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열기와 공연 에너지면에서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내한공연 눌러

파보 예르비의 스위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이 열기와 공연의 에너지면에서 대타로 나선 샤를르 뒤투아 지휘의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눌렀다.

발을 내려찍으며 말러교향곡 5번의 종지부를 찍자마자 터진 관객의 큰 박수세례와 함성이 파보 예르비의 실력과 인기를 실감케했는데 2019/20 시즌부터 스위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와 음악감독으로 부임할 예르비의 의욕과 향후 행보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는 것이어서 다음달 19일 도이치 캄머필과 파보 예르비 내한공연은 힐리리 한과 어떻게 협연을 펼질지 벌써부터 흥미롭다.

4년전 2014년 4월21일 데이비드 진만 지휘의 독창적인 탄력과 박력넘치는 음악만들기 및 악단의 윤기있고 활력의 윤택한 사운드가 극상에서 만난 개성적 연주가 스위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에 대한 첫 기억이었다. 올해의 스위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는 작은 앙상블의 날렵한 베토벤 해석의 사운드를 몇 년전 한국 팬들에게 남기고 간 파보 예르비가 말러교향곡 5번의 4악장 유명한 아다지에토의 알마 말러를 향한 사랑의 선율이 애잔히 전개되며 저현의 하프음색이 인상적이었던 말러해석가의 강렬한 이미지를 뿌린 것으로 기억될 만 하다.

하트 키스를 날리며 인상적 한국 데뷔를 한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역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을 불꽃튀는 마무리로 종결, 그녀의 명성에 손색없는 세 번째의 내한공연 콘서트에 부합하지 않았나 싶다. 파보 예르비 지휘의 체코필과 협연한 카티아의 앨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도 콘서트홀 현장에서만큼 열기를 담아내지는 못하지만 화려한 마무리는 마찬가지다.

지난주 11월 3일 토요일 저녁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공연에선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격인 안드라스 쉬프가 중국계 피아니스트 랑랑처럼 들뜨고 흥분되는 것이 아닌 연륜이 묻어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로 에너지가 넘치던 31세의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와 확연히 대비됐다. 안드라스 쉬프는 일요일인 11월4일 오후 5시에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은 리사이틀에서도 베토벤 소나타 NO. 24, 브람스의 8개의 피아노소품 OP. 76, 브람스 7개의 환상곡 OP. 116등 피아노의 성찬을 펼치며 연주가 재미있다기보다 교과서적이라고 해야 할 일관된 피아니즘을 이끌어갔다.

예프게니 키신이 천재성과 흥행력이 조화를 이룬 슈퍼스타로 자리잡았다면 쉬프는 네 번째 내한공연이던 2016년에 선보인 멘델스존의 <엄격변주곡> Op. 54에서부터 교과서형의 모범적인 기품의 연주로 탐구적 자세가 빛난 연주회의 전형을 다섯 번째인 올해 공연을 통해서도 바흐 영국모음곡 NO. 6 d단조 BWV 811등으로 보였다고 해야겠다.

파보 예르비,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샤를르 뒤투아, 안드라스 쉬프등 세계적 연주자들이 토요일 오후와 저녁의 서울의 클래식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 마치 서울이 세계 클래식계의 중요 허브가 된 느낌을 준 가운데 샤를르 뒤투아는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으로 자신의 옛 영화(榮華)를 재현하려고 안간힘을 쓴 것 같다.

샤를르 뒤투아에 대한 개인적 추억은 1996년 4월 프랑스국립오케스트라와 예술의 전당서 이틀에 걸친 3회의 내한공연을 가졌을 때부터 본격 그의 정열적이며 풍만한 음악성을 갖고 있던 터였는데 뒤투아가 지휘자 연미복을 입고 나와 연주에 임했더라면 과거의 영화를 재현하며 더 좋았을 것 같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날 뒤투아는 갑작스런 대타 분위기를 떨치지 못했다. 해서 공연의 에너지 열기면에서 세시간 먼저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파보 예르비 스위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의 예술적 감동에는 미치지 못했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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