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복싱협회체육관

사천 사천시복싱협회체육관 허태석 관장

 

노가다를 하며 선수 육성비 마련... 수입의 절반은 복싱에 투자

사천의 복서 허태석 관장

 

1974년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 미들급 한국 첫 세계챔피언이었던 김기수 선수를 보며 복싱의 꿈을 꾼 14살 소년이 있었다. 학교를 오가는 길에 뒷산을 오르고 내리며 김기수를 흉내 냈다. 산 정상에 올라 온 몸이 땀범벅이 될 때가지 두 주먹을 불꽃처럼 휘날렸다. 고등학생이 되고부터 방학이 되면 버스에 몸을 싣고 서울로 상경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서울의 한 도장에서 그를 스카웃해 선수로 뛸 수 있도록 지도했다. 피나는 노력과 인고의 시간이 흐르고 프로의 길에 한걸음 더 다가선 그는 결국 세계 타이틀 매치에서 찬란한 황금빛의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는 당대 최고의 선수가 되었다. 선수 생활을 은퇴한 후에도 복싱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고향인 삼천포로 내려와 도장을 세우고 인재발굴에 앞장섰다. 재능이 보이는 선수가 오면 먹이고 재워가며 가르쳤다. 주머니 사정이 힘들 땐 노가다를 해가며 키웠다. 복싱을 위해서라면 못 할 게 없었다. “힘들게 키운 선수가 대성했을 때 가장 기쁘고 보람된다”고 말하는 그는 바로 사천(삼천포)의 복서 허태석 관장이다.

 

 

 

여성들의 관심으로 복싱 부활, 복싱다이어트 인기 절정

20세기 말, 맨발의 청춘, 헝그리 정신, 안되면 되게 하라 등 당시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꽃을 피웠던 복싱은 점차 거친 남성의 전유물로 그려지며 그 인기가 차츰 시들어 갔다.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복싱이 언젠가부터 다시 붐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바로 2013년 배우 이시영의 복서 데뷔가 대중들에게 화제가 되면서 부터다. 배우 이시영은 연기보다 복서로써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연약한 여성의 외모와 다르게 뿜어져 나오는 강인함에 많은 이들이 응원을 보냈다. 이후 복싱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하는 여성 복서들이 증가했고 그들의 건강한 신체 변화는 복싱 다이어트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을씨년스러웠던 허 관장의 체육관에도 온기가 돌기 시작했고 더 이상 노가다와 같은 부수입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다.

 

단기간 다이어트 위험, 체력을 키워 다이어트 해야

허 관장은 복싱다이어트가 붐이 일어나기 10년 전부터 다이어트 교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안전하고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며 때로는 개인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허 관장은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체육관을 찾아오는 원생들에게 살을 빼기 보다 체력을 먼저 키워야 된다고 강조했다. “체중을 빼는 게 문제가 아니고 체력을 키우는게 중요하다. 체력이 약해서 힘이 빠지면 다이어트도 포기하게 된다. 체력을 먼저 올려야 재미를 느끼게 되고 재미를 느끼면 살은 저절로 빠지는 것”이라고 했다. 원생들에 대한 열정은 체육관을 상시 개방하는 것으로 보여주었다. “주말이든 명절이든 1년 365일 체육관 문을 열어두고 있다”며 “운동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와서 할 수 있다”고 했다.

허 관장은 “복싱을 익히면 체력 뿐 만 아니라 유연성과 순발력, 지구력과 반사 신경을 익히게 되는데 이때 강한 정신력도 함께 무장이 되고 학생들의 경우 인성교육까지 겸해 그 부모들이 더 좋아한다”고 했다. 허 관장은 “복싱 다이어트는 다른 운동보다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신나게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며 “두 달만 해도 기본적으로 배는 들어가게 되는데 3개월에 7,8kg 감량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허 관장은 체육관에 등록된 회원들에게 월 8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있는데 이 중 4만원을 뚝 떼서 따로 저축했다. 노가다를 하며 선수를 양성했던 그의 과거가 현재는 4만원이라는 원비의 반액으로 충족되고 있었다. 복싱에 대한 그의 지독한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돈으로 각종 프로모션을 건 대회를 개최하고 선수 장학금도 마련한다. 술 담배도 손에 대지 않는 다는 그는 오로지 선수양성과 복싱의 저변확대가 인생의 낙이었다.

 

권투의 명문, 사천 중·고등학교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처음에 맞출 줄을 알아야 하고 또 다칠 줄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작은 대회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큰 대회에서는 절대로 우승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 때는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맞으면서 배웠는데... 눈뜨고 맞을 줄 알게 되면 선수가 다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천에서는 사천중학교와 사천고등학교가 권투 명문이다. 전국구대회 우승은 물론 전국 체전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허 관장은 이 선수들을 위해서도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었다. 또 “고향 후배이자 사천관광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복싱협회 박용훈 명예회장, 사천시 복싱협회 강성훈 회장, 김평국 수석부회장, 박상원 전무이사, 조일종 사무국장, 최은진 사무차장 등 복싱을 좋아하고 복싱발전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 며 “이분들이 있어 우리 복싱협회가 있고 또 우리 체육관이 있는 것이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무엇보다 “사천중학교의 김평국 감독 선생님과 퇴직한 박행교 사천고등학교 감독 선생님의 역할이 가장 컸다”며 “그들이 있었기에 사천의 권투 명문 학교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사천은 복싱의 메카

허 과장은 사천을 복싱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었다. 사천시의 지원을 받아 사천 공설운동장과 남일대 해수욕장에서 링을 만들어 이색 대회도 개최하고 전국의 복싱 선수들이 추운 겨울에 동계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유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가 대표 선수들도 동계훈련장소로 사천을 찾았다. 사천의 남일대 해수욕장은 바람이 없어 겨울기초 체력 훈련으로 최적의 장소였다. 또 헬스 기구까지 갖춘 50m수영장 8레일은 특히 추운 겨울에 전신운동으로 선수들의 기량을 키울 수 있다. 산성공원-구암임도-체육관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산악기초훈련, 웨이브 트레이닝, 기술훈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최고의 코스다.

허 관장은 “체력훈련만큼 먹는 것도 중요한데 사천에는 청정지역에서 나는 싱싱한 농수산물이 넘쳐난다”며 “보양식으로 선수들의 건강도 챙길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한려 수도의 수려한 자연경관, 특히 사천의 8경은 선수들의 심신을 안정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며 “사천은 동계훈련장소로 그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특화된 장소”라고 밝혔다.

 

복싱을 향한 그의 사랑은 가족들에게도 이어졌다. 둘째 아들이 복싱으로 체육학과를 졸업해 선수로 활동했다. 그의 동생은 복싱 국제 심판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가 키워낸 심판도 여럿이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사천 출신 심판만 10여 명이 넘는다.

 

‘다시 태어나 14살로 돌아간다면 복싱을 하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절대로 안 할 꺼다. 정말 힘들고 고난의 길이였다”고 그는 소스라치며 말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다시 태어나도 다시 이 길을 선택할 낯빛이었다. 복싱에 살고 복싱에 죽는 남자. 사천의 명물 허태석 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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