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수술 이야기 2

요즘 아파트 단지 내를 걷다 보면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그야말로 반려동물 1000만 시대라는 말이 실감된다. 반려동물의 수가 늘어남과 동시에 보호자들의 반려동물 상식 수준도 덩달아 올라감에 따라 요즘은 진료를 보면서도 깜짝깜짝 놀랄 때도 많다. 그 중에 중성화 수술에 관련된 이야기도 이제는 대부분의 보호자들이 그 필요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시켜주기 위해 내원해주시는 경우도 익숙한 상황이 되었다.

    중성화 수술을 통해 호르몬과 관련된 생식기 질환을 미연에 방지해주는 효과, 발정기에 짝짓기를 할 수 없는 환경의 개, 고양이가 느낄 스트레스를 예방해주는 효과, 그와 더불어 반려동물의 문제행동을 예방하여 보호자와 반려동물간의 유대관계를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은 많은 기사와 칼럼을 통해 충분히 알고 계실 터! 필자는 그래서 이번 칼럼을 통해 우리 소중한 아이들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켜주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과 준비해야할 것들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한다.

    § 중성화 수술, 수컷과 암컷 수술 방법이 다르다는 것쯤은 기본! 수술로써 제거하는 대상이 다르다 보니, 수술의 규모와 접근방법도 완전히 다르다. 수컷은 고환을 제거하는데, 고환은 손으로도 쉽게 만져지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피부만 조금 절개해서 쉽고 빠르게 수술을 마칠 수 있다. 반면 암컷은 난소와 자궁을 제거해야 하는데, 두 장기가 겉에서는 만질 수 없는 몸 속에 있다 보니 개복 수술을 해야한다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이 가능하지만 아직 대중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본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다). 따라서 수술 시간도 상대적으로 더 소요되고, 수술 후 일상 생활까지의 회복 시간도 수컷에 비해서는 며칠 더 필요하다. 같은 중성화 수술이지만 실제 겪는 수술과정은 이렇게 다르다 보니 수술 비용에도 차이가 있다.

    § 중성화 수술에도 적절한 시기가 있다! 중성화 수술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보기 위해서는 수컷, 암컷 모두 첫 발정이 오기 전에 수술을 해주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너무 일찍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동물병원에서는 전염병이 옮아갈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수술 받기 전 기본종합백신 프로그램은 모두 마칠 것을 권장한다. 보통 개, 고양이 모두 6개월령을 전후로 해서 수술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

    § 중성화 수술 전 체크해야 할 것들! 우선 수컷의 경우 양쪽 고환이 모두 하강했는지 만져보자. 강아지는 태어날 때 고환이 뱃속에 있지만 태어나서 한 달 정도가 지나면 고환이 음낭으로 내려오기 시작한다. 내려오는 시기가 개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은 6개월령 전에는 고환 하강이 완료되고, 이 시기에도 고환이 만져지지 않는다면 ‘잠복 고환’ 상태인지 동물병원에서 진단받아야 한다. 암컷의 경우 혹시 젖꼭지 주변이 부풀고, 외음부가 평상시 보다 부어 있다면 발정기에 임박하거나 발정기 상태이므로 가급적 이 시기를 보내고 난 뒤 수술 받을 것을 권장한다.

    § 수술 당일, 적정 시간 금식과 수술전 검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람도 그렇지만 마취 전에는 항상 금식을 해야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가끔 금식 없이 내원하셔서 중성화 수술을 해달라고 요청하시는 보호자분들이 있다. 금식 없이 마취할 경우 마취 과정 중 구토를 할 수 있으며, 토사물이 기도로 넘어가는 경우 오연성 폐렴을 일으킬 수 있어 대단히 위험하다. 일반적으로 수술 전 10-12시간 금식이 필요하지만, 6개월 미만의 어린 나이에 수술하는 경우 장시간 금식은 오히려 저혈당의 위험이 있으니 수술 전 6-8시간 금식이 적당하다. 또한 마취를 앞두고서 건강상에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신체검사, 기본 혈액검사 및 엑스레이 검사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수술 전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대부분 수술을 끝마치고 안전하게 마취에서 깨어날 수 있다. 그래도 마취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면 주사 마취보다 호흡 마취로 수술을 받는 것을 고려해보시기 바란다. 두 마취 방법 모두 안전성이 입증되었지만 마취 심도 조절 및 빠른 각성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호흡 마취가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안전한 중성화 수술을 위해 수술 전 신체검사, 혈액검사, 엑스레이검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밝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우리 아이에게 수술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 막연한 걱정과 부담으로 다가왔던 보호자분들이라면 위 내용들이 중성화 수술에 대해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오히려 반려동물에게 미래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선물해준다고 생각하면 좀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사제공 : VIP동물의료센터 외과과장 안승엽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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