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무지치 한경필하모닉, 주한독일문화원 개원 50주년 페스티벌 소리의 흔적, 뉴욕필하모닉 스트링콰르텟 with 선우예권, 요요마 & 실크로드 앙상블 공연을 보고

실내악의 묘미는 이런 것! 10월들어 사이먼 래틀과 런던심포니, 에사 페카 살로넨과 필하모니아, 예프게니 키신등 유명 오케스트라들과 연주자들의 내한공연 열기속에서 이무지치, 주한독일문화원 개원 50주년 페스티벌, 요요마 & 실크로드 앙상블, 뉴욕필 스트링콰르넷 with 선우예권등의 공연이 실내악의 묘미를 일깨웠다.

바이에른 주 클래식 라디오 방송사인 BR 클라시크(BR-KLASSIK)에서 실내악 분야를 담당하는 편집자인 프리데만 라이폴트는 말한다: “실생활 속에서 실내악은 늘 화려한 교향곡이나 오페라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 합창과 더불어 실내악이야말로 취미로 즐기기에 매우 적합한 장르이지만, 실내악의 가정 음악으로서 가치는 과소평가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 10월27일 토요일 저녁 이무지치와 한경필하모닉의 협연무대가 있었던 예술의 전당 IBK챔버홀. 전반부의 관객에게 익숙치 않은 보시의 골도니아니 간주곡 Op. 127, 레스피기의 현을 위한 아리아, 로타의 현을 위한 협주곡에선 악장마다 관객의 박수소리가 터져나와 실내악의 전설을 감상하러 온 분위기를 깨트리며 관객의 수준이 안따랐다.

하지만 2부 첫곡 안토니오 비발디의 합주협주곡 <사계>를 연주하자 실내악의 전설, 이무지치(I MUSICI)의 품격과 색깔, 풍미가 살아났다. 거의 20년 넘게 이무지치 연주를 개인적으로 자주 접해봐왔지만 주옥 같은 실내악의 맛을 느끼게 하는 여름, 악장의 화려한 보잉이 인상적이던 가을, 이무지치의 존엄이 새로왔던 겨울 연주등 과거의 명성에 걸맞는 이무지치 사계였지 않았나 싶다.

취미 음악뿐 아니라 전문 음악가들의 공연 분야에 있어서도 실내악은 청중에서 잘 전달되지 않는 복잡하고 은밀한 음악이라는 선입견이 늘 따라다닌다. 전문가와 애호가들의 전유물이요, 높은 수준의 음악이라는 고정관념은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는게 라이폴트의 진단이다. 하지만 실내악과 가곡을 즐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특별한 사전 지식이나 경험이 없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귀를 활짝 열고 선입견을 버리고 들리는 선율에 몸을 싣기만 하면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10월에 있었던 또 하나의 실내악의 백미 10월15일 저녁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뉴욕필하모닉 스트링콰르텟 with 선우예권이 선사한 드보르작의 피아노 5중주가 그런 귀중한 경험을 제공했다. 처연한 느낌이 압권인 실내악의 최고공연을 만끽하기에 손색없는 무대를 선우예권과 뉴욕필하모닉 스트링콰르텟은 제공해 실내악 연주의 가치를 새삼 일깨우며 실내악 무대도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주한독일문화원 개원 50주년 페스티벌 소리의 흔적(Tonspuren) 역시 교향곡 감상에 익숙했던 필자에게 첫날 10월20일의 말러 피아노 4중주, 브람스 클라리넷 5중주등의 자주 접할 수 없던 곡들을 감상하게 돼서, 또 10월21일 일요일 저녁 저명한 독일 지휘자 크리스토프 포펜이 직접 연주한 바흐 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이중협주곡과 그가 지휘하는 모차르트 협주교향곡등을 통해 잘 접할 수 없었던 곡을 감상한 기회로 실내악에 관심을 부여할 개인적으로 새로운 계기가 됐다. 임선혜 역시 첫날 윤이상 가곡 3곡과 슈베르트 성악, 클라리넷, 피아노를 위한 가곡 ‘바위위의 목동’ D. 965나 이튿날 저녁 모차르트 콘서트 아리아 ‘어떻게 당신을 잊을 수 있나요’ KV 505로 임선혜의 무대 스테이지가 돋보이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해보인 무대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예전의 실크로드 앙상블 내한공연에서도 접했지만 10월17일 있었던 요요마 & 실크로드 앙상블은 베트남의 전통음악과 브라질 삼바, 아메리칸 재즈가 어우러진 모음곡으로 첫 장을 열면서 동서양 협업음악의 가치를 보여준 이색적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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