에 따라 크게 외골격고정, 내고정 등으로 나누어진다.

 

외골격고정은 뼈고정에 사용되는 핀을 피부 밖에서 고정시키는 방법으로서, 상대적으로 덜 침습적이고, 뼈 유합에 필요한 골절부위 혈액공급에 영향을 주지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뼈가 다 유합될 때까지 거추장스러운(?) 고정장치를 몸 밖에 달고 지내야 하고, 적절한 드레싱 관리를 해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내고정은 직접 골절 부위에 접근하여 플레이트, 스크류와 같은 임플란트로 뼈를 고정하고, 수술 후 빠른 재활을 통해 다리 기능 회복에 유리한 장점이 있지만,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연부조직 손상으로 뼈 혈액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뼈 유합이 끝난 뒤에 필요에 따라 임플란트 제거 수술을 하거나, 평생 임플란트를 몸에 지니고 살아야한다는 부담이 있다.

 

두 방법 모두 장단점이 있는 만큼, 수의사는 골절 환자의 상태에 가장 적합한 수술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수술이 적절히 잘 이루어지고, 시간이 몇 주 지나게 되면 환자는 꽤 평소처럼 잘 걷고 활동하게 된다.

하지만 골절 치료는 뼈가 다 유합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일반적으로 골절된 뼈가 유합되는데는 6주에서 12주까지 다양한 편이다.

 

이 기간 동안 골절 고정장치를 파손시킬 만한 큰 충격이 가해지지 않도록 무리한 운동 및 행동을 하지 않게 잘 보살펴 주셔야 하는 것은 보호자분들의 몫이다. 수술에 사용되는 고정장치는 꽤나 튼튼한 장비이긴 하나, 오랜 시간 물방울이 떨어진 돌에 홈이 파이듯이 고정 장치도 반복된 부하가 장시간 적용되면 피로가 누적되면서 파손이 될 수 있다. 때문에 가벼운 걸음걸이로 뼈의 유합을 촉진하는 자극은 주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점프해서 올라가는 정도의 큰 힘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

 

가만 보면 골절 치료는 수의사 혼자서만 하는 것이 아닌,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해 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술을 담당한 수의사의 설명을 충분히 이해하고, 안내 사항에 협조하여 뼈의 유합이 끝날 때까지 잘 관리해주는 것도 수술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물론 애초에 골절이 생기지 않도록 평상시 주의를 잘 기울여주시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기사제공 : VIP동물의료센터 외과 과장 안승엽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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