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수술 이야기 5.

지난 회차인 반려동물 수술 이야기 4에서는 개들의 전방십자인대질환의 발생 원인과 그 양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약속대로 이번 회차에서는 그 치료 방법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기 쉽게 해드리고자 한다.

 

우선 전방십자인대질환의 치료 방법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치료에 대한 목적을 짚어 보고자 한다.

지난 회차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전방십자인대가 파열이 되고 나면 뒷다리로 체중 지지를 할 때마다, 기울어진 경골고원 때문에 경골이 앞으로 밀리는 현상이 생기고, 이로부터 통증과 염증이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경골이 앞으로 밀리는 힘을 경골전방밀림 (Cranial tibial thrust)이라고 하는데, 바로 이 힘을 없애줌으로써 무릎 관절의 안정성을 되찾는 것이 수술적 치료의 목적이 된다.

 

개, 고양이의 전방십자인대 수술방법은 여러가지 방법이 개발되었고,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연구되고, 개선되고 있는 중이다. 그 말은 아직까지 단점없이 완벽한 수술법은 없다는 이야기다.

수술법마다 경골전방밀림을 없애는 방식이 다르고, 지시되는 상황도 조금씩 다르며, 또한 한 수술법이 다른 수술법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하다는 연구 결과도 없기 때문에 환자 상태에 따라, 그리고 술자의 선호도에 따라 수술방법이 선택된다.

오늘 이 칼럼에서는 경골전방밀림 현상을 없애는 방식에 따라 구분해서 설명해드리고자 한다.

 

먼저 경골전방밀림을 버틸 수 있는 인공인대를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

어찌보면 인대가 끊어졌으니 그 인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인공인대를 설치한다는 점에 있어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다. 인공인대는 일반적으로 무릎관절낭 바깥에서 대퇴골 후방의 종자골과 경골 조면에 뚫은 구멍에 각각 걸어서 고정하게 된다. 이렇게 설치된 인공인대는 본래 전방십자인대의 역할을 대신함으로써 무릎관절의 불안정을 막아주고, 그렇게 6~8주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무릎 주변 조직들이 단단하게 굳는 섬유화가 일어나 무릎관절의 안정성을 되찾게 된다.

하지만 이 수술 방법은 인공인대의 고정력이 느슨해질 수도, 심한 경우 인공인대가 끊어질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인공인대의 고정력을 보강해준 Tight-rope라는 수술방법이 소개되기도 하였고, 조금씩 이 수술을 적용하는 사례들도 증가하고 있다.

 

다음으로 경골전방밀림 자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경골의 해부학적 구조를 변형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절골술을 이용해 경골뼈의 모양을 바꿔주는 것으로, 뼈를 자르고 모양을 바꾼 후 임플란트로 고정한다는 점에서 다소 침습적이고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다. 하지만 경골전방밀림을 버티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생기지 않게끔 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술 후 회복기를 지나 안정화가 잘 이루어지면 장기적인 예후가 상대적으로 더 좋은 편에 속한다. 때문에 최근 들어 더 주목받는 수술이 되었고, 이 수술을 적용하는 동물병원도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인 수술로는 TPLO, TTA, CTWO 등이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 나라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소형견에서는 십자인대질환과 슬개골 탈구가 병발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절골술을 이용한 수술은 슬개골 탈구가 함께 있는 환자에게 적용하기가 다소 까다로운면이 있어 수술법 선택 시 심도있는 계획 및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전방십자인대질환 수술 이후에 보행 회복 양상은 환자별로 다양해서, 술전에 수의사의 예후 평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수술 후 일주일도 안 돼서 잘 걷는 환자도 있고, 수술 후 몇 개월이 지나도 조금씩은 불편하게 걷는 환자도 있다.

 

이러한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1. 퇴행성 관절염 정도, 2. 반월판 손상 여부, 3. 환자의 체중 등이 있다.

 

지난 회차에서도 언급했듯이 십자인대질환은 대부분 퇴행성 관절염을 동반하게 되는 데, 이 퇴행성 관절염은 수술로 교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따라서 퇴행성 관절염이 심한 환자에서는 수술 후 혈소판풍부혈장(PRP) 주사, 줄기세포 주사 등의 재생의학치료와 함께 하면 보다 나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보호자분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종종 자주 하시는 오해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수술만 받고 나면 예전처럼 다리를 쓸 수 있겠지라든지, ‘십자인대 끊어져도 수술 없이 회복이 된다던데등의 이야기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둘 다 아니오라는 대답을 드리고 싶다.

수술을 하고 나면 보행이 회복되고 일상 생활에서 큰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십자인대가 손상되기 이전의 무릎처럼 돌아가진 못한다. 무리한 운동 및 활동을 하고 나면 아무래도 무릎을 더 불편해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수술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관절의 섬유화가 일어나 십자인대단열 급성기에 비해 다리를 어느 정도 쓸 수 있게 되니 마치 회복이 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심한 퇴행성 관절염을 계속 안고 살아가야 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반려동물이 전방십자인대질환으로 진단을 받았다면 수의사와 충분히 상담을 하고 최적의 치료 계획을 세우시길 바란다. <기사제공 : VIP동물의료센터 외과 과장 안승엽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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