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 친구들과 4박5일 간 동해안 해파랑길 트레킹에 나섰다. 이번에는 울산 대공원부터 부산시 기장군 일광해변까지 약 57km를 걸었다. 때마침 상륙한 태풍 ‘콩레이’로 인해 하루 일정을 소화하지 못한 것 치고는 선전한 셈이다. 지난 2012년 5월 강원도 고성에서 첫 걸음을 뗀 지 7년 만에 드디어 마지막 구간인 부산시에 발을 디뎠다. 해파랑길 총 770km중 725km를 마쳤으니 이제 불과 45km만 걸으면 대장정도 막이 내린다. 

  요즘 자주 사람 입에 오르내리는 말 중에 소확행(小確幸)이라는 게 있다. 문자 그대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한다. 해파랑길 걷기가 바로 소확행이라 할 수 있다. 동해안 따라 즐비한 펜션 중 한 곳에 숙소를 정하고 우리끼리 장봐서 밥해 먹는다. 오전 중 하루 정해진 일정을 소화한 후 오후에는 각자 취향에 맞춰 휴식을 취한다. 저녁에는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살아온 얘기, 살아갈 얘기를 나눈다. 그러면서 소확행을 맛보는 게 여간 즐겁지 않다.

  많은 사람이 이러한 우리를 부러워하면서도 자기는 그럴 형편이 못 된다고 한다. 하지만 방식은 다를지라도 꼭 한 번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는가이다. 임종을 맞은 대부분은 한 일보다는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한다고 한다. 무엇을 잘 했느냐 못 했느냐보다 했느냐 안 했느냐에 더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여행은 좋은 인생 공부이다. 우리는 길에서 많은 걸 배운다. 이번 해파랑길을 걷는 동안 내내 필자 머릿속을 맴돌던 화두이다. 책을 통해 얻는 지식은 한계가 있고 오래가지 못한다. 발품 팔아 몸으로 체득한 지혜는 생생하고 평생을 함께 한다. 특히, 해파랑길처럼 바다와 해변과 산이 고루 어우러져 있는 자연은 훌륭한 지식의 보고(寶庫)이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운 좋게도(?) 태풍 ‘콩레이’를 만나 서울에서는 좀처럼 맛볼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울산은 이번 태풍이 지나는 길목이었다. 현지인들이 태풍이라는 대자연 현상에 대처하는 지혜를 현장에서 두 눈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마을을 지나면서 그 지역의 역사라든지, 출신 인물이 누가 있는지, 그러한 인물과 지세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 인문학적 공부를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제까지 강원도-경상북도-경상남도 지역을 걸으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지역마다 특색이 있었지만 하나 같이 소박했고 친절했다. 특히, 이번 울산 여행 중 마주친 사람들은 한결 여유가 있었고 부드러웠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경제적 풍요로움에서 나온 느긋함일 것이다. 마침 개천절을 맞아 울산 대공원에서 삼삼오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충북 보은이 고향이라는 한 택시기사는 울산의 장점으로 텃세가 없다는 것을 제일 먼저 꼽았다.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만든 산업공동체이기에 더더욱 그럴 것이다. 

  친구들끼리 며칠간 함께 생활하면서 많은 걸 보고 배우고 느낀다. 궂은일을 솔선수범해서 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마지못해 하는 친구도 있다. 어느 누구나 장단점은 다 있다. 하지만 가급적 단점은 묻어두고 장점을 세워 분위기 좋은 여행이 되도록 서로 노력한다. 다른 친구의 단점을 자신을 수양하는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으면서 인생을 배워나간다.  

  공자는 행복한 인생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배우고 실천하기(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친구 사귀기(有朋自遠方來 不亦說乎),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해 하지 않는 마음의 여유(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인생의 즐거움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젊어서는 열심히 일만하고 은퇴한 후에 행복을 구가하겠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젊어서부터 경제적 여유를 갖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동시에 다양하고 건전한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다. 이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건강이다. 매일매일 운동하여 건강을 저축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 취미, 건강, 새로운 인생삼락(人生三樂)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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