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강소 오케스트라들이 빛어낸 음의 향연”

어메이징한 베를린필급의 사운드를 서울에서 실연으로 자주 만날 수는 없다. 베를린필의 해외 투어 스케쥴도 맞아야 하고 내한 개런티의 보장도 만만치 않게 확보돼야 하는등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은 몇 년 사이클 간격으로 만날 수 있는 것이 그동안 봐온 국내 음악계 현실이다.

지난 5-6월 상반기에 해외 관현악단 내한연주회의 특징은 이런 글로벌 오케스트라보다 로컬 성격이 짙은 강소 오케스트라들의 주옥같은 연주가 마치 비엔나 체임버 오케스트라, 제네바 카메라타, 잉글리시 콘서트등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릴레이가 빛을 발했던 것과 병렬 대비되는 듯 해서 좋은 대조를 이뤘다. 5월13일 있었던 쾰른 방송교향악단, 6월2일 있었던 도이치방송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6월24일 있었던 루체른심포니의 내한연주가 이같은 강소 로컬 오케스트라들의 결정체의 연주를 들려준 느낌이다.

이런 강소 교향악단의 대표주자는 도이치 방송교향악단이 먼저 차지해야 할 듯 싶다. 새로운 수장 피에타리 인키넨과의 도이치 방송교향악단과의 조합은 강소 교향악단의 전형으로 확고히 자리잡아 강소 교향악단이 뿜어낼 수 있는 순도높은 앙상블의 최고 사운드라 칭할 만 하다. 바담 래핀이 협연한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협주곡 2번 연주는 무르익은 음악성의 협연자와 각기 다른 음악적 색채를 하나의 음악으로 조화롭게 풀어나가는 것이 두드러졌다. 2014, 2016, 2018 2년 주기로 연속 내한공연의 연주를 들은 도이치 방송교향악단은 독일 오케스트라의 숨은 보석(Hidden Treasure)을 발견한 기쁨으로 내게 오래 남아있을 듯 하다.

5월13일 있었던 쾰른방송교향악단은 유카 페카 사라스테의 핀란드적 향기가 넘치는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이 인상적 연주의 기억으로 남게될 또 하나의 로컬 독일 강소교향악단의 전형으로 꼽을 만하다. 이런 시벨리우스 교향곡의 인상적 울림은 3년전 성남아트센터에서 쾰른방송교향악단과의 내한공연을 통해 사라스테가 브람스 교향곡 제3번 연주에서 감미롭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주제선율이 인상적인 3악장의 Poco Allegreto등 익숙한 지휘 포션이 역력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브람스 교향곡 제4번에서도 사라스테는 우수와 적막감등 사라스테가 브람스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고자 하는 지휘가 유감없이 표출되며 시벨리우스와 닐센 해석에 능한 북구의 거장이라는 이미지를 남기기도 했었다. 2년전 보다 좀더 성숙해지고 노련한, 진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의 밀도있는 연주를 들려준 아라벨라 슈타인바허도 이날 서곡없이 협주곡으로 직행한 연주회 특징을 부각시켜 2015년 5월 26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북독일 방송교향악단(NDR Sinfonieorchester Hamburg) 내한공연에서 매우 빛나고 파워풀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준 그녀의 모습이 선명히 떠올랐다.

6월24일 지난주 일요일 내한공연을 가진 루체른 심포니 역시 당초 예정됐던 코리올란 서곡에서 피델리오 서곡으로 바뀌며 전편을 관통하는 격동적 리듬과 쾌활한 진행이 역동적이고 박력있는 선율로 초반부터 관객의 심성을 뒤흔든 로컬의 성격이 짙은 강소 교향악단의 한 케이스로 인상지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롯데콘서틀홀에서 서울시향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1번의 다이나믹을 들려준 베아트리체 라나의 슈만 피아노협주곡은 섬세함이 가미됐고 베아트리체 라나는 워너 클래식에서 발매한 첫 콘체르토 디스크에서 프로코피예프의 다섯 개 피아노 콘체르토중 가장 길고 기술적으로나 음악적 관점에서 어려운 No. 2의 퀄리티를 드러내는데 자질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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