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록히드마틴 컨소시엄이 미 공군 고등훈련기 사업에서 탈락했다.

양 사는 이번 사업에 총력을 기울였으며 흐름도 긍정적이었기에 예상 밖의 탈락 결과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미 공군은 27일 사실상 2파전으로 전개됐던 이번 고등훈련기 수주전에서 보잉-사브 컨소시엄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홈페이지에 “공군의 새 훈련기 사업 대상자로 보잉사를 선정했으며 92억달러(한화 약 10조원) 상당의 계약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사실 이번 고등훈련기 입찰전은 처음부터 KAI-록히드마틴의 우세가 예상됐다. 기술적으로 충분히 준비된 데다 가격도 미 공군이 원하는 수준에 맞춰줬기 때문이었다.

이번 미 공군 고등훈련기 사업은 미 공군의 40년 이상 노후된 훈련기 T-38C 350대를 160억달러(한화 약 17조원)를 들여 기종으로 교체하는 사업이었다. KAI-록히드마틴 측은 미 공군 예산인 160억달러에 맞춰 입찰했다.

하지만 막판에 보잉-사브가 가격을 절반 정도 낮추는 파상공세로 결과를 뒤집어버렸다. 뿐만 아니라 항공기는 125대, 시뮬레이터는 74대를 추가로 더 제공하기로 하는 파격적 조건을 내걸었다.

미 공군이 보잉-사브와 계약한 금액은 92억달러다. 당초 미 공군이 책정한 160억달러에서 68억달러나 급감한 액수다.

미 공군은 또 “이번 계약을 통해 미 공군은 475대의 훈련기와 120대의 시뮬레이터를 구매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계약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국민들에게 최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고려된 것”이라며 “원래 고등훈련기 351대 가격은 총 197억달러로 예상됐다”고 설명했다. 즉, 예상 가격보다 105억달러를 깎았다는 것이다.

미 공군에 따르면, 새로 도입되는 고등훈련기 프로그램을 통해 F-15와 F-16 등 4세대 전투기, F-35와 F-22 등 5세대 전투기 및 폭격기 조종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계약에 따라 고등훈련기와 시뮬레이터가 최초 인도되는 시점은 2023년이며, 이 때 고등훈련기 5대, 시뮬레이터 7대가 인도된다. 최초분의 비용은 8억1300만달러다. 새 고등훈련기 체계는 2024년부터 실전에 적용되며 이후 2034년까지 10년간 배치 완료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결과에 KAI-록히드마틴은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KAI 관계자는 28일 “매번 입찰한 사업을 수주할 수는 없는 거 아니겠느냐”면서도 “미 공군에 훈련기를 납품한다는 상징성이 워낙 커 이번 건 입찰에 성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KAI는 미 고등훈련기 사업을 수주하면 2025년 이후 예정된 미 해군용 훈련기 650여대 사업(약 33조원)에도 참여할 계획이었다. 나아가 이를 발판으로 제3국 약 1000여대의 훈련기 시장 개척(약 50조원) 등 100조원대의 사업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해왔다.

그러나 첫발부터 실패하면서 향후 사업 확대에 큰 지장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