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오면 신나고 즐거운 일이 가득하다”

광주/대한불교천태종 금광사 주지 거홍 스님

 

어린이 합창단, 청년회 발대식 개최

“절에 오면 신나고 즐거운 일이 가득하다”

광주 천태종금광사 주지 거홍스님 

 

 

광주에 자리한 천태종 금광사 주지 거홍 스님은 고요하고 신성한 절의 위용보다 ‘절에 가면 즐겁다. 재미나다, 신난다’는 새로운 분위기 전환을 조성하고 있다. 재미있게 노는 문화 속에서 부처님 법문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인생을 살며 필요한 것들을 절에서 충족시켜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거홍 스님의 목표다.

 

 

천태종은 불교의 한 종파로 고려 문종의 아들 대각국사 의천대사(1055~1101)가 중국의 천태교법을 들여와 창건했다. 고려 중기 당시 불교는 교종과 선종으로 나뉘어 종파간의 갈등을 겪고 있었는데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를 지양하고 하나로 통합된 불교를 이루기를 발원하며 천태종을 창건한 것이다.(‘천태’는 천태교법의 발상지인 중국 천태산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그러나 조선이 건국되고 숭유억불 정책으로 불교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고 종단마저 사라지게 되었다. 1945년 상월원각대조사 스님은 단양군 영춘면 소백산 연화봉 아래 칡덩굴로 암자를 지어 의천대사의 천태종을 부활시켰다. 그곳이 바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여행 1001’에 소개된 지금의 ‘구인사’다. 구인사는 상월원각대조사 스님을 시작으로 제 2대 남대충대종사, 제 3대 김도용대종사에 이르며 점차 확장되었고 국내는 물론 해외로도 지부를 세우며 교리를 전파하고 있다.

전라도에 천태종이 처음 자리 잡은 곳은 진도 ‘삼성사’다. 당시 진도 신도들이 광주로 대거 이동을 하며 ‘광주에도 절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건의했고 그 뜻이 수용되어 1985년 3월 상월원각대조사스님의 진영을 봉안하는 초안 법회를 시작으로 금광사의 문을 열었다.

 

광주 금광사와 진도 삼성사의 주지를 함께 역임하고 있는 거홍 스님은 만 1년 전에 이곳으로 부임해 왔다. 이곳으로 오기 전 캐나다의 토론토 인근에 있는 소도시 리치몬드 천태종 지부에서 주지로 있으며 3년간 법문을 설법했다. 거홍 스님은 당시에 템플스테이를 신청한 외국인들이 오면 절의 법도와 예의, 명상을 설명하는데 바디 랭귀지와 어설픈 영어로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또 반년 이상 절에 아무도 없이 혼자 절을 지키며 살았는데 그 자체가 고행이고 고생이었지만 일상과 수행이 둘이 아니라는 상월원각 대조사 스님의 지표를 늘 새기고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발원을 품었기에 견딜 수 있었던 세월이었다며 당시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천태종 해외 지부는 캐나다 외에 덴마크에도 설립되어 있다.

거홍 스님은 1992년 21세의 나이로 제2대 남대충대종사를 은사로 모시고 출가를 했다. 구인사 총무원과 부산의 삼광사 총무스님, 이후 여러 지부의 주지를 역임했다.

 

광주 금광사는 지난 9월 ‘즐거운 절, 재미난 절, 도움을 주는 절’로 새롭게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한 일환으로 어린이 합창단과 청년회를 모집해 발대식을 가졌다. 보통은 아이들이 절에 와서 떠들면 어른들은 엄숙하고 신성한 곳에서 떠든다고 나무라기 일쑤였는데 금광사는 소란스러움을 나무라지 않고 예쁘게 봐주며 즐기기를 종용하고 있었다. 어린이와 청년 포교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거홍 스님의 뜻이 반영된 것이다. 거홍 스님은 “절이 즐거운 곳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마음껏 놀 수 있게 해줄 것이다”며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부처님의 법문과 예법을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절이 불공만 드리는 곳이 아니라 신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으로 변화되기를 바란다”며 “캐나다에서 맺은 인연으로 원어민 선생님을 초청해 아이들과 청년회에 영어반을 신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매주 수요일에는 어린이와 청년을 위한 불교 강의반이 개설된다.

 

다음은 스님과의 일대일 문답이다.

“현실에서 불자들이 가장 중시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어머니는 어머니답게’, ‘남편은 남편답게’ 그리고 ‘학생은 학생답게’ 이렇게 ‘~답게’ 사는 것이 현실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답게’ 산다는 말 안에는 우리가 그동안 배워온 모든 규범과 지켜야 할 규칙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니 ‘~답게’ 산다는 것은 그 규범과 규칙을 스스로 지켜나간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이 행동이 나 다운 것인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하고 되새기게 되면 가장 행복하고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행복한 삶을 만들기 위해 실천해야 할 부처님의 가르침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먼저 행복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행복이 무엇이냐? 한자로 풀어보면 사실 복자는 ‘한 일’ 자에 ‘밭 전’ 자가 들어가 한 입 먹을 밭 뙤기만 있으면 그게 복이다. 이렇게 보거든요. 거기에 갓머리를 씌우면 ‘부’ 자가 되는데 풀이하면 집 한 채 있고 끼니 걱정 안 하면 행복이 아니냐. 국어사전에는 ‘욕구가 충족되어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상태’를 행복이라고 설명해 놓았는데 이것은 끝이 없어요. 그러니 행복을 위해서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욕심을 버려야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내 것이 없다. 감사히 쓰고 남에게 베풀 줄 아는 여유로운 마음에서 행복이 찾아온다’”

 

“최근 조계종 분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정치권도 마찬가지지만 저는 싸움이 꼭 나쁘다고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세상에 좋고 나쁨을 구별할 필요는 없거든요. 다만 그 싸움이 일어나는 근본이 어디에서 오느냐, 그것을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그 싸움은 발전과 진보를 이끌 것이지만 개인과 단체의 사리사욕으로 채워진 싸움이라면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종교 분란을 볼 때마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나는 초발심을 잃지 않고 잘 하고 있는 가”

출가를 했다고 해서 모두 부처의 길을 간다고 할 수 있을까. 몸만 출가했을 뿐 마음은 여전히 출가하지 못한 이가 있고 몸은 출가하지 못했지만 마음만은 출가한 이도 있다. 몸만 출가한 사람보다는 마음만 출가한 사람이 세속에 빠지지 않고 중심을 잃지 않고 살 것이니 더 훌륭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거홍 스님은 “가장 좋은 것은 몸과 마음이 함께 출가하는 것”이라며 이 맛을 어찌 알겠냐는 듯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마음이 출가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늘 자신을 돌아보며 초발심을 되새긴다는 거홍 스님의 인간적인 면모에 절로 두 손을 포개 합장을 했다.

 

거홍 스님은 광주 금광사의 역할은 광주 시민들이 모두 잘 살 수 있도록 지역 사회의 발전에 일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교육과 가정 교육이 무너지는 이때에 종교인들이 나서야 되지 않느냐”며 “기회가 된다면 시장님을 중심으로 광주의 모든 종교계가 모여 조촐한 국수 한 그릇 먹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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