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수취 이자만 환급해줄 듯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조작한 사례가 수천 건에 달하는데도 사실상 처벌이 없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대출금리 산정체계는 강제력이 없는 모범규준이라 처벌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다. 대신 금융당국은 부당 수취한 이자를 환급해 줄 방침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올해 2∼5월 9개 은행(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 IBK기업 SC제일 한국씨티 부산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 체계를 검사한 결과 부당하게 가산금리를 올려 받은 사례가 수천 건 적발됐다.

대출금리는 금융시장에서 결정되는 ‘기준금리’에 은행이 자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된다. 2012년 은행권이 공동으로 ‘대출금리 체계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을 통해 가산금리 산정 체계를 만들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사례가 대거 드러난 것이다.

특히 은행들이 대출자의 소득을 실제보다 줄이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입력해 가산금리를 높게 매긴 사례가 많았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부당하게 금리를 부풀린 사례가 여러 지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적발된 점을 감안했을 때 직원 개인의 실수보다는 은행들이 고의로 금리를 올리거나 금리 산정 시스템 문제로 금리가 잘못 산출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 대상이 된 9개 은행을 포함해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최근 5년간 부당하게 대출금리를 매긴 사례가 있는지 자체 조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조사 결과 더 올려 받은 금리가 있으면 환급하도록 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채권 소멸시효가 5년인 만큼 은행들이 최근 5년간 이뤄진 대출에 대해 부당하게 받은 이자를 환급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자체 조사를 제대로 했는지, 이자 환급액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도 추후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은행이 고의로 대출금리를 조작했더라도 사실상 처벌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문제다.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부분 탓이다.

금감원은 “고의적으로 대출금리를 올린 게 드러나면 제재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대출금리 모범규준은 자율 규제이기 때문에 이를 어겼다고 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물릴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올려받은 은행 직원은 내규를 위반한 것이어서 금감원 차원에서 제재를 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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