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콘서트홀에서 듣는 듯한 브람스 교향곡 2번

유럽의 콘서트홀에서 듣는 듯한 브람스 교향곡 2번 1악장 Allegro non troppo. 그런데 연주단체는 유럽의 명문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최근 지휘자의 요구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칭송을 받고 있는 국내의 경기필이다.

요즈음 경기필의 위상은 과거의 별 볼일 없었던 경기필이 아니다. 중앙의 서울시향이나 KBS교향악단을 넘어 국제적 위상을 넘보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경기필의 연주력을 주목해 보기 시작한 것은 리카르도 무티, 얍판츠베덴, 핀커스주커만등 저명 지휘자들과 연주자들이 1-2년전서부터 잇따른 경기필의 객원지휘를 맡으면서부터다.

지난 9월30일 오후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의 공식 두 번째 서울 나들이 공연은 경기필의 이런 지휘자의 요구에 민첩히 반응하는 연주력이 빛을 발했던 무대였다. 다음날 이곳 롯데콘서트홀에서 사이먼 래틀과 런던 심포니 내한공연이 예정돼 있었음에도 경기필의 무대는 사뭇 긴장감마저 감돌며 국내 지방 소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이라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을 만큼 국내 최고 수준의 연주 하모니를 들려줬다.

경기필의 이런 빠른 위상 증대는 전임 성시연 음악감독 이후 음악감독겸 상임지휘자로 연착륙한 이태리 출신 마시모 자네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마시모 자네티가 NHK심포니를 지휘한 슈트라우스 ‘자라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나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 포레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를 보면 아시아권 오케스트라를 이끌면서도 서로 한 방향을 바라보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마시모 자네티가 전력을 기울이는 상호작용이 느껴진다.

오페라 명장면을 연주하덧한 바그너 마이스터징거 3막 전주곡의 앵콜은 세계 최고의 오페라하우스에서 활약하는 그의 모습을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도 조만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높인다. 유럽의 1급악단 같은 연주력으로 거듭나는 것이 경기필로서 시간문제로만 남은 것처렴 여겨지는 까닭은 이런 마시모 자네티의 지휘력이 이식될 앞으로의 나날들이 기대되기 때문이며 더 나아가 이어진 신선한 관객의 박수세례는 경기필의 향후 연주 스케쥴을 계속 주목하게 만든다.

국내 교향악단의 외국인 지휘자 영입 케이스론 과거 KBS교향악단의 드미트리 기타옌코나 오트마 마가, 부산시향의 벨로루시 출신 아니시모프, 현직으로 있는 대구시향의 코바체프와 대전시향의 제임스 저드등이 우선 떠오르지만 마시모 자네티가 신선한 관객의 박수세례를 받는 것은 예전과 다른 것 같아서 경기필이 부디 국내적 바운더리를 넘어 국제적 오케스트라로 우뚝 성장해주길 고대한다.

전반부에 시벨리우스 바이올린협주곡을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는 깊은 서정성과 연주의 부드러움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다는 평을 입증하듯 시벨리우스 고향 북구의 서늘한 등골을 계속 경험케하는 연주를 들려줬고 Over the rainbow로 장르를 넘어선 콜라보래이션으로 열기를 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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