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라블라·롭스·부츠부츠 등 부진 면치 못해

국내 헬스앤뷰티(H&B) 산업이 극심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랄라블라, 롭스, 부츠부츠 등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사실상 업계가 올리브영 독주 체제로 나아가는 모습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올리브영 매장 수는 현재 약 1200개에 달한다.

반면 GS리테일의 랄라블라와 롯데쇼핑의 롭스, 이마트의 부츠의 매장은 각각 174개, 118개, 27개로 총 319개에 그쳤다.

올리브영은 올해 들어 매장별 내실을 높이기 위해 출점 속도를 대폭 늦췄다. 그럼에도 나머지 여러 업체들을 합친 매장 수보다 4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화장품 시장에서 H&B 부문의 성장세는 독보적이다. 2010년 H&B 시장은 2천억원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1조7천억원으로 7년새 8.5배 성장했다.

올해는 2조원 규모를 돌파하고, 2025년까지 5조원 시장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 성장을 주도한 올리브영 매출도 2015년 7천603억원에서 지난해 1조4천억원대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사실상 올리브영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한 해 200~300개씩 매장을 늘리다가 지난해 1천개점을 돌파한 이후로는 매장 간 고객 잠식을 우려해 출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반면 타 업체들은 성장을 모토로 내걸었음에도 매장 수 증가가 지지부진하다. 아니, 거꾸로 감소한 곳도 여럿이었다.

랄라블라는 지난 3월 '왓슨스'에서 BI를 변경하고 올해까지 300여개로 매장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못했다. 당시 191개였던 매장 수는 지금까지 오히려 10여개 줄었다.

롭스도 지난 1월 선우영 대표가 새로 취임하면서 올해 매장을 50개 더 늘리는 게 목표라고 언급했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96개였던 매장 수는 지금까지 약 20개 더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선우 대표는 매장 확대와 함께 매출도 50% 신장시키겠다고 했지만 매장 전략이 난항에 부딪치면서 매출 목표도 현실화하기 어렵게 됐다.

다만 롭스는 지난 7월 롯데슈퍼 내 공간을 마련해 롭스를 입점시키는 '하이브리드형 매장'이 성공적인 게 다행이다. '롯데슈퍼 with 롭스'라고 명명된 이 매장 1호점은 운영 3개월 만에 방문객 수와 매출 신장률이 각각 8.5%, 15.4% 증가하는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

강종현 롯데슈퍼 대표는 "온라인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최저임금 상승 등 내외부 환경의 변화로 국내 유통업체가 과도기에 접어들면서 정체돼 있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도, 버텨낼 수도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마트는 올리브영 명동본점과 불과 1분 거리에 있는 곳에 부츠 매장을 열고 관광상권 잡기에 도전했지만, 매장 오픈 1년여 만에 문을 닫게 됐다. 이마트는 부츠 명동점이 있던 건물을 리뉴얼해 삐에로쑈핑 명동점으로 재개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측은 "부츠 명동점은 플래그십 스토어 성격의 점포로, 부츠 사업 초기 브랜드를 알리는 '테스트 베드' 차원에서 개점한 것"이라며 "삐에로쑈핑이 명동 진출을 줄곧 타진해 왔지만 신규 부지가 마땅치 않았다"고 말했다. 삐에로쑈핑 명동점은 연말 전후로 개장될 예정이다.

헬스앤뷰티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인한 관광상권의 침체와 장기화되는 경기 불황으로 H&B 시장 전체의 파이가 커지는 데 따른 기대감마저 낮아지는 분위기"라면서 “이미 시장을 선점한 올리브영을 다른 브랜드들이 감당해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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