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 양여천

빨간 망태에 담겨
여덟 개의 둥그런 얼굴
주황의 껍질을
밑털의 수염과 함께
머리에서부터 벗겨내면

삼백예순다섯날
너를 벗겨내며 울고
그 날의 그 한 순간
너의 희고 그 투명한 몸을
썰어내며 나는 운다

겹겹이 테두리를 두른
너를 어슷하게 썰고
모둠지게 썰어 보아도
너는 언제나 원형의 테두리
안쪽에는 그 어떤 심지도 없고
바깥에는 얇은 껍질의 겉옷도
겹겹이 종이처럼 바스락거릴 뿐이다

너에게 나는 언제나 눈물뿐이었고
나에게 너는 언제나 매운 눈물 그 이상도 아니었다

저작권자 © 엔디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