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identity)’의 영어 의미를 살펴보면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은 동일함으로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선언하는가하는 본질적인 자기규정이라고 하였다. 정체성이란 단어는 ‘Identitas’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 단어의 뜻은 나의 정체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 한자로서의 정체성(正體性)은 참된 본래의 형태로 몸이나 본체의 모양을 의미하는 단일의 정체(正體)와 성품이나 성질, 생명이나 목숨을 의미하는 성(性)의 합성어다. 참된 본래의 단일한 형체로 변화기 전의 본체나 본심의 모양을 나타내는 성품이나 성질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개성의 특징을 가리키는 말로 표현된다. 인간의 생리적. 심리적인 변화에도 개성이 일정한 특징을 가지고 존재하는 것을 정체라고 부른다.

 

나는 누구인가? 자아정체성을 찾으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인간은 언제부터 자신을 인지하게 되는 것일까. 보통 24개월에서 30개월 사이에 유아들이 거울에 나타난 상에 이름을 붙이거나 자신을 인식하여 옷을 바라보며 움직이거나 하는 등의 행동이 보여진다고한다. 자아인식이라는 것은 발달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행동과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타인과의 소통으로 인한 자아의식의 함양은 후에 정체성 발달에 영향을 준다. ‘자아정체성(ego-identity)’은 자신에 대한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관념으로 자신의 특성과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스스로 아는 것을 말한다. 심리학 관점에서 자아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이나 관념으로 정의한다. 1950년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에릭슨(Erikson)에 의해 처음 사용된 단어다. 에릭슨은 자아정체성 발달이 전 생애에 걸쳐 이루어지며 가장 중요한 시기로 청소년기를 꼽았다. 정서적으로 독립하는 청소년기에 자신의 특징이 결정되기에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가야 하는 시기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을 인정하고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의 좌표에 대한 확인과 결단, 몰입을 통해 네 가지 정체성지위가 나타난다고 한다. 위기와 시련의 극복과정을 통해 삶의 목적이나 비전, 가치를 명료화한다. 삶의 좌표를 확인하고 결단하며 진정으로 몰입하는 사람은 ‘참된 자아정체성(authentic self identity)’이나 ‘창조된 자아정체성(create didentity)’을 유지하는 사람이다. 세상과 동화, 조절 시켜가며 자기 진정성을 모색한다. 삶을 창조적으로 개척해간다. 삶의 좌표는 있지만 몰입이 되지 않는 사람은 ‘유예된 자아정체성(moratorium self identity)’을 가진 사람이다. 위기와 시련을 경험, 극복하기 위해 비전을 발견하지만 몰입하지는 못한다. 삶의 좌표는 없는데 몰입만하는 ‘내사된 자아정체성(introjected self identity)’ 또는 ‘폐쇄된 자아정체성(closed identity)’을 가진 사람은 자기 탐색을 위한 위기를 경험하지 않는다. 자신의 비판적인 성찰이 없이 외부에서 주입된 가치를 자신의 것으로 수용해버린다. 매우 독선적이고 폐쇄적인 사람들이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다면 ‘분열된 자아정체성(diffused self identity)’ 혹은 ‘인스턴트 자아정체성(instant identity)’인 사람이다. 자아탐색을 회피하고 가치관이 혼란스럽다. 삶의 갈등과 불안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사람들이다.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쾌락에서만 삶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현재 자신의 정체성 지위는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삶의 양식이 결정된다.

 

성인이 된다고 해서 저절로 자아정체성이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

성인이 되고 직업을 갖게 되면 하는 일안에서 보람을 느끼거나 존재감을 확인받는다. 기계처럼 일을 강요하는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하나의 부속품으로 취급되거나 성취감을 경험하지 못해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것과 내가 느끼는 것에 차이가 있을 때 자신의 목표나 역할 가치관 등이 혼란스러워지기도 한다. 개인은 정체성을 가지게 됨에 따라 자신과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를 동시에 습득한다. 성인이 되면 여러 가지 자아가 생기기도 한다. 가장, 군인, 남편, 아내, 엄마, 자식, 사원 등의 자신이 지켜야 할 자아들이 많아지면서 혼란을 겪기도 한다. 청소년 시기는 ‘나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었다면 성인이 되어서는 ‘환경에 맞서 자신을 지키기 힘들어서’ 괴롭다. 자신의 삶에 주체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고민이 늘 필요하다. 무수한 분리-동화 관계 속에서 자아정체성이 형성된다고 한다. 분리는 대세의 의견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 시스템의 모순점과 오류를 발견하거나 거부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부당함에 대한 항의와 저항,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통한 개별적인 활동이다. 동화는 동일한 사고방식, 시스템, 사람과 대상들이 공유하는 방식이 결합되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Erich Pinchas Fromm)은 ‘인간은 한 개인으로 정체성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우리가 자아정체성을 찾는 중요한 이유는 내적동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거나 스스로 답을 찾아 갈 때 내적 동기가 원동력을 일으킨다. 외부귀인이 아니기에 그 지속성은 더 오래가고 굳건하다. 인생은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립해가는 과정이다. 자아정체성은 성숙한 자기이다.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로 향해 가는지, 자신에게 들어맞는 사회는 어디인가에 대한 확고하고 응집된 인식이다. 또한 우리 인생에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삶에 길잡이가 없다면 자유롭기도 하겠지만 반대로 혼란스럽기도 하다. 자신의 자아정체성을 잘 찾고 행복한 삶을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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