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수술 이야기 4

 뉴스를 통해서라든지, 주변 사람들의 다친 이야기라든지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십자인대파열이라는 병명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십자인대는 크게 전방십자인대와 후방십자인대로 구성이 되지만, 사람이나 동물 모두 전방십자인대파열이 더 많은 발생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혹시라도 "개도 십자인대파열이 있어?"라고 놀라지 말길 바란다. 사람도 개, 고양이도 모두 포유류로서 꽤나 유사한 해부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유사한 질환을 꽤 많이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차이점도 분명히 있다. 같은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질환이지만, 그 원인과 발생 양상, 치료 방법은 마치 다른 질병을 치료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르다. 기본적으로 전방십자인대의 역할은 무릎 관절 안에서 대퇴골과 경골을 단단하게 이어줌으로써 경골의 전방 변위 및 내전을 막아주고, 무릎관절이 과도하게 신전되는 것 또한 막아준다. 사람은 주로 순간적인 외상으로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반면, 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평상시에 늘 잘해오던 점프라든지 그리 심하지 않은 부딪힘에도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어 병원에 내원한다. 원래부터 손상을 입힌 십자인대가 최종적으로 완전히 파열이 되는, 다시 말해 개의 전방십자인대파열은 사람과는 다르게 진행성 질환의 모습을 갖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개의 경골은 사람과는 조금 다르게 생겼다. 대퇴골이 맞닿는 부분인 경골 고원(Tibial plateau)이 평평하지 않고 사람보다 더 뒤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때문에 전방십자인대는 다리에 힘이 실릴 때마다 대퇴골이 경골 고원에서 뒤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버텨주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것이 전방십자인대 입장에서는 꽤 피로가 쌓이는 일이기 때문에, 개의 전방십자인대파열이 부분파열부터 시작해서 점점 진행되어 결국 완전파열로 이어지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 개의 전방십자인대파열의 원인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사람의 전방십자인대 파열과 달리 또 하나 주목해야할 차이점은 전방십자인대파열을 가진 개의 대부분은 퇴행성관절염을 동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십자인대가 부분파열이 시작된 그 순간부터, 무릎관절은 염증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분파열 상태로 오래 있었던 개들은 관절염이 꽤 진행되기도 하고, 이러한 관절염의 정도가 전방십자인대 파열 치료 예후에도 꽤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관절염이 심하게 동반된 환자의 경우 수술적 치료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관절염에 대한 관리를 해주어야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개의 전방십자인대파열이 대부분 진행성으로 나타난다면, 여타 "다른 진행성 질환처럼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다면 대답은 "YES"다.

수의학계에서는 최근 십자인대파열을 단순히 물리적인 단열로만 보지 않고, 십자인대가 조직학적으로 손상되어가는 질환으로 보는게 중론이 되었다. 때문에 전방십자인대파열 (Cranial cruciate ligament rupture)이라는 말보다 전방십자인대질환 (Cranial cruciate ligament disease)라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하다고 본다. 어쨌든 전방십자인대가 손상되기 시작하고, 무릎 안에 염증이 생기면, 미묘하게 불편한 걸음을 보이기 시작한다. 한 쪽 뒷다리에 힘을 조금 덜 싣는다든지, 또는 앉으려고 할 때 무릎을 똑바로 구부리지 못하고 바깥쪽으로 내놓고 앉는 등의 증상을 보이면 전방십자인대질환 초기일 가능성이 있으니 주저 말고 동물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아보시기 바란다. 이 시기를 지나 완전 파열이 되었을 때는 뒷다리를 거의 딛지 못하고 드는 모습을 보인다. 이 때가 되면 심한 퇴행성 관절염 및 반월판 손상이 동반될 가능성도 올라가므로 상대적으로 치료 예후는 덜 좋게 된다.


 개의 전방십자인대파열 시 치료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회차에 이어서 다룰 예정이다.

 <기사제공 : VIP동물의료센터 외과 과장 안승엽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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