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제왕답게 오페라 전막공연에서 활약하는 도밍고의 국내 무대 불현듯 기다려져

레하르의 유쾌한 미망인(The Merry Widow)중 듀엣곡 Lippenschweigen(입술은 침묵하고)을 플라시도 도밍고가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소프라노 안나 마르티네즈와 무대에서 회전하며 춤출 때 1991년 11월 세종문화회관에서 플라시도 도밍고가 첫 내한공연을 펼칠 때 이탈리아의 미모의 매력적인 소프라노 루치아 알리베르티와 무대 위에서 끼고 도는 장면이 생각났다.

당시 50살의 나이로 전성기의 플라시도 도밍고가 한국에 온다 안온다 한국 팬들의 애간장을 태우다 성사된 첫 플라시도 도밍고의 내한공연에 객석의 관객은 전율했고 앵콜곡은 축배의 노래등을 포함해 무려 40여분에 걸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때문에 베사메무초, 그라나다, 그리운 금강산등의 다섯곡의 앵콜곡에 그친 이번 플라시도 도밍고의 내한공연은 전성기 때의 도밍고 열기에 비하면 훨씬 못미친 것 같은 느낌이다.

그 이후 일곱 번의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공연에 거의 개인적으로 참석했지만 베를린필이 2005년 사이먼 래틀과 내한공연을 가진 이후 다섯차례의 내한공연을 거치면서 베를린필에 대한 국내 청중들의 첫 전율의 감정이 무뎌지듯 플라시도 도밍고에 대한 관객의 전율의 감정도 내한공연이 일곱차례를 거치면서 다소 무뎌진 듯 하다.

지휘와 달리 목소리가 악기이자 생명인 바리톤 성악에서 77세의 나이에 자기관리를 잘해 플라시도 도밍고의 내한공연을 다시 접할 수 있는 것은 국내 팬들로서는 더할 나위없는 행운으로 여겨졌지만 도밍고의 다소 지친 기색에서 나이를 속일 수 없는 인생의 덧없음과 언제 다시 플라시도 도밍고의 내한공연을 접할 수 있을 것인지 하는 감정이 교차한다.

그냥 큰 전율의 감정없이 공연내내 편했다. 베를리오즈 오페라 <파우스트의 저주>중 <라코치> 행진곡부터 2부 마지막곡 모레노 토로바의 오페라 <놀라운 일>중 사랑, 내 삶의 모든 것에 이르기까지 플라시도 도밍고는 77세의 나이로는 놀라운 성량을 보여주며 앞으로 10년은 더 건재할 수 있을 것 같은 목소리를 들려줬다. 플라시도 도밍고가 앞으로 10년은 더 건재하며 부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지오르다노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중 조국의 적을 부를 때 더 확연한 느낌을 줬다.

전율대신 플라시도 도밍고의 무대 파트너에 대한 립서비스와 연기감각이 능청스럽게 느껴진 것은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중 오늘밤(Tonight)과 한국 소프라노 임영인이 “강건너 봄이 오듯”과 “보리밭”을 부르기 위해 무대에 나오는 임영인에 대한 도밍고의 전매특허 같은 usher 제스처에서 두드러졌는데 소로자발의 오페라 <장미꽃다발>중 “나는 일터에 오랫동안 있었어요”에서 도밍고의 마르티네즈와의 듀엣은 성악의 향연에 취하는 순간을 제공하기도 했다.

아나 마리아 마르티네즈는 2013년 7월 서울시향과 말러교향곡 4번을 협연했을 때 접했는데 당시 풍부한 성량은 아닌 듯 보였으나 이번 플라시도 도밍고와의 협연무대는 5년이 지난 시점에서 만난 탓인지 탁 트인 성량이 돋보였고 무대 매너도 좀더 안정돼 있었다.

플라시도 도밍고의 지난 일곱 번의 내한공연 모두가 아리아를 들려주는 형태였지만 오페라의 제왕답게 오페라 전막공연에서 활약하는 도밍고의 국내 무대가 불현듯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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