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절, 나라를 구성하고 지탱해주었던 세대
해외거주 한국 독거노인들도 보호대책 시급해

대한노인회 태국지회 이응선 지회장(태국 보생한의원 원장)

어려운 시절, 나라를 구성하고 지탱해주었던 세대

해외거주 한국 독거노인들도 보호대책 시급해

 

 

2018년은 한국과 태국이 수교 6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로서, 1958년 10월 1일 외교관계를 수립한 후에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입장을 적극 지지해왔다. 또한 1950년 한국전쟁 당시에 태국은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했으며, 양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를 통해 친선과 우의를 다져왔다. 그러나 양국의 관계는 이보다 더욱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근대사에서 보면 재태 한인사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강제 징용됐던 사람들에 의해 시작됐고, 1960년대 중반에는 기술자들로 구성됐으며, 월남전 당시에는 태국에 있는 미군기지에서 건설 및 용역업에 종사했던 한인들이 자리했다.

그리고 1970년 후반에는 잠시 재태 한인수가 줄어들었지만, 이후 해외투자 붐 및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로 각 기업체의 지사 등이 태국에 자리하기 시작했으며, 재태 한인회 활동도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80년 중반 이후 교민수가 급격히 증가했으며, 1990년대에는 제조업, 관광업 등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현재 교민 수는 약 2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태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노인들은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시절 타국에 나가서 일하면서 대한민국의 경제에 일조를 했고, 국가와 민족, 후손의 번영과 발전에 기여해온 주역들이다. 또한 지난시절 우리나라의 지난 사회를 구성하고 지탱해주었던 세대들이다.

그들의 청춘과 땀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이렇듯 번듯한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살게 되었다. 그러나 세월에 따라 이제 힘없는 노인이 된 그들을, 따뜻하게 보호하고 존중해야 하는 것은 마땅한 우리의 몫이다. 본지에서는 (사)대한노인회 태국지회 이웅선 지회장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회장은 “대한노인회 태국지회에서는 60여 회원인 재태국 노인들이 보람을 느끼게 하기 위해 전문 강사를 활용한 언어습득, 체육대회, 자원봉사, 건강관리 등 도움이 되는 교육을 실시하고,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교육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하며, “대한민국 국민이면서도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해외거주 노인을 향한 복지정책에도 실질적인 사랑과 마음이 깃들기를 바란다. 그들에게도 제대로 된 노인복지가 이루어지는 것이야 말로 우리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불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인회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재정확보로서, 일 년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운영이 쉽지 않다”고 털어놓으며,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져 노인들의 자존감도 높이고,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삶을 꾸려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웅선 지회장은 보생한의원을 운영하며 오래전부터 태국한인회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청렴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다. 또한 인맥이 넓고 말없이 조용히 일을 추진하는 스타일로, 많은 교민들에게 존경받고 있다. 특히 그동안 쌓은 경륜을 바탕삼아 태국노인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불철주야 심혈을 기울이며 노력해 왔다.

현재 양국 간 관련 단체로는 재태국대한노인회, 재태국한인회, 한태관광진흥협회, 한국전참전용사회, 한태상공회의소, 재태국한인학교 등이 있다.

 

민족의 번영은 그들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대한민국 보건복지부는 얼마 전, 기초연금법에 외국에 60일 이상 머무는 65세 이상 하위 70% 복수국적 노인은 기초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그 이전에는 180일 이상 국외에 체류하면 기초노령연금을 주지 못하도록 한데서 조건을 강화해 체류기간을 60일 이상으로 단축했다.

그러나 이들을 지급대상에서 빼는 것은 보편적 복지제도로 기초노령연금제도를 도입한 취지에 어긋난다는 반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금의 노인들은 이 땅에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위해 고난의 세월을 살아왔다. 전쟁을 겪을 때는 총 한 자루 쥐고 기꺼이 군대를 갔고, 총과 무기가 없을 때는 자신의 몸을 던져 이 나라를 지켜냈다. 또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당시 청춘들에게 이역만리 해외에 간호사나 기술자로 취업을 알선했고, 젊은이들은 베트남의 정글에서 희생했다. 그 후유증으로 밀림 속에서 전쟁하던 수많은 군인들이 고엽제 피해를 당하고 지금도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렇게 얻은 대가를 경제개발자금으로 만들어 고속도로를 뚫고, 제철사업을 전개하는 등, 경제개발계획을 성공시켜 오늘날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건설되었다. 그 당시 희생의 주역들이 지금의 노인 세대이다.

그러나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독거노인 중에는 남이 알아주지도 않고 할 일조차 없는 노인들이 적지 않게 존재하고 있다. 그동안 돈을 모아 고국에 보내고, 고생고생해서 자식들 뒷바라지와 결혼까지 시키고 나니 남은 것은 빈털터리 인생이다. 젊은 시절 고생과 가난은 인생의 밑거름이 될 수 있지만 노년의 가난은 정말 희망이 없다.

한편, 대한민국 노인복지법이 1981년부터 시행되면서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층에게 연금을 지급하고 근로능력이 있는 노인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며 노인요양시설의 이용과 요양보험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태국노인회 회원들 중에서도 어렵게 사는 분들이 적지 않다. 대한민국이든 해외든 어디나 사는 것이 다 비슷비슷하다”면서, “재태국 저소득 한인 노인에 대한 보호와 대비책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이응선 회장은 지적한다.

듀드디자인 심재국 대표도 옆에서 거들었다. “기초연금은 해외에 나가서 3개월이 되면 끊긴다”며, “해외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돈벌이가 쉽지 않고, 또 한국 나가고 싶어도 돈이 없으니까 못 가고 있다”고 현지 안타까운 상황에 대해서 전했다.

 

이어 “회장님은 누구보다도 한인회를 위해 노력해주시고, 가끔씩 어려운 독거노인들을 방문해 도움을 주시기는 하지만 그 분들은 찾는 사람들도 없이 외롭고 어렵게 사신다”면서, “그런 교민들에게도 복지혜택을 준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노인들의 지난날 희생은 우리나라를 더욱 발전시켰으며, 그들의 연륜과 지혜로움은 가정과 사회를 보다 단단하게 만든다. 앞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어려운 노인들에게도 더 나은 정책이 제도화 되어, 국가와 민족의 번영과 발전에 기여해온 주역인 노인들이 보다 안락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편 충북 제천이 고향인 이웅선 회장은 30년 전인 80년대 초, 태국에 진출해 제약회사에 원자재 등을 납품했으며, 현재 보생한의원을 운영하며 교민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특히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 전달, 6·25 참전회, 각종 대회, 한인회 등에서도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어 모범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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