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화재사고에 정부 운행 자제 권유

BMW코리아가 10여만대의 리콜을 실시한 가운데 분명 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전세계에서 동시 판매 중인 차량이 유독 한국에서만 거듭해서 화재사고가 일어나는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 가운데 정부는 아직도 원인 파악을 못해 단지 운행 자제만 권하고 있다.

최근 리콜 발표와 함께 BMW 측이 밝힌 화재 원인은 엔진에 장착된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결함이다.

EGR은 디젤 자동차의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배기가스의 일부를 흡기다기관으로 재순환시키는 장치다. 엔진에서 발생한 고온의 배기가스는 곧바로 배출하지 않고 EGR 쿨러(냉각기)를 거쳐 식힌 뒤 엔진에서 재연소해 유해물질을 줄이는 과정을 거친다.

BMW코리아 측은 “전수조사 결과 EGR 쿨러에서 냉각수 누수가 발생, 침전물이 퇴적되는 현상을 발견했다”며 “이로 인해 냉각 효율이 떨어지고 고온의 배기가스가 그대로 흡기다기관으로 전달돼 극히 드물게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리콜은 EGR 쿨러와 EGR 밸브로 구성된 EGR 모듈을 개선품으로 교체하고 EGR 파이프 클리닝 작업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동일하게 판매한 차량 부품인데 유독 한국에서만 화재가 발생한 부분은 의문이다. 이에 따라 단순한 부품 결함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오후에는 전남 목포시 옥암동 한 대형마트 인근 도로에서 주행 중인 BMW 520d 승용차에서 또 불이 났다. 게다가 이 차량은 안전진단을 이미 받은 차량인 것으로 밝혀져 후속 대책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팽배하다.

업계 전문가인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가연성인 플라스틱 재질의 흡기다기관을 쓴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EGR 시스템을 작동하도록 하는 것은 전자 제어 장치(ECU), 즉 소프트웨어기 때문에 이쪽도 같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단 정부는 여전히 원인 파악을 못한 채 운행 자제만을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BMW 차량을 소유하신 국민께서는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최대한 운행을 자제해 주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정확한 원인에 대한 조사가 10개월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김채규 국토부 자동차관리관은 “조사 기간을 최대한 당기겠다”며 “EGR 결함 외에 제어 소프트웨어 결함이나 흡기다기관 내열성 문제 등 다른 이유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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