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수술 이야기 3.

배에 혹이 생겼어요’, ‘가슴에 멍울이 잡혀요’, ‘젖꼭지 근처가 딱딱해요등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보호자분들이 암컷 환자를 데리고 병원을 찾는다. 대개 검사해보면 유선 종양에 대한 증상 표현이다. 검사를 마치고 보호자께 유선 종양이라고 진단명을 말씀드리면 보통 무덤덤한 표정으로 들으시다가 사람으로 치면 유방암 같은거에요’ 라는 말을 덧붙이면 그제서야 심각성을 깨우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모든 종양이 그렇듯 유선 종양도 양성 종양과 악성 종양으로 구분되고, 위에서 언급한 사람의 유방암에 상응하는 것은 악성 유선 종양이다. 그런데 유선 종양을 주증으로 찾는 환자들을 보면 5 mm 이하의 작은 알갱이 상태에서 오는 환자부터, 10 cm가 넘는 거대한 덩어리 상태로 오는 환자까지 다양하다. 사실 이 정도가 되면 보호자분이 모르고 지내다가 뒤늦게 발견했다고 보기 어렵다. 추측하건대 그냥 피부에 생긴 혹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다가 점점 커지고, 심하게는 덩어리에 궤양이 생겨 진물이 흐르니까 그제서야 심각성을 느끼고 방문하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유선 종양이라는 질환이 종양 크기, 개수, 발생 위치가 어떠한가에 따라 수술 크기가 달라지기도 하고, 나아가 완치가 가능한 상태부터 수술을 하더라도 시한부의 여생을 살아야하는 상태까지 다양한 예후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개나 고양이는 사람과 달리 가슴부터 배까지 넓은 범위에 걸쳐 5쌍의 유선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넓은 유선을 가지고 있지만 유선 종양이 5 mm 이하로 작고 한, 두개 정도만 있는 경우에는 해당 부위만 절제해내는 것으로 좋은 예후를 보인다. 하지만 크기가 그 이상으로 크고, 현미경 세포 검사 상에서 악성이 의심되면 국소 전이 가능성을 염두하여 적게는 3개의 유선을, 많게는 5개의 유선 전체를 연달아 제거해야한다. 이렇게 수술 크기가 커지면 수술 시간도 길어지고, 수술 후 환자가 느끼는 통증도 상대적으로 클 수 밖에 없으며, 더불어 수술 비용 또한 증가하니 유선 종양 수술을 지체하다가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유선 종양을 빠르게 발견한 뒤 진료를 받는다면 충분히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의 유선을 수시로 만지고 체크해 내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7년령 이상의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은 암컷 개,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보호자분들은 6개월에 한 번씩 수의사에게 유선 검진을 받아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작은 크기의 유선 종양은 전문가의 검사가 아니고서는 쉽게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유선 종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유선 종양의 발생에는 여성호르몬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때문에 강아지가 태어난 후 첫 발정이 오기 전에 중성화 수술을 해주면 유선 종양 예방율이 99.5%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새끼를 낳게 할 계획이 없는 보호자분들은 참고하여 적절한 시기에 중성화 수술을 시켜주시길 권해드린다. <기사제공 : VIP동물의료센터 외과 과장 안승엽 수의사>

저작권자 © 엔디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