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먹튀 막기 위해 시험장 부지 회수 검토

지난 5월 가까스로 정상화에 합의했던 한국GM이 연구개발(R&D) 법인의 분리 신설을 강행하면서 또 다시 ‘먹튀’ 논란이 휩싸였다.

한국GM이 반발을 무릅쓰고 R&D 법인을 분리한 것은 결국 구조조정 및 한국 시장 철수를 위한 전초작업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인천시, 한국GM 노동조합,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 등이 모두 격하게 반발하면서 한국GM 사태는 2라운드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21일 페이스북에서 “한국GM 측에 제공한 주행시험장 부지 회수 등을 법률 검토하도록 담당 부서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인천시 서구 청라동에 41만㎡ 규모로 조성된 주행시험장은 인천시가 2004년 당시 GM대우에 빌려줬다. 최장 50년까지 무상 임대할 수 있는 조건이어서 당시 특혜 논란까지 일었었다.

인천시는 한국GM이 ‘먹튀’를 시도하는 이상 더는 파격적인 지원 혜택을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GM 노조도 전면전을 선포했다. 노조는 이르면 22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 중단 결정에 따라 총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주총장에 입장하지도 못하는 등 이번 결정에서 소외된 2대 주주 산은도 격앙된 모습이다. 산은은 “절차에 하자가 있다”면서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와 산업은행, 지자체가 나서 한국GM의 법인 분리를 저지하려는 것은 향후 구조조정 및 철수를 위한 포석이라는 의심 때문이다.

한국GM이 연내 신설하는 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미국 GM 본사의 지휘 아래 GM이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연구와 개발을 수행한다.

한국GM 관계자는 “법인 신설을 통해 R&D 부문의 위상을 높이고 독자적이고 주도적으로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 등은 R&D 기능이 분리된 한국GM은 하도급 기지로 전락하고, 향후 구조조정 및 매각이 수월해진다고 주장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GM이 향후 한국에서 구조조정을 할 경우 경쟁력이 높은 R&D 분야는 남겨두고 가동률이 낮아진 공장을 정리하는 수순이 예상 가능하다”고 말했다.

철수설이 재점화하고 노사 갈등과 법적 분쟁이 이어질 경우 한국GM의 정상화는 요원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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